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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압류한 돈, 나중에 계약 취소해도 못 없애"…대법, 판례 뒤집어
대법원 전원합의체(재판장 조희대 대법원장, 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29일 채권자 김모씨가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추심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관 11명이 전원일치로 내린 판결이다.
사건은 한 바이오가스 발전 사업의 매매 계약에서 시작됐다. 사업을 운영하던 B사는 A사에 사업을 8억5000만원을 받고 넘기기로 계약했다. B사에 돈을 받을 권리가 있던 김씨는 B사가 A사에 지급할 양도대금 중 3억5000만원을 가압류했다. 돈을 받더라도 마음대로 처분하지 못하도록 미리 묶어둔 것이다.
하지만 가압류 이후 A·B사는 사업 양수도 계약을 없던 일로 하기로 합의했다. 김씨가 가압류를 본압류로 전환하고 추심명령까지 받아 소송을 제기하자 A사는 계약이 해제돼 더 이상 양도대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맞섰다.
1·2심은 A사 손을 들어줬다. 두 회사가 채권을 없앨 목적으로 계약을 해제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계약 당사자들이 합리적인 이유로 계약을 합의 해제했다면 가압류 이후라도 채권이 소멸했다는 주장을 할 수 있도록 한 2001년 대법원 판례에 따른 판단이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존 판례를 25년 만에 뒤집었다. 이미 채권자가 가압류한 돈을 계약 당사자들이 나중에 합의했다는 이유만으로 없앨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채권을 압류한 이후에도 당사자들이 합의만으로 채권을 소멸시킬 수 있다면 압류 제도 자체가 무력화될 수 있다고 봤다. 계약을 해제하는 것과 그 효력을 압류채권자에게까지 주장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고도 설명했다. 계약 당사자들이 합의해 계약을 끝내는 것은 자유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법적 위험까지 압류채권자에게 떠넘길 수는 없다는 취지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