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우렁각시의 새벽
‘원래’ 그런 것인 줄 알았다. 아무리 늦게 퇴근한 날이라도 다음 날 출근하면 쓰레기통은 비워져 있고, 화장실 물기는 닦여 있으며, 회의실 책상은 정돈돼 있는 것인 줄 알았다. 누군가가 치웠겠거니 생각하면서도 그들을 본 적이 없었고 그들이 언제 어떻게 출근하는지 궁금해한 적도 없다.

그들의 존재를 실감했을 때는 책상에 놔둔 종이컵이 그대로 있는 것을 마주한 어느 휴일 출근일 정도였다. 농부가 집을 비운 사이 청소를 하고 농부가 돌아오기 전 다시 껍데기 속으로 들어가는 전래동화 속 우렁각시처럼, 수많은 청소 용역 근로자는 도시의 새벽을 열고 다른 근로자의 아침이 시작되기 전에 모습을 감춘다.

도심 건물의 청소 용역을 담당하는 근로자의 근로계약서상 근무 시작 시각은 오전 6~7시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이른 새벽 4~5시가 많다고 한다. 오전 6시나 7시부터 일을 시작하면 대다수 근로자가 출근하는 오전 9시 이전에 청소를 마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느 정치인의 연설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강남으로 향하는 새벽 첫차가 가장 붐비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근로계약서상 근무 시작 시각을 현실에 맞춰 오전 6시 이전으로 수정하면 간단할 것 같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야간근로수당이다.

근로기준법은 야간 노동이 근로자의 몸에 주는 부담을 인정하고 그 대가를 보장하기 위해 오후 10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를 야간근로시간으로 정의하고 이 시간 이뤄진 근로에는 통상임금의 50% 이상을 가산해 지급하도록 정하고 있다.

따라서 근로계약서상 근무 시작 시각을 오전 6시 이전으로 정해 놓으면 단순히 근로계약서 변경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시적인 야간근로수당 지급 의무를 공식화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용자는 이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건물 내 다른 근로자의 출근 시각 전에 청소를 마치기 위해 청소 용역 근로자들이 새벽 첫차를 타고 나와 오전 6시 이전부터 업무를 시작하더라도 이런 ‘필연적’인 조기 출근은 ‘자발적’인 것으로 처리돼 야간근로수당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가능한 한 낮은 단가로 청소 용역 계약을 맺으려는 원청, 그런 원청의 요구를 인건비를 낮춰 맞추려는 용역업체, 주간에 청소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 원청 근로자 모두가 이런 상황에 공동의 책임이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런 책임을 부담하는 것은 가장 약한 고리에 있는 청소 용역 근로자가 될 수밖에 없다. 도심 속 건물의 정돈된 아침이 청소 용역 근로자의 권리를 담보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오전 6시 이전에 청소 용역이 이뤄져야 한다면 근로계약서상으로도 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이에 대한 야간근로수당을 정당하게 지급해야 할 것이다. 원청도 낮은 단가만 고수할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새벽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급할 자세가 돼 있어야 한다.

근로계약서의 형식적인 근로 시간 뒤에 실질적인 근로가 숨어 있어서는 안 된다. 깨끗한 아침은 ‘원래’ 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밤새 도시가 잠들어 있는 순간 부지런히 움직이는 수많은 우렁각시의 새벽과 바꾼 결과인 것이다.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 뒤에 있는 타인의 근로 가치를 제대로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대가와 존중을 돌려주는, 그리하여 ‘수많은 우렁각시의 새벽을 지켜주는’ 성숙한 사회가 되길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