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에 전시된 한화그룹 통합 부스 전경.  한화그룹 제공
서울 국제 항공우주 및 방위산업 전시회(ADEX) 2023에 전시된 한화그룹 통합 부스 전경. 한화그룹 제공
“인공지능(AI) 방위산업 등 핵심 사업 분야에서 미래를 좌우할 원천 기술을 보유해야 50년, 100년 영속적으로 앞서나갈 수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올해 초 신년사에서 제시한 그룹의 목표다. 한화그룹은 1952년 한국화약주식회사로 출범한 이후 방산과 에너지, 금융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혔다. 이제는 민간 주도의 우주개발과 첨단 방산 수출, 한미 해양 안보 협력을 새로운 성장 축으로 삼아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민간 우주시대 선도

'5차 발사' 누리호 만든 한화…뉴스페이스 시대 선봉장으로
한화그룹은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 시대에 발맞춰 우주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발사체부터 관측 및 통신 위성까지 아우르는 국내 유일한 우주 밸류체인을 완성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프로젝트의 체계종합기업으로서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7일 이뤄진 누리호 5차 발사에서 75t급 액체로켓엔진을 비롯한 핵심 부품을 공급했다. 4차 발사부터 제작 총괄을 맡은 데 이어 발사 현장에서의 역할도 커졌다. 발사통제센터 22개 콘솔 가운데 20개에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력이 참여했고, 이 중 18명이 직접 콘솔을 운영했다.

김승연 회장
김승연 회장
업계에선 누리호 4차와 5차 발사 성공으로 국내 우주산업의 민관 협력 모델이 정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5차 발사는 한화그룹을 필두로 약 300개 국내 중소·중견기업이 참여해 엔진과 구조체, 전자·제어장비 등 우주 발사체에 필요한 첨단 기술을 공급했다. 한화그룹은 누리호 발사를 통해 축적한 기술력과 실전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향후 글로벌 민간 우주 발사 수요를 공략할 계획이다.

우주항공 사업의 배경에는 발사체부터 위성·통신에 이르는 탄탄한 연구개발(R&D) 역량이 있다. 한화시스템은 국내 민간 기업 중 최초로 소형 합성개구레이더(SAR) 위성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SAR 위성은 전자기파를 이용해 지구 표면의 고해상도 이미지를 구현한다. 2023년 첫 발사에 성공한 뒤 고도 650㎞ 상공에서 지구를 관찰하고 있다.

◇글로벌 방산 시장 확대한다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K9 자주포와 다연장 유도무기 천무 등을 앞세워 유럽과 중동에서 ‘릴레이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 8월에는 세계 최강인 미국에서 육군 기동전술화포(MTC) 사업을 위한 K9 차륜형 자주포(K9MH) 시제품 수출 계약을 맺었다.

한화그룹은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해외 방산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역내 조달 기조를 강화하는 데 따른 선제적 조치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폴란드 군비청과 맺은 천무 유도미사일 3차 실행계약이 대표적이다. 이 계약은 폴란드 방산기업인 WB그룹과 설립한 합작법인을 중심으로 이뤄진다. 현지에 마련한 전용 생산시설에서 유도미사일을 제조해 공급한다.

수출 국가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유럽에서는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크로아티아와 천무 공급 계약을 맺었다. 핀란드와 스페인과는 K9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자주포와 탄약, 정찰·기상 관측 장비를 포함한 패키지 공급을 통해 방산 토털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며 “정부 간 협력과 전략적 외교 지원이 수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MASGA로 한미 해양안보 협력 확대

한화그룹은 한미 조선협력의 상징인 마스가(MASGA) 프로젝트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2024년 미국 필리조선소를 1억달러를 들여 인수한 데 이어 50억달러(약 7조원)를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미국 현지의 선박 건조 능력을 연간 20척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한화필리조선소에 대한 설비 투자와 생산성 혁신을 통해 미국 조선업이 직면한 숙련 인력 부족 문제를 완화한다는 계획이다.

한화그룹의 시선은 미국 해양방산 시장으로 향한다. 국내 조선업계 최초로 미 해군의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 뛰어들었다. 한화필리조선소를 미국 내 핵추진잠수함을 포함한 군함 건조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들여다보고 있다. 잠수함 및 특수선 건조 경험과 고정밀 블록 제작 기술, 전투체계 통합 역량을 바탕으로 미국이 동맹국 기업에 요구하는 산업 역량 강화의 핵심 파트너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