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릭스미스가 연세대 의대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한 고형암 CAR-T(키메릭 항원수용체 T세포) 치료제 전임상 연구 결과가 국제 학술지에 실렸다.

헬릭스미스는 국제 면역항암 분야 권위 학술지 ‘저널 오브 이뮤노테라피 오브 캔서’(JITC)에 난소암 및 위암 CAR-T 치료제 전임상 결과를 발표했다고 8일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고형암 분야에서 난제로 꼽혀온 표적 발굴, 종양 부위로의 전달, 세포 지속성 문제를 함께 다뤘다”고 설명했다.

헬릭스미스는 L1CAM을 인식하는 H8 항체를 제공하고 CAR-T 연구물질의 제작·특성 분석·제공에 참여해, 이준섭 헬릭스미스 연구소장이 공동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이번 공동연구를 통해 헬릭스미스는 환자유래 동물모델에서 L1CAM 표적 CAR-T의 항종양 효과를 확인했으며, 이를 바탕으로 고형암 세포치료제 개발 연구를 지속할 계획이다.

CAR-T는 면역세포인 T세포가 암세포 표면의 특정 표적을 알아보고 공격하도록 유전자를 조작한 세포치료제다. 이번 연구는 일부 난소암과 위암 세포 표면에 나타나는 L1CAM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았다. 연구진은 CAR-T가 표적을 인식하고 공격하는 능력을 높이기 위해 여러 구조를 비교했다. 그 결과 특정 연결 부위(IgD-IgG1)와 두 가지 세포 활성화 신호(CD28·ICOS)를 결합한 구조가 시험한 후보 가운데 L1CAM을 가진 암세포에 가장 우수한 공격 능력을 보였다.
난소암 환자유래 동물모델에서 L1CAM 표적 CAR-T 투여 후 종양 신호 변화를 관찰한 생체발광 영상. 치료군에서 대조군 대비 종양 신호의 현저한 감소와 소실 양상이 나타났다. 헬릭스미스 제공
난소암 환자유래 동물모델에서 L1CAM 표적 CAR-T 투여 후 종양 신호 변화를 관찰한 생체발광 영상. 치료군에서 대조군 대비 종양 신호의 현저한 감소와 소실 양상이 나타났다. 헬릭스미스 제공
공동 연구진은 난소암 환자 227명과 위암 환자 132명의 종양조직을 분석했다. 난소암에서는 L1CAM 단백질이 많이 나타나는 환자들이 적게 나타나는 환자들보다 생존기간이 짧았으며,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도 확인됐다. 이는 L1CAM을 겨냥한 치료법을 연구할 근거를 더한 결과다. 위암에서도 L1CAM이 많이 나타나는 환자들이 있었지만, L1CAM의 양과 생존기간 사이의 뚜렷한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

난소암 환자유래 암세포를 이식한 동물모델에서 L1CAM 표적 CAR-T를 단회 저용량으로 복강 내 투여한 결과, 연구진은 투여 후 1주 이내 종양 완전 소실이 관찰됐다고 보고했다. 이는 생체발광 영상으로 종양 신호를 추적한 평가 결과다. 다만 일부 치료 개체에서는 잔존 종양 신호도 관찰돼, 장기적인 반응 지속성과 잔존 종양에 대한 추가 평가가 필요하다.

위암 환자유래 동물모델에서는 CAR-T를 투여한 일부 개체에서 종양 억제가 확인됐다. 이 모델의 한 개체에서는 투여 후 150일이 지난 시점에도 CAR-T 세포가 검출돼 체내에서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위암에서 개체별 치료 반응에 차이가 나타난 이유로, 종양에 존재하는 L1CAM의 양과 분포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별도의 난소암 세포주 복강 모델에서는 복강 내 투여가 정맥 내 투여보다 종양 제어에 유리했고, 초기 CAR-T 세포 신호도 더 강하게 관찰됐다. 이는 복강 내에 퍼진 종양을 겨냥할 때 투여 경로가 치료 효과에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에서 평가한 면역결핍 동물모델에서는 체중 변화, 간·신장 기능 지표, 뇌를 포함한 주요 장기 조직검사에서 뚜렷한 이상이 관찰되지 않았다. 다만 정상적인 면역체계를 갖춘 모델에서의 장기 면역반응과 독성은 평가하지 않았다. 이번 결과는 전임상 단계의 연구 성과로, 실제 환자에서의 안전성과 치료 효과는 향후 임상시험을 통해 확인해야 한다.

이준섭 헬릭스미스 연구소장은 “이번 국제학술지 게재는 고형암을 겨냥한 L1CAM 표적 CAR-T의 치료 가능성을 확인한 의미 있는 성과”라며 “특히 환자유래 모델에서의 효능과 전달 경로 최적화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향후 CAR-T 세포치료제 연구의 중요한 기반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는 한국신약개발사업단(KDDF), 한국연구재단 및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