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신사 뷰티 스페이스 1'에서 진행한 체이싱래빗 팝업 현장
'무신사 뷰티 스페이스 1'에서 진행한 체이싱래빗 팝업 현장
열흘에 한 번꼴로 간판이 바뀐다. 진열대의 화장품은 물론 공간의 색깔과 분위기까지 달라진다. 서울 성수동 연무장길의 15평 남짓한 공간, ‘무신사 뷰티 스페이스1’ 이야기다. 작은 공간이지만 월평균 약 2만 명이 찾는다.

화장품 팝업스토어가 신진 브랜드의 오프라인 진출 창구로 자리 잡고 있다. 짧은 기간 공간 전체를 브랜드 색깔로 꾸며 제품을 알리고,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체험으로 관심을 끈 뒤 온라인 구매와 상설 매장 입점으로 연결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15평 통째로 쓰는 ‘브랜드 무대’

13일 무신사에 따르면 2024년 문을 연 무신사 뷰티 스페이스1에서 올해 9월까지 진행한 뷰티 브랜드 팝업은 누적 75건이다. 올해 1~9월에도 20여 개 브랜드가 팝업을 열었다. 팝업을 진행한 브랜드의 약 80%는 국내 인디 브랜드였다.

작은 브랜드가 성수 핵심 상권에 매장을 내기는 쉽지 않다. 임대료와 인테리어 비용에 운영 인력까지 부담해야 한다. 제품 종류가 적으면 상설 매장을 채우기도 어렵다. 팝업은 일정 기간 공간을 활용해 고객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대안이다.

화장품은 온라인 설명과 사진만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상품이다. 피부에 발랐을 때의 질감과 향, 색상 등을 직접 확인하려는 수요가 있다. 인지도가 낮은 브랜드일수록 소비자가 제품을 시험해볼 기회를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팝업에서는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체험 콘텐츠로 브랜드의 특징을 전달할 수 있다.

성수동의 유동 인구도 힘이 된다. 패션·뷰티 팝업을 찾는 젊은 고객과 외국인 관광객이 모이는 상권에서 새로운 브랜드를 소개할 수 있어서다. 무신사 뷰티 스페이스1에는 팝업마다 수천 명이 방문하고, 인기 행사에는 열흘 남짓한 기간 1만 명 이상이 몰린다.
'무신사 뷰티 스페이스1'에서 고객들이 트루스오브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무신사 뷰티 스페이스1'에서 고객들이 트루스오브뷰티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피부 온도 재고, 미니언즈 만나고


데일리케어 브랜드 러븀은 지난 4월 22일부터 5월 2일까지 울릉도 해양수 PDRN 겔 마스크와 세럼 등을 앞세운 팝업을 열었다. 제품을 사용한 뒤 피부 온도 변화를 확인하는 체험과 SNS 인증 이벤트를 마련했다. 방문객은 1만 명을 넘었다.

선케어 브랜드 부쉬맨은 지난 7월 15~26일 미니언즈와 협업한 팝업을 운영했다. 여름철 선케어 제품에 캐릭터 콘텐츠를 결합해 방문객을 끌어들였다. 이 팝업에도 1만 명 이상이 찾았다.

온라인 거래액도 같은 기간 증가했다. 러븀의 무신사 뷰티 온라인 거래액은 팝업 기간 전년 동기 대비 약 130%, 부쉬맨은 약 650% 늘었다. 할인과 협업 상품, 계절적 수요 등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증가분 전체를 팝업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오프라인 체험과 온라인 판매를 함께 운영하는 방식이 브랜드의 고객 접점을 넓히고 있다.

팝업 끝나도 제품은 남는다

팝업의 한계는 문을 닫으면 고객과의 접점도 사라진다는 점이다. 무신사는 이를 상설 매장으로 연결하고 있다. 올해 스페이스1에서 팝업을 진행한 브랜드 가운데 약 90%가 지난달 문을 연 ‘무신사 뷰티 홍대’에 입점했다.

홍대 매장은 전체 입점 브랜드의 70% 이상을 인디 브랜드로 구성했다. 지난달 11일 개점 이후 이달 5일까지 전체 거래액에서 인디 브랜드가 차지한 비중은 약 85%였다. 팝업에서 처음 만난 브랜드의 제품을 상설 매장에서도 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인디 뷰티 브랜드는 제품 경쟁력을 갖추고도 고객과 직접 만날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는 데 부담이 크다”며 “브랜드에는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줄 무대로, 고객에게는 새로운 브랜드를 발견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열흘마다 간판 바뀌는 15평짜리 공간…한달 2만명씩 몰린다 [권용훈의 트렌드워치]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