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박진영 대중문화교류위원회 공동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증인으로 출석, 의원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글로벌 K팝 축제 '패노메논'의 계약 구조를 두고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권한과 수익이 JYP엔터테인먼트(JYP)에 집중돼 있다고 주장했다.

배 의원은 1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패노메논을 "박진영 대통령 직속 대중문화교류위원회 위원장이 제안해 시작된 초대형 국고 지원 공연 프로젝트"라며 "한국판 코첼라를 만들자고 시작한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이 잘되는 것은 개인적으로 응원하지만, 국가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은 예외가 없다"며 "모호한 구석이 많고 특정 4개 기획사를 중심으로 처음부터 설계돼 시장 불공정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에서 문제를 제기했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JYP가 패노메논 상표권을 선점한 점을 문제 삼았다. 그는 "이 계약서에서는 이 상표권들을 국가가 사용하고자 해도 JYP의 허락을 받아야만 쓸 수 있게끔 돼 있다"며 "매년 무기한으로 예산은 수백억원씩 들어가는데 기형적인 구조"라고 지적했다.

진행자가 박 위원장이 상표권 선점을 막기 위해 JYP가 먼저 출원했으며 추후 협의하겠다고 설명한 점을 언급하자, 배 의원은 국내 상표권 지분의 50%를 정부에 넘기는 것도 계약상 의무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계약서상에 '돌려줄 수 있다'고 돼 있다. 의무 규정이 없다"며 "JYP가 안 줘도 국가는 거기에 대해 왜 우리의 약속을 지키지 않느냐고 물을 수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해외 상표권과 관련해서도 JYP가 굿즈 등에 관한 권리를 회사 몫으로 출원했다며 "아예 우리 정부가 손댈 수 없는 구조로 계약이 설정돼 있기 때문에 계약 자체가 지금 잘못된 사항"이라고 했다. 국감에서 박 위원장에게 해외 지분을 돌려줄 것인지 물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고도 말했다.

계약서에 문체부 측 계약 날짜와 주소, 장관 인적 사항 등이 기재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내놨다. 배 의원은 "여러 가지 법무법인에 문의해서 자문을 받았지만 이런 형태의 기업 간 계약을 많이 하고 있는 법인들에서도 대단히 기이한 형태의 계약서라고 했다"며 "백지수표 같은 계약서에 문체부는 도장만 찍은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박 위원장과 문체부가 설명한 공정성 확보 장치도 서류에서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배 의원은 박 위원장이 방송에서 계약에 공정성을 담보할 세 가지 조항을 넣었다고 설명했고 문체부 장관도 이를 페이스북에 적었지만, 실제 계약서에는 해당 내용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감 이후 기업결합 심사 서류도 받아 확인했다며 "그 서류에도 담겨 있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들은 말씀이 구두로 오간 것 같다고 했는데 계약서상에 명확하게 JYP와 문체부 간 계약은 서면으로만 유효하다고 적혀 있다"고 짚었다.

진행자가 행사 출연진 가운데 4대 기획사 소속 가수는 30% 이내이고 다른 기획사도 참여한다고 하자, 배 의원은 이 역시 구두 합의에 그쳤다고 맞받았다. 그는 "계약서나 기업결합심사서에 본인들이 있다고 주장했는데, 없음을 확인하니까 대단히 당혹스러워했다"고 말했다.

배 의원은 중소 기획사들이 사업 정보를 접하지 못한 채 배제됐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그는 "중소 엔터 기획사들도 가능성 있고 해외에서 활약하는 기업이 많다"며 이들은 사업이 추진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4대 기획사를 중심으로 상표권을 나누는 계약이 설계됐다고 했다.

기획사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사업에 참여했다고 설명한 데 대해서도 받아쳤다. 배 의원은 "수백억원의 손해라는 것은 실은 대단히 감성적인 호소"라며 "그 추산의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이브·SM·YG 같은 기획사들이 수백억원의 손해를 감수하며 사업에 참여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정부가 K팝 산업을 주도해야 하는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명성을 떨치고 있는 K팝, 한류가 어디 대한민국 정부가 주도해서 부흥한 적이 있느냐"며 중소 기획사들의 성장도 시장에서 소비자의 선택을 받아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배 의원은 사업에 투입될 예산과 환원 수익을 명확히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국민 세금이지 않느냐"며 "예산이 들어가는 사업은 언제까지 예산이 얼마가 소요되고 이 사업으로 돌아오는 환원 수익이 얼마인지를 정확하게 추산해야 하는데 일단 계약서도 불투명하지만, 그 추산이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가가 확보한 권한과 수익은 다른 영세한 대중문화 분야에 재투자할 자원이 될 수 있다며, 더 많은 기획사가 참여할 틀과 전담 법인의 운영 방안을 구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krse905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