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참아'…1만명 사는 동네에 관광객 2000만 몰리더니
일본 도쿄 근교의 대표 관광지인 가나가와현 하코네마치가 1인 1박당 350엔(약 3000원)의 숙박세를 부과한다. 연간 2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수용하면서 쓰레기 처리와 소방·구급, 도로 정비 등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있지만 기존 세제와 지방교부세 체계로는 이를 충분히 충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7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하코네마치의회는 지난 2일 숙박세 조례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호텔·여관·민박 등의 숙박객에게 1인 1박당 350엔을 부과하는 내용이다. 연간 세수는 약 14억엔으로 예상된다. 현재 하코네마치의 연간 세수가 약 60억엔인 점을 감안하면 세수가 20% 이상 늘어나는 셈이다. 총무성의 동의를 얻으면 2028년 4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일본의 숙박세는 지방세법에 정해져 있지 않은 ‘법정외세’다. 현재 50곳이 넘는 지방자치단체가 도입했고 약 20곳이 추가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다만 기존 숙박세는 모두 관광진흥 등 특정 용도로만 쓸 수 있는 ‘목적세’다.

하코네마치가 추진하는 숙박세는 이와 달리 사용처를 제한하지 않는 보통세다. 숙박세 수입을 관광정책뿐 아니라 쓰레기 처리, 소방서 재건축, 고규격 구급차 도입, 도로와 하수도 정비 등 일반 행정비용에도 투입할 수 있다. 가쓰마타 히로유키 하코네마치장은 “관광객과 주민 모두가 안전과 안심을 체감할 수 있는 정책에 폭넓게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코네마치가 전례 없는 방식을 택한 것은 관광객 규모에 비해 인구가 지나치게 적기 때문이다. 하코네마치 인구는 약 1만 명에 불과하지만 연간 관광객은 2000만 명을 넘는다. 관광객이 주민의 2000배에 달하는 셈이다.

이에 따라 행정비용도 인구 규모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크다. 2024회계연도 쓰레기 처리비는 연간 7억7000만엔으로 인구 5만~6만 명 규모 지방자치단체와 비슷한 수준이다. 산간지역 곳곳에 온천지와 별장지가 흩어져 있어 소방비와 하수도비도 비슷한 인구 규모 지자체의 2배 이상이 든다.

하지만 현행 지방재정제도는 이런 관광객 수용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하코네마치는 1958년 이후 지방교부세를 받지 않는 불교부단체다. 관광 관련 세수와 별장·숙박시설에서 나오는 고정자산세가 많아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기 때문이다.

반면 지방교부세 산정 때 재정수요는 주민 약 1만 명을 기준으로 계산된다. 연간 2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을 수용하는 데 필요한 쓰레기 처리와 소방·구급 등 비용은 사실상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겉으로는 재정이 탄탄해 보이지만 실제 살림은 훨씬 빠듯하다는 게 하코네마치의 설명이다.

재정 압박은 앞으로 더 커질 전망이다. 하코네마치는 2028회계연도 이후 매년 약 10억엔의 재원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2019년부터 새로운 자체 재원 확보 방안을 검토해왔고 주민과 숙박·관광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의견 수렴을 거쳐 보통세 형태의 숙박세 도입을 결정했다.

비슷한 시도는 홋카이도 비에이초에서도 있었다. 비에이초는 2025년 6월 보통세 방식의 숙박세와 주차장 이용세 조례안을 가결했지만 주민을 과세 대상에서 제외한 점과 일부 사업자의 반발 때문에 총무성 동의를 얻지 못했다.

하코네마치는 이런 문제를 피하기 위해 주민에게도 숙박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과세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다. 주민의 약 60%가 숙박·음식 등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어 지역 내에서도 현재까지 큰 반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코네마치가 총무성 동의를 받아 제도를 시행하면 일본에서 처음으로 숙박세를 관광진흥에 한정하지 않고 일반 행정재원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된다. 관광객 급증으로 행정비용이 불어나는 다른 관광지에도 추가세금 도입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