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소비자들이 야장을 즐기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20대 여성 소비자들이 야장을 즐기고 있다. /사진=독자제공
"빙하기 오기 전에 빨리 먹어야 해요. 야장에 미친 여자 '야미녀'입니다."

20대 직장인 여성 A씨는 야외에서 먹는 자리, 일명 '야장'을 두고 이 같이 말했다. A씨에게 야장은 한정된 계절에만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빙하기가 오기 전'이라는 표현을 붙인 야장 인증 게시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야장 식당을 큐레이션한 계정도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야장 과몰입'에 빠진 건 A씨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20대 10명 중 6명은 지금보다 야장이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다. 20대에게 야장은 단순히 '밖에서 먹는 자리'를 넘어 특정 계절에만 즐길 수 있는 경험소비로 자리를 잡았다.

20대 10명 중 7명 "야장 좋아해요"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사진=인스타그램 갈무리
8일 한경닷컴이 진학사 캐치에 의뢰해 20대 1043명을 대상으로 야장 이용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야장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는 응답은 70%를 차지했다. 8%만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보통'은 22%를 차지했다.

'긍정적'이라고 대답한 응답자 중 20~24세는 75%, 여성은 72%로 조사됐다. '20대 초반 여성'일수록 야장을 긍정적으로 인식한 셈이다. 야장이 '돈 되는 장사'로 떠오른 배경엔 20대 초반 여심이 있었던 셈이다.

실내와 야외 좌석을 비교했을 때, 20대는 야장을 더 선호했다. 야장 선호는 70%인 반면, 실내 선호는 14%에 불과했다. '차이 없음'은 16%로 집계됐다. 야외 좌석 유무가 20대 소비자를 끌어모으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다.

20대들은 야장을 이용하는 이유로 '분위기'를 꼽았다. '야외 특유의 분위기와 감성 때문'이란 응답이 6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실내보다 개방감이 있어서'(21%), '친구·연인 등과 어울리기 좋아서'(17%), '거리·상권 자체를 즐기는 느낌이 들어서'(9%), '사진·SNS 콘텐츠를 남기기 좋아서'(8%) 등의 반응이 포착됐다.

20대들은 야장을 더 목말라했다. 응답자 중 60%는 "지금보다 야장을 확대해야 한다"고 답했다. '현재 수준 유지'는 35%.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은 5%에 그쳤다. 야장 선호도가 높을수록 '확대 찬성' 비율도 뚜렷하게 상승했다. '야장 훨씬 더 선호'한다고 답한 응답자들 중에선 86%가 확대에 찬성했다. 반면 '실내를 훨씬 더 선호'한다는 응답자들의 경우 19%만 확대하는 데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야장 확산에 건물·거리 곳곳 변화

외국인 관광객들이 야장을 즐기고 있다. /사진='my first korea'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외국인 관광객들이 야장을 즐기고 있다. /사진='my first korea' 인스타그램 계정 갈무리
2030의 야장 선호는 SNS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이날 기준 인스타그램 '야장' 해시태그 게시물은 6만7000건을 넘었다.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한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도 야장을 소개한 콘텐츠가 올라온다. 야장을 발음 그대로 영문으로 표시한 'yajang' 혹은 보도 위라는 의미의 'on the sidewalk'로 표시해 설명하는 식이다.

SNS에서 야장 언급량은 봄과 가을마다 치솟았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썸트렌드의 야장 트렌드 분석에 따르면 최근 2년간 언급량은 4~6월과 9~10월에 두 차례 상승했다. 여름인 7~8월과 겨울인 12~2월엔 언급량이 줄어드는 흐름이 반복됐다.

5월 기준 커뮤니티 언급량은 지난해 1541건에서 올해 2433건으로 58% 증가했다. 언급량 증가 흐름은 커뮤니티, 블로그, 인스타그램 모두 급증했다. 알고리즘 효과에 기댄 소비가 아니다. 실제 소비가 확장된 트렌드라는 게 썸트렌드의 분석이다.

20대들이 야장에 지갑을 열자 옥외영업 장소도 옥상 등 건물 곳곳으로 확장됐다. 한경닷컴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서울시 자료를 보면 '1층' 옥외영업을 신고한 업소는 2021년 158곳에서 지난 8월 기준 1288곳으로 8배 이상 늘었다. 발코니 등 '2층 이상'의 경우 같은 기간 4배 이상 늘어난 137곳으로 확인됐다. 루프탑 같은 옥상은 168곳으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여러 층이나 공간을 함께 활용하는 복합업소는 7곳에서 40곳으로 늘었다.

"야장, 감성적 소비 확산의 하나"

다만, 20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야장을 확대할 경우 우려되는 점을 묻자 응답자 중 54%가 '밤늦은 시간의 소음·고성'을 꼽았다. '쓰레기·악취 등 거리 환경 악화'(30%), '보도·도로 점유로 인한 보행 불편'(25%), '흡연·간접흡연 문제'(25%) 등의 우려도 언급됐다.

전문가들은 야장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일반적인 소비문화가 되려면 한 번의 호기심으로 찾은 경험이 재방문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야외 공간을 쾌적하게 조성할 뿐 아니라 화장실 등 기본적인 편의시설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주변 골목상권과 연계해 야장만의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도 재방문을 이끌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홍주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야장은 사람들이 기능적 소비에서 경험적·감성적 소비로 이동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며 "야장다운 경험을 유지하면서도 주민과 보행자가 불편을 겪지 않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지속적인 야장 문화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박수빈/홍민성/김대영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