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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발디와 피아졸라의 사계 느껴보세요, 그 차이를"
인터뷰 - 바이올리니스트 한수진
英 명문 악단과 '사계' 녹음
24일부터 통영·대구 등 공연
英 명문 악단과 '사계' 녹음
24일부터 통영·대구 등 공연
한수진(40)은 열다섯 살이던 2001년 폴란드 비에니아프스키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2위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다. 20대 중반 턱 수술 후 6년간 회복기를 거쳐 2024년 워너 클래식스에서 첫 정규 앨범 〈An Die Musik〉를 냈다.
바이올린 협주곡인 비발디의 ‘사계’는 음악계의 단골 테마다. ECO도 사계로 작업한 다른 음반이 있었다. 그런데도 한수진은 자신만의 사계를 선보이고 싶다는 마음을 품어왔다. 그는 해양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두 살 때 영국 맨섬으로 이주해 3년 반을 보내며 사계절을 세 번 겪었다. “맨섬에선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만날 수 있었어요. 자연을 생생하게 담은 음악으로서의 사계도 자연스럽게 다가왔죠.”
녹음은 4일간 애비로드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1931년 탄생한 세계 최초 녹음 전문 스튜디오인 이곳은 비틀스, 퀸, 아델, 오아시스 등 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아티스트들이 작업하던 음악의 성지다. 한수진은 “생각보다 음향이 건조해 놀랐다”면서도 “느린 악장이 잘 맞았다”고 했다.
상임지휘자가 없는 ECO와는 디렉터 역할을 맡아 작업했다. “방향성이 다를 때 근거를 갖고 설명하니 악단도 단번에 ‘너무 좋다’며 같은 방향으로 나왔다”고 했다. 비발디 해석의 핵심은 악보에 드러나지 않는 리듬이다. 그는 “내면의 리듬을 드러내야 비발디 특유의 생동감이 살아난다”고 설명했다.
비브라토(한 음을 떨 듯 내는 기법)는 꼭 필요할 때만 사용했다. 담백한 바로크 스타일과 다채로운 색채를 보여주는 후대 스타일을 절충한 결과다. “당대의 연주법만 상상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바흐도 훨씬 더 다양해진 지금의 연주법을 본다면 좋아했을 것 같아요.”
20세기 탱고 음악으로 탄생한 피아졸라의 사계에선 사계절 변화를 마주하는 내면에 초점을 맞췄다. 항구도시 부에노스아이레스가 배경인 만큼 바다 공기의 끈적임이 있다고 했다.
“피아졸라의 사계엔 탱고 리듬이나 재즈 요소도 있으니 완전히 다른 세상이죠. 비발디와의 공통점은 계절뿐이에요. 피아졸라의 겨울에는 비발디 여름의 모티프가 나오는데, 비발디에선 여름 폭풍우 같던 것이 피아졸라에선 시원한 바닷바람처럼 다가와요.”
ECO는 15년 만에 내한해 한수진과 공연한다. 오는 24일 통영, 25일 인천, 28일 대구, 30일 서울 등을 돌며 관객을 만난다. 비발디 ‘사계’와 모차르트 ‘디베르티멘토’ 라장조, 로시니 ‘현을 위한 소나타’ 1번, 브리튼 ‘단순 교향곡’ 등을 연주한다.
다음 녹음 목표로는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꼽았다. “바흐는 평생 해도 준비가 안 될 것 같지만, 지금은 기록을 남겨도 괜찮지 않을까요. 무대에서 가장 고독한 순간도 바흐를 연주할 때지만, 그러면서도 ‘이런 음악이 존재한다’는 데 감사하게 돼요. 바흐만큼 모든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곡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