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월스트리트저널(WS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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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기에서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승객에게 제공하는 ‘어메니티 키트’가 수집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어메니티가 단순한 여행용품을 넘어 항공사의 역사와 여행의 추억을 간직하는 수집품으로 자리 잡으면서다. 항공사들이 명품 브랜드와 협업해 한정판 제품을 선보이면서 일부 키트는 중고시장에서 100달러 이상에 거래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뉴욕에 거주하는 전자상거래 전문가 앤드루 임은 지금까지 약 200개의 항공사 어메니티 키트를 수집했다. 300만 마일 이상 비행하며 모은 제품들이다. 유나이티드항공과 영화 ‘스타워즈’의 협업 제품부터 중화항공과 마크 제이콥스가 함께 제작한 최신 제품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는 좁은 아파트 옷장에 수집품을 보관하면서도 새로운 키트를 모으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독일의 항공 전문 블로거 크리스 미들도 70개 이상의 어메니티 키트를 보유하고 있다. 중화항공과 노스페이스의 협업 제품, 싱가포르항공이 프랑스 향수 브랜드 딥티크와 협업한 제품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경매에서 수백 유로를 주고 구입한 기내 서비스 카트에 키트를 보관한다. 최근에는 수집품이 늘어나면서 카트 두 대를 추가로 주문했다. 미들은 “단 하나도 사랑스럽지 않은 것이 없다”고 말했다.

어메니티 키트의 수집 가치가 높아진 배경에는 항공사들의 고급화 경쟁이 있다. 항공사들은 프리미엄 승객을 유치하기 위해 유명 패션·화장품 브랜드와 잇따라 손잡고 있다. 터키항공은 랑방, 델타항공은 미소니, 사우디아항공은 엘리 사브와 협업했다. 에미레이트항공은 일등석 여성 승객에게 100달러가 넘는 불가리 향수와 금색 휴대용 거울을 제공한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비용 절감을 위해 어메니티 키트 제공을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했던 항공사들도 다시 고급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여행 수요가 회복되고 특별한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승객이 늘어나면서다. 론다 크로포드 아메리칸항공 고객경험 담당 선임부사장은 “프리미엄 경험에 대한 수요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메리칸항공은 올해 여름 월드컵을 기념해 미국축구협회와 협업한 특별 키트를 출시하기도 했다.

수집가들 사이에서는 희귀한 키트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벌어지고 있다. 인도의 컨설턴트 파르트 코차르는 항공권을 예약하기 전 어떤 어메니티 키트가 제공되는지 확인한다. 지금까지 약 30개를 모았지만 포장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내용물을 개봉하지 않는다. 그가 가장 갖고 싶어 하는 제품은 카타르항공과 딥티크의 협업 키트다.

다만 수집가들은 돈을 주고 구매하는 것보다 직접 비행하며 얻는 데 더 큰 의미를 둔다. 여행의 추억과 항공사의 역사를 함께 간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약 200개를 모은 임의 다음 목표는 북한 고려항공의 어메니티 키트다. 그는 “고려항공이 어메니티 키트를 제공하는지조차 모르지만, 하나 갖게 된다면 정말 멋진 수집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혜인 기자 h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