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직원과 찰칵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운데)이 올해 1월 한화시스템 제주 우주센터를 방문해 임직원과 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 임직원과 찰칵 >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가운데)이 올해 1월 한화시스템 제주 우주센터를 방문해 임직원과 사진을 찍고 있다. 한화그룹 제공
“낙관주의는 결코 설 자리가 없습니다.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뚫고 나갈 경로를 확보해 정면 대응해야 합니다. 그래야 100년·200년 한화를 준비할 수 있습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창립 74주년을 맞아 지난 9일 임직원에게 전한 기념사에서 “끊임없는 지정학적 분쟁, 급격한 국내외 산업 환경 변화 등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처럼 말했다. 한화가 올해 창사 이후 처음 재계 순위 5위에 올라섰지만, 김 회장은 성과에 안주하기보다는 위기의식을 갖고 새로운 도전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뿌리 깊은 ‘사업보국’ 신념

김승연 "낙관주의 설 자리 없다"…'200년 한화' 준비할 혁신 당부
김 회장은 “74년 전 한화는 나라에 꼭 필요한 기간산업을 우리가 직접 일구겠다는 일념으로 출발했다”며 임직원, 고객, 주주, 파트너 등에 고마움을 표했다. 이어 “화약으로 시작한 도전은 기계와 석유화학, 금융과 서비스, 에너지, 방위산업, 해양에 이어 이제 우주항공까지 도달했다”며 “성공의 여정으로 한화는 재계 5위 그룹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화그룹 전신인 한국화약주식회사는 6·25전쟁 이후 화약 국산화를 목표로 1952년 출범했다. ‘사업보국(事業報國)’은 국가 재건에 헌신한 창업주 김종희 선대회장 때부터 내려온 한화의 뿌리 깊은 신념이다. 1981년 선대 회장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경영권을 물려받은 김 회장은 올해 취임 45주년을 맞았다. 그가 이끄는 한화는 굵직한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영역을 넓혔다.

2008년 재계 12위이던 한화는 2016년 11위, 2019년 7위로 도약했다. 2015년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계열사 네 곳을 인수한 데 이어 2023년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을 품으며 방산과 조선·해양을 핵심 성장동력으로 키웠다.

김 회장은 한화가 이런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선 각 사업 분야에서 “미래를 창조하는 리더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세 가지 기본자세로 ‘주인의식’ ‘선택과 집중’ ‘도전정신’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먼저 “사업이 곤경에 빠지고 조직이 고비에 처했을 때 책임을 회피하지 않고 앞장서 활로를 찾는 리더라야 우리 미래를 맡길 수 있다”며 주인의식을 강조했다. 또한 복잡해지는 국제 정세와 경쟁·협력 구조 속에서 목표를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방산, 해양, 에너지, 금융, 기계 등 한화가 글로벌 경쟁을 벌이는 전 분야에서 피아 식별의 유효성이 매우 짧아졌다”며 “정확하게 타깃을 설정해 신속하게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했다.

◇도전정신으로 한계 돌파

김 회장은 방산과 해양 분야에서 한계를 뛰어넘은 원동력으로 불굴의 도전정신, 이른바 ‘한화 DNA’를 꼽았다. 그는 “영속적 리더가 되기 위한 인공지능(AI) 기반의 기술 경쟁력 확보 역시 어떤 경우에도 절대로 꺾이지 않는 도전정신으로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주항공 분야의 근간이 국방 AI 역량”이라며 “금융, 기계, 서비스 분야에서도 AI 기반 기술이 뒷받침돼야 명실상부한 리더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화의 다음 과제는 방산과 조선·해양에서 확보한 경쟁력을 우주항공으로 확장하는 것이다. 한화는 2040년까지 우주항공과 AI 분야에 55조원을 투자해 독자 발사체와 위성망, 국방 AI를 아우르는 통합 우주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김 회장은 현장 경영을 위한 올해 첫 행보로 한화시스템 제주 우주센터를 찾았다. 그는 “우주로 가는 것은 한화의 사명”이라고 선언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제조건으로 안전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지난 6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대전사업장에서 폭발 사고가 발생한 만큼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큰 성과는 안전에서 출발하고 안전이 확보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며 “임직원과 가족 모두 안심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드는 게 리더의 기본 자질이자 중점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 “어떤 가치도 안전과 생명에 앞설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회장은 “임직원 여러분과 함께라면 한화가 세계의 중심에서 인류의 더 나은 삶을 보장하는 미래를 창조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든다”며 “지난 74년간 같이 일군 한화를 더 빛나게 만들어 나아가자”고 강조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