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AI 부채조달액 한달새 '뚝'…자금 조달 한계 우려 [딥시그널]
<앵커>
초대형 기술기업들과 AI 스타트업들이 벌려놓았던 인공지능(AI) 인프라 관련 대출 규모가 한 달 만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이런 가운데 AI 프런티어 모델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대형 기술기업과 스타트업의 자금 조달 능력에 대한 시장의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딥시그널 김종학 기자와 함께합니다. 빚을 내가며 AI 인프라를 확보하던 추이가 확 꺾였다는데, 어떤 의미입니까?
<기자>
간단히 말하자면 시장이 소화불량에 걸린 겁니다.
그래픽 처리장치와 데이터센터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하듯 돈을 쏟아붓던 시장이, 월가의 인수금융 여력을 앞지르기 시작했다는 진단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모건스탠리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 세계에서 발행한 AI 관련 공모 회사채와 사모대출은 230억 달러로 8월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사상 최대였던 6월의 1130억 달러, 우리 돈 151조 원 규모를 끌어쓰던 것에 비하면 5분의 1 수준입니다.
올해 들어 8월까지 합산으로 미국 투자등급, IG 등급의 회사채 시장에서 우량 기술기업이 약 3060억 달러를 조달한 추이를 감안하면 사실상 추가 대출이 끊긴 셈입니다.
AI 관련 부채 조달 규모를 모두 더하면 4660억 달러로 이미 작년의 4.6배 수준인데, 이를 두고 모건 스탠리는 보고서에서 ‘선발행이 과도하다’고 진단합니다.
상반기에 인수금융 시장에서 너무 많은 빚을 한꺼번에 조달하면서 수용한도를 이미 초과했고, 마침 미국 뉴욕주를 비롯한 전역에서 데이터센터 건설에 대한 사회적 반발이 커지는 점도 배경으로 꼽혔습니다.
<앵커>
미국 대형 기술기업들 조차도 현금흐름이 바닥날 정도라고 하는데, 시장이 숨고르기를 하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기자>
발행 물량이 쏟아지면 자금을 대는 채권 투자자들, 기관들은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할 수 있게 되죠.
대형 클라우드를 굴리는 AWS, 구글 등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이로 인해 막대한 차입 비용을 떠안고 기업가치를 갉아먹는 문제를 일으켜왔습니다.
문제는 AI 경쟁이 가속화하면서 내년에도 올해의 배로 부채 공급이 이어진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의 크레딧 전략 보고서를 보면 하이퍼스케일러의 부채 발행이 2024년 200억 달러 미만이던 것이 올해 2500억 달러 수준, 내년엔 420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전세계 AI 관련 부채를 다 더하면 5750억 달러에 달하는데, 하이퍼스케일러들이 주도하는 막대한 부채 발행으로 인해 장기 금리가 뛰고 시장을 왜곡하는 환경의 한계로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은행들의 태도도 달라졌는데, 일단 대출 심사가 깐깐해졌습니다. 연방준비제도의 대출 담당자설문에서 AI 피해가 예상되는 기업 대출을 줄이겠다는 태도로 돌아선 상황이고요.
미국 대형 은행들 스스로도 AI 인프라 대출을 장부에 오래 남겨두기 보다는 건설 대출이나 브리지론, 프로젝트 패키지 등으로 구조화해서 장기 신용위험을 여러 투자자에게 분산하는 이른바 자본 경량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수조 달러, 우리 돈 수천 조 원에 달하는 반도체 대출을 은행의 자본 여력이나 위험 부담을 쪼개도 감당하기에 너무 크다보니 구조가 복잡해지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불거진 사모신용을 비롯해 부동산 펀드나 기관 자산운용사까지 장기 자본에 돈이 묶이게 되고요.
시카고연방은행의 감독 데이터를 보면 미 대형은행의 AI 인접 노출 비중은 미인출 약정까지 하면 25%에 달한다는 보고서도 나옵니다.
<앵커>
금융위기를 겪었던 시장이 같은 문제를 되풀이 하지 않으려 하는 건데, 사모 시장에선 이미 위험 수준을 넘겼다는 시각도 나온다고요?
<기자>
사모펀드 운용사 칼라일이 이달 발간한 보고서에서 ‘소프트웨어 산업에 과도하게 노출됐다고 비난을 받았던 기관들 다수다 다시 데이터센터를 통해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칼라일에 따르면 하이퍼스케일러의 현금 창출흐름이 거의 소진되어서 내년엔 심지어 마이너스, 설비 증가분의 대부분은 외부자금에 의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컴퓨팅 자원 구축에 앞으로 1조 달러 상당의 사모 신용이 더 필요한 것으로 추산하는데, 이 규모가 사모신용 업계 전체 운용자산 AUM의 절반을 넘는 규모입니다.
칼라일은 데이터센터, AI 관련 신용 위험은 소프트웨어 기업에 대한 대출보다 더 투기적이고 실물경제에 민감하게 움직이는데다 부실에 대한 검증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경계합니다.
이미 하이퍼스케일러들의 CDS프리미엄이 뛰고 있죠.
작년 1분기 38bp 정도에서 4분기에 84bp, 올해 들어서는 9월들어 100bp를 돌파했는데, 잉여현금흐름이 사실상 바닥난 상황을 시장이 반영하고 있다는 소시에테제네랄의 분석도 나와 있습니다.
오라클이 이러한 문제에 가장 취약한 기업으로 지목되는데, 이미 건설 중인 뉴멕시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주피터에 묶인 180억 달러가 전력 확보 문제로 추가 비용을 떠안기 시작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앵커>
인공지능 스타트업의 상장이나 매출 성장이 뚜렷하면 이런 상황을 돌파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오히려 업계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거품이 더 빨리 식을 위험까지 제기된다고요?
<기자>
지난주 상당한 충격을 준 오픈AI의 연환산 매출에 대한 시장의 오해가 대표적입니다.
실제 연간 매출이 아니라 매출이 발생한 달의 12배인 연환산 매출로 추정하다보니 발생한 일인데, 당초 700억 달러가 아닌 500억 달러로 조정이 되어 있죠.
메타가 후발주자임에도 뮤즈 AI로 선두 그룹을 추격하면서 토큰 비용, 매출에 대한 압박도 커졌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토큰 비용을 이미 1/3 수준으로 줄인다는 결정도 알려지기도 했죠
현지시간으로 14일 앤스로픽의 비공개 투자자 설명회가 예정되어 있는데, 내달 상장에 앞서 공개할 미 증권거래위원회의 S-1 상장 신고서가 막대한 AI 투자를 시장이 감내할 수 있을지 가늠할 분기점이 될 전망입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김종학기자 jhkim@hankyungtv.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