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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콜센터 컴퓨터 설치…대법 "통상 영업이면 사기방조 아냐"
"범행에 현실적으로 기여했는지 따져야"
컴퓨터업자 1·2심 유죄→대법 파기환송
"구체적 범행 인식·방조 고의 단정 어려워"
컴퓨터업자 1·2심 유죄→대법 파기환송
"구체적 범행 인식·방조 고의 단정 어려워"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사기방조 혐의로 기소된 컴퓨터 수리·판매업자 A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중·고교 동창 B씨의 부탁을 받고 2024년 11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경기 시흥의 한 사무실에 컴퓨터 등 집기를 설치하고 사무실 이전 작업을 해줬다.
이 사무실은 B씨 일당이 운영하던 보이스피싱형 투자사기 콜센터였다. 일당은 불특정 다수에게 "주식정보 사이트 가입비를 환불해주겠다"고 접근한 뒤 "코스닥 상장 예정 공모주를 싸게 살 수 있다"고 속여 피해자 11명으로부터 약 4억2592만원을 가로챘다.
쟁점은 A씨의 영업활동을 사기 범행에 대한 '방조'로 볼 수 있느냐였다.
1·2심은 A씨가 사기 범행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 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지시를 받아 컴퓨터를 처분하거나 SSD를 초기화한 점, 사무실 창문이 암막 시트지로 가려져 있었던 점, 내부 보드판에 '비상장주식'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사기방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방조범이 성립하려면 단순히 정범에게 도움을 줬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봤다. 방조 행위가 범죄 실현과 밀접하게 관련돼 범죄 결과가 발생할 가능성을 높이는 등 범행에 현실적으로 기여했다고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대법원은 A씨의 행위가 본래 해오던 영업활동의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점에 주목했다.
A씨는 2020년부터 컴퓨터 출장 수리·판매업을 해왔고 B씨에게도 통상적인 수준의 설치대금만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수익을 별도로 나눠 받거나 B씨 외 다른 조직원과 연락한 사실도 없었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을 종합하면 A씨의 행위는 통상적인 영업활동이 B씨 일당의 범행에 단순히 이용된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단했다. 컴퓨터 설치 등이 결과적으로 범행에 도움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사기방조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취지다.
방조의 고의 역시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고 봤다. A씨가 SSD를 초기화하거나 사무실 내부에서 '비상장주식
등의 문구를 접했다는 사정만으로는 B씨 일당이 어떤 방식으로 피해자들을 속이고 돈을 가로채는지 구체적으로 인식하면서 범행을 돕겠다는 의사까지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유진 기자 magiclam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