뜨거운 중기중앙회장 선거…'親기문 vs 反기문' 구도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가 100여 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차기 회장 후보자들의 물밑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일각에서 후보자 간 합의를 통한 추대 방식으로 회장을 선출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지만 최근 들어 공정성을 위해 경선을 치러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회 안팎에선 회장직을 16년간 맡은 현 김기문 회장이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친(親) 기문’ 대 ‘반(反) 기문’ 구도의 전선이 뚜렷해질 경우 결과를 예단하기 어렵다는 전망도 있다.

◇막 오르는 ‘중통령’ 선거

14일 업계에 따르면 제28대 중기중앙회장 선거에 나서는 후보는 부회장 4명과 조합 이사장 1명 등 5명 정도로 거론된다. 강동한 부회장(단조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을 비롯해 박장선 부회장(인쇄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심승일 부회장(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 이민형 중부흄관사업협동조합 이사장, 이재광 부회장(한국전기에너지산업협동조합) 이사장 등이다.

강 부회장은 4년 임기의 단조공업조합 이사장을 다섯 번째 맡고 있다. 중기중앙회에선 글로벌지원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단조 회사를 운영하면서 뿌리산업의 이해가 밝다는 평가다. 김기문 회장이 평소 강 부회장을 높이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선 김 회장 측이 강 부회장을 지지한다는 얘기가 많다. 한 협동조합 이사장은 “이번 선거는 강 부회장 측과 반대편에 선 나머지 4명의 후보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심 부회장은 반 기문의 유력 후보로 ‘소통과 화합의 리더’로 평가받는다. 평소 중앙회의 핵심 과제로 ‘경청과 화합, 시스템에 의한 조직 운영’을 주장해왔다. 반도체 등 제조업과 밀접하게 연결된 산업용 가스업계에서 30여 년간 몸담으며 쌓은 현장 경험이 강점으로 꼽힌다. 한국고압가스공업협동조합 4선 회장을 지냈다. 전국중소기업협동조합연합회장협의회장, 인천지역회장 등을 거쳤다.

이재광 부회장은 이번이 3번째 중앙회장 도전이다. 2015년 중앙회장 선거 당시 결선투표까지 진출했으며, 2019년 선거에선 3위에 올랐다. 전기에너지산업협동조합의 5선 이사장으로 활동 중이다. 현재 중앙회에서 노동인력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주 52시간 근로제, 최저임금 등 주요 노동현안을 담당하고 있다. 박장선 부회장은 인쇄조합 초선 이사장으로 중앙회 문화콘텐츠진흥위를 이끌고 있다. 굿즈(goods) 전문 인쇄기업을 운영 중이다. 이민형 이사장은 전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을 지냈다. 박성택 제25대 중기중앙회장 재임 시절 부회장으로 활동했다.

◇과반 득표 없을 땐 결선투표

850만 중소기업을 대표하는 중기중앙회장은 경제 5단체장 중 하나로 부총리급 의전을 받는다. 선거는 내년 2월 2일 대의원 투표로 치러진다. 중앙회장의 투표인단은 협동조합 이사장 등 약 600명 선이다. 선거 당일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득표수 상위 2명이 당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 정책에 따라 각종 이해관계가 걸려 있는 유권자의 지역색과 업종별 특색이 뚜렷해 특정 후보가 표심을 결집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2015년과 2019년 선거에서도 각각 5명의 후보가 출마한 뒤 결선투표를 거쳐 회장을 선출했다.

선거관리위원회 규정에 따라 선거운동 위반 신고가 접수돼 해당 후보자에 경고 3회가 누적되면 후보자직이 박탈된다. 선관위 관계자는 “겉으로 선거운동을 표방하지 않더라도 의도적인 홍보라는 정황이 포착되면 선거 위반 시비에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민간 경제단체장 선거 과정에서 매표 행위가 벌어진다며 처벌 조항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이달 20일부터 24일까지 제주에서 열리는 중기중앙회 연례행사 리더스포럼은 사실상 선거 전초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거 과열을 우려한 중앙회 회장단은 후보들에게 행사 참석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선 중기선임기자 leew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