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이 사들인 땅이 하필" 분통…일본서 무슨 일이 [도쿄나우]
일본에서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중국인 건물주가 기존 세입자에게 월세를 두 배 넘게 올리겠다고 통보해 주민들이 반발하는가 하면, 도쿄 도심의 고급 아파트를 불법 민박시설로 활용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홋카이도 관광지에서는 중국계 기업의 무단 산림 벌채가 적발됐고, 군사시설 인근 토지를 중국인이 사들이면서 안보 우려까지 제기됐다. 일본 정부는 외국인의 부동산 취득 실태를 조사하고 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계 부동산 소유주와 기존 주민의 갈등은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시작했다. 2025년 도쿄 이타바시구에서는 중국계 회사가 7층짜리 임대아파트를 매입한 뒤 기존 월세를 약 7만엔에서 19만엔으로 2.6배가량 올리겠다고 통보했다. 갑작스러운 임대료 인상에 주민들이 반발하자 건물주는 엘리베이터 운행을 중단시켰다.

고령 주민들까지 계단을 이용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건물주 측은 설비 노후화 등을 이유로 들었지만 주민들은 퇴거 압박이라고 반발했다. 빈 객실에서 무신고 민박 영업이 이뤄진 정황도 드러났다. 결국 언론 보도가 확산한 뒤 건물주는 월세 인상 계획을 철회하고 엘리베이터 운행을 재개했다. 그러나 이미 일부 주민은 집을 떠나거나 퇴거를 결정한 상태였다.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은 홋카이도 니세코에서도 중국계 기업의 부동산 개발이 논란이 됐다. 지난해 6월 중국인이 대표로 있는 기업이 니세코초에서 필요한 신고를 하지 않고 산림을 벌채한 사실이 드러났다. 같은 기업이 추진하던 콘도미니엄 건설 현장에서는 건물 기초 부분이 공공도로 부지를 침범한 사실도 확인됐다.

니세코초는 해당 기업에 원상회복과 시설물 철거를 요구했다. 중국을 비롯한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의 유명 관광지 부동산에 투자하는 가운데 개발 과정에서 환경 훼손과 법규 위반 문제가 불거진 사례다.

중국인의 부동산 매입을 둘러싼 논란은 군사시설 인근 토지로도 번졌다. 야마구치현 세토내해의 가사사섬에서는 중국 국적자가 약 3700㎡의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주민이 7명에 불과한 이 섬은 주일미군 이와쿠니 기지에서 약 20㎞ 떨어져 있다.

매입자 측은 별장을 건설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설명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안보상 중요한 지역의 토지가 외국인에게 넘어가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지역에서는 토지를 다시 사들이기 위한 크라우드펀딩까지 시작됐다.
"중국인이 사들인 땅이 하필" 분통…일본서 무슨 일이 [도쿄나우]
최근엔 도쿄와 오사카 도심의 고급 초고층 아파트인 '타워맨션'을 중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무신고 숙박시설로 이용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숙박객 모집은 중국 소셜미디어(SNS) 샤오훙수(小紅書)를 통해 이뤄진다. 중국인 건물주가 소유한 건물이 청소와 쓰레기 처리를 제대로하지 않아 인근 주민들이 반발하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조사에서도 안보상 중요시설 주변 외국인 부동산 취득 가운데 중국계 비중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2024회계연도 자위대 시설 등 중요시설 주변의 토지·건물 취득은 총 11만3827건이었다. 이 가운데 외국인이나 외국계 법인 등이 취득한 건수는 3498건으로 전체의 3.1%였다. 국가·지역별로는 중국이 1674건으로 외국인·외국계 취득의 약 48%를 차지해 가장 많았다. 다만 조사 대상 지역에서 안보시설의 기능을 방해하는 행위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처럼 중국인과 중국계 기업의 부동산 매입을 둘러싼 논란이 잇따르자 일본 정부도 규제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지난해 11월 외국인의 부동산 보유 실태를 파악하도록 관계 부처에 지시했다. 정부는 부동산 소유권 이전 등기 때 취득자의 국적을 확인하고, 법인이 토지를 취득하는 경우 대표자와 주요 지배 주체의 국적도 파악하는 제도를 추진하고 있다.

지난 2일 정부 전문가 검토회의는 안보상 중요한 토지와 건물의 취득에 사전 허가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외국 정부나 군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에는 원칙적으로 취득을 허용하지 않는 방안도 담겼다. 오노다 기미 외국인정책 담당상은 지난 6일 중요토지조사법 개정안을 조속히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법인의 실질적 소유자를 파악하는 제도도 도입할 방침이다.

다만 일본 정부의 규제 강화 논의가 모든 외국인의 일반 주택 매입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재 구체화한 규제는 안보상 중요한 토지와 건물의 취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불법 민박이나 무단 개발 등은 소유자의 국적과 관계없이 기존 법률에 따라 단속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외국인 관광객 증가와 부동산 투자 확대가 일본 경제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한편, 일부 지역에서는 주거환경 악화와 개발 갈등을 낳고 있는 셈이다. 일본 정부로서는 해외 자본의 유입을 유지하면서 투기성 거래와 위법한 부동산 이용을 억제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