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LH의 부채 증가와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12일 국회에서 열린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LH의 부채 증가와 관련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대출 규제 소신을 굽히지 않은 채 '집값 하락은 시간문제'라고 했다. 청년과 신혼부부는 어떻게 집을 사라는 거냐는 질타에는 "안정이 되면 지금 바로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고 답해 논란을 키웠다. 정작 본인은 집을 현금으로 사고 한때 주택 3채를 보유했던 이력이 드러나면서 내로남불 비판도 나왔다.

◆ 대출 6억 한도 더 줄여야…지난달 발언이 발단

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LH 국정감사에서는 이 사장이 지난달 3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 발언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당시 이 사장은 "주택 공급에는 시차가 생길 수밖에 없어서 지금은 대출 규제가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시가 15억원 이하 주택에 적용되는 주택담보대출 6억원 한도를 더 낮춰야 한다는 취지로 받아들여졌다. 그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게 적용되는 주택담보인정비율(LTV) 70%에 대해서도, 대출을 최대한 받아 집을 사려는 경쟁이 집값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대출 규제는 금융당국 소관이어서 당시에도 월권 논란이 일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사장님의 발언이 국민들의 염장을 질러서 그렇다"며 "이 발언을 유지하느냐"고 따졌다. 엄태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런 현실을 외면한 채 내년부터 주택 공급을 책임지는 LH 사장이 대출을 더 조이자고 하면 결국 무주택자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과 뭐가 다르겠느냐"고 비판했다.

여당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년, 실수요자들의 불만이 많다"며 "주택 공급을 빨리해야지 수요를 억제해야 한다는 것은 LH 사장 입장에서 할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복기왕 의원도 LTV를 묶어야 한다는 개인적 소신은 그럴 수 있지만 LH 사장으로서 그런 답변을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 "급락할 가능성 많다"…소신 굽히지 않아

이 사장은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김미애·김은혜 의원이 대출 규제 강화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아직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김은혜 의원이 "대출 줄이면 신혼부부와 청년들은 어디 가서 집을 어떻게 사라는 거냐. 대안 있느냐"고 묻자 이 사장은 "집값이 계속 오른다고 한다면 경쟁적으로 집을 사야 하겠지만, 안정이 되면 지금 바로 집을 사지 않아도 손해를 보지 않는다"며 "급락할 가능성이 좀 많다"고 말했다. 그는 2021년 집값이 정점을 찍은 뒤 고금리로 많이 내려왔던 사례를 들며 같은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이에 김 의원은 "똑같이 얘기하신 분이 있다. 근데 차관에서 옷 벗고 나가셨다"고 꼬집었다.

정동만 국민의힘 의원이 주택가격이 86주 연속 상승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이 사장은 "언제 꺾일지는 모르지만 단지 시간문제"라고 답했다. 그는 LH의 공급 확대와 금리 상승을 근거로 들었다. 공급 확대 효과는 2028년부터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집값을 잡지 못하면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지적에는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이 사장은 발언의 취지에 대해 "가계소득 대비 주거비 부담이 늘어나게 되면 민생에 악영향을 미치고 국가경제에 좋지 않다"며 "국민 전체의 이익이, 사회 전체의 후생이 무엇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생애최초 대출이 집값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는 통계적 근거를 요구받자 관련 자료를 작성해 제출하겠다고 했다.

다만 소관 업무가 아닌 사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한발 물러섰다. 이 사장은 "정책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지 않은데 발언한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금융위 등 관련 업무를 하는 관계부처에 죄송하다. 정부 기조가 아니라 제 생각"이라고 말했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위)과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아래)이 9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범부처 주택 신속공급 점검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지선 국토교통부 장관(위)과 이성훈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아래)이 9월 30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차 범부처 주택 신속공급 점검회의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 세종 아파트 현금 매수·다주택 이력

주택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이 사장의 발언과 본인의 주택 보유 이력 사이의 괴리도 도마에 올랐다. 이 사장은 청와대 국토교통비서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주택 3채를 보유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미애 의원은 이 사장이 2021년 세종시 아파트를 전액 현금으로 매수하고, 처가로부터 서울 강남구 대치동 다가구주택 일부를 상속받은 사실을 거론했다. 김 의원은 "(전액 현금으로 집을 사는) 사장님 같은 분은 많지 않다"며 "이 발언으로 국민들은 이재명 정부가 또 대출을 강화하려 한다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장의 취임사를 거론하며 "본인은 정작 행동을 하지 않으면서 투기를 지적하면 국민들이 뭐라고 판단할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은혜 의원도 아직 등기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이 사장이 여전히 다주택자 지위에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LH는 올해 수도권 8만6000호를 포함해 전국 9만6000호를 착공할 계획이다. 서울 서리풀과 태릉 등 주요 사업지에서는 인허가와 보상, 철거 등의 절차를 병행해 착공 시기를 1년 이상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