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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위협에 흔들리는 국제 항로…유럽·아시아 운항 비상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항공사들은 1000여편의 운항을 취소했고, 수십편은 다른 공항으로 행선지를 바꿨다. 우크라이나·이란 전쟁으로 주요 항로가 이미 제약을 받던 상황에서 유럽과 아시아를 오가는 주요 길목 가운데 하나인 사우디 영공에도 미사일 위협이 드리운 데 따른 조치다.
사우디 상공은 안전한 통로가 드문 중동에서 믿고 지날 수 있는 하늘길로 인식돼 왔다. 2022년 우크라이나가 영공을 닫고 러시아가 서방 항공기의 자국 영공 진입을 막은 뒤 항공사들의 항로 부담은 계속 쌓여왔다. 올해는 이란 전쟁 여파로 이라크 상공의 주력 항로마저 폐쇄되면서 사우디에 기대는 비중이 한층 커졌다. 이 통로까지 위험해지자 유럽~아시아 간 운항편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이날 항공고시보(NOTAM)를 내고, 사우디에 취항하거나 그 상공을 지나는 미국 항공사들에 높은 수준의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FAA는 "계속되는 군사 활동과 항법 체계 간섭으로 안전상 위험 요인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영공을 통과할 때든 이착륙할 때든 비행의 어느 단계에서나 항공기가 위험에 처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해당 경고는 12월10일까지 효력을 갖는다.
다른 나라들도 잇따라 경고를 내놨다. 프랑스, 캐나다, 독일 정부는 사우디 전체 또는 넓은 범위의 상공이 더는 안전한 비행 공간이 아니라고 자국 항공사에 알렸다. 영국, 호주 등은 국민들에게 리야드 공항을 되도록 이용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지난달 회원국들에 항공 운항이 진행 중인 적대 행위에 휩쓸리지 않도록 대비하라고 거듭 촉구했다. 유엔 산하 기구인 ICAO가 이처럼 강경한 목소리를 낸 것은 이례적이다.
대안으로 거론되는 것은 조지아·아제르바이잔·투르크메니스탄을 잇는 중앙아시아 경로다. 일부 항공사가 이 길로 노선을 돌렸지만 이 경로에도 약점이 있다. 탈레반 정권 아래 있는 아프가니스탄 상공을 거쳐야 한다. 현지 관제 서비스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데다 파키스탄과 맞닿은 국경 부근의 교전 지역도 피해야 해 완벽한 대안이 아니다.
다른 선택지가 마땅치 않아 위험을 떠안는 항공사도 있다. 에어인디아와 튀르키예항공은 후티의 공격 위협을 피하려고 사우디와 이라크의 국경선을 따라 비행경로를 바꿨다. 하지만 새 경로 역시 여전히 위험 지역으로 평가받는 시리아 다마스쿠스 주변을 지난다.
WSJ은 잇단 항로 조정이 승무원 근무시간 한도 관리부터 연결편 시간 맞추기까지 정교하게 맞물린 운항 계획 전반을 흐트러뜨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