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 창원사업장 내 전용 시험장에서 정격부하 성능시험 중인 380메가와트(㎿)급 가스터빈.  두산그룹 제공
두산에너빌리티 창원사업장 내 전용 시험장에서 정격부하 성능시험 중인 380메가와트(㎿)급 가스터빈. 두산그룹 제공
올해로 창립 130주년을 맞은 두산그룹은 ‘변화 DNA’를 보유한 대표 기업으로 꼽힌다.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든 최근엔 가스터빈과 원자력발전, 수소터빈 등 에너지 설비 분야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AI 전력 설비 정조준

두산의 'AI 종합기업' 변신…데이터센터로 에너지 공급망 넓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청정 전기 생산을 위한 가스터빈과 대형원전, 소형모듈원전(SMR), 해상풍력 등 발전 주기기 부문에서 경쟁력을 높이며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미국 빅테크 기업에 380메가와트(㎿)급 대형 가스터빈 7기를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다. 업계에서는 가스터빈 종주국인 미국 시장에 국산 기술과 제품을 수출한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왔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검증된 성능과 빠른 납기, 미국 현지 자회사의 서비스 지원을 바탕으로 미국에서 수주를 빠르게 확대했다”고 말했다.

박정원 회장
박정원 회장
가스터빈은 최대 1700도의 고온가스를 동력으로 회전해 전력을 생산하는 장치다. 4만 개 이상의 부품과 400개가 넘는 블레이드를 사용한다. 사소한 부품 이상이 치명적 사고와 직결될 정도로 정밀한 설계 및 제작 능력이 요구된다. 가스터빈이 ‘기계공학의 꽃’으로 불리는 이유다.

두산에너빌리티는 2013년부터 340여 개의 국내 산학연 기관과 함께 발전용 대형 가스터빈 개발에 뛰어들었다. 누적 1조원 이상의 투자와 기술 개발로 2019년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력을 꾸준히 검증받으며 지금까지 국내외 총 23기의 가스터빈을 수주했다.

증설도 추진 중이다. AI 붐으로 늘어난 전력설비 수요를 잡기 위해서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창원사업장 연간 생산 규모를 2028년까지 기존 8기에서 12기로 늘릴 계획이다. 가스터빈 누적 수주 규모를 2030년 45기, 2038년 105기로 확대하겠다는 중장기 목표를 세웠다. 가스터빈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차세대 수소 터빈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원전 분야에서 두산에너빌리티는 ‘글로벌 SMR 파운드리’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말 미국 엑스에너지와 Xe-100 고온가스로 SMR 16기의 핵심 소재인 단조품을 선제 확보하기 위한 예약계약을 맺었다. 올해 5월에는 영국 롤스로이스 SMR의 전략적 파트너로 선정됐다. 최근에는 미국 테라파워의 초도호기에 적용되는 원자로 보호용기와 자재구조물, 내부구조물 등 핵심 기자재 제작 사업을 따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창원사업장에 세계 최초로 SMR 전용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2028년 완공이 목표다. 본격 가동하면 현재 연 12기 수준인 SMR 생산능력이 20기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첨단소재 등 미래 먹거리 낙점

차세대 에너지원인 수소 분야에서도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의 수소연료전지 사업이 대표적이다. 주력 사업인 발전용 인산형연료전지(PAFC) 등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지난 9월에는 ㈜두산의 미국 자회사 하이엑시엄과 5014억원 및 3222억원 규모의 PAFC 공급계약을 맺으며 미국 시장에 진출했다.

두산그룹은 반도체 및 첨단소재 분야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했다. ㈜두산 전자BG는 AI 반도체에 들어가는 동박적층판(CCL)을 제조한다. CCL은 전자제품의 신경망 역할을 하는 인쇄회로기판(PCB)의 핵심 소재다. AI 가속기에는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고 고온의 가동 환경에서도 변형되지 않는 고성능 CCL이 필수다.

㈜두산 전자BG의 CCL 제품에는 지난 50년간 축적한 소재 기술력이 집약됐다. CCL 품질을 결정하는 핵심은 다양한 소재 간 최적 조성 비율이다.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분자 수준의 정밀한 화학적 결합과 소재 간 유기적 상호작용, 물질 특성의 최적화 등 고난도 기술이 필요하다. 전자BG는 이 분야의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테크 기업 등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공장 가동률은 100%를 웃돌았다.

전자BG는 2024년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9000억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AI 데이터센터용 하이엔드 CCL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증설 투자도 추진하고 있다. 국내에는 약 4200억원을 들여 광모듈용 CCL 생산라인을 증설하고, 중국에는 약 5500억원을 투입해 AI 가속기·네트워크 스위치용 CCL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2028년 하반기부터 순차적으로 가동하는 게 목표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CCL 공장 증설로 주요 고객사의 대형 발주에 안정적으로 대응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