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굿바이, 잠실야구장
(드넓은) 잠실야구장 ‘1호 홈런’ 기록의 주인공은 프로나 대학팀 선수가 아니라 고교생이다. 잠실구장이 문을 연 1982년 야구 명문 경북고의 3학년이던 류중일 선수다. 당시는 고교 야구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시절이다. 그 끝자락 즈음에 야구의 재미에 눈을 떠 동대문야구장을 들락거리기도 했는데, 우연히 TV 중계로 류중일 선수의 홈런 장면을 봤다. 덩치가 크지도 않은 유격수가 담장을 넘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어서인지 여태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잠실야구장 개장 기념 대회에 초청된 고교 야구 빅4는 경북고를 비롯해 부산고, 군산상고, 천안북일고였다.

잠실구장은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개최와 서울올림픽 야구 경기를 위해 지어졌다. 김재박의 유명한 ‘개구리 점프’ 번트와 한대화의 역전 3점 홈런으로 일본을 꺾고 우리나라가 처음으로 세계선수권을 제패했다. 개장 첫해부터 한국 아마야구 영광의 무대가 된 셈이다. 하지만 이후 바로 프로야구가 잠실의 주인 자리를 꿰찼다. MBC 청룡과 그 뒤를 이은 LG 트윈스 그리고 몇 년 뒤 두산 베어스가 홈구장으로 쓰면서다. 최동원의 한국시리즈 나홀로 4승, 박철순의 22연승 행진과 마감 등 수많은 명승부가 잠실에서 펼쳐져 야구팬들을 울고 웃게 했다. 프로야구 원년부터 올해까지 45시즌의 역사를 함께한 잠실벌이다.

올 시즌을 마지막으로 잠실야구장이 재건축에 들어간다. 연말 철거를 시작해 2032년 초 3만 석 규모(현재는 2만3750석) 돔구장으로 다시 태어난다. 애초 4만 석 정도를 기대했던 데서 크게 줄어 다소 아쉽지만, 비시즌 때 K팝 공연장 등으로 활용된다고 하니 잠실의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듯하다. 그사이 프로야구는 야구장으로 리모델링한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진행된다.

오늘은 잠실구장의 프로야구 마지막 경기로 두산-롯데전이 열린다. 다음달 14일 왕년의 스타들이 총출동하는 ‘잠실 더 라스트 이닝’이 끝나면 진짜 작별이다. 잠실구장은 ‘라스트 이닝’을 맞지만, 추억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야구가 계속되는 한 팬들에게 잠실야구장은 마음속 ‘꿈의 구장’으로 오래도록 남을 듯하다.

김정태 수석논설위원 in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