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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게임에서 잡채 봤어요"…K푸드가 한국으로 오는 길 [이혜원의 미디어 속 한식]
기내 상영까지 확산된 K-Food,
한국행 비행기에서부터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계기 마련
한국행 비행기에서부터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계기 마련
요즘 우리 회사에 한식을 배우러 오는 외국인들에게 종종 이 말을 듣는다. 최근 CNN 다큐멘터리 《K-Everything》이 대한항공, 버진 애틀랜틱 등 기내 엔터테인먼트로 편성되면서,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 이 프로그램을 보고 수업에 와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 프로젝트와 처음 연이 닿은 건 2025년 6월쯤이었다. 이후 수십 차례 메일을 주고받으며 준비했고, 실제 촬영은 그해 겨울에 진행됐다. 그렇게 담아낸 이야기가 올해 5월 방영되기까지, 꽤 긴 시간이 걸린 셈이다.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팬이었던 배우 Daniel Dae Kim(대니얼 대 킴)과 함께 촬영한다는 것만으로도 설레고 행복한 순간이었다.
《K-Everything》은 K-Food, K-Film, K-Pop, K-Drama 총 네 개의 시리즈로 구성된 프로그램으로, Daniel이 직접 한국 문화를 경험하며 오늘날 세계적인 현상이 된 'K'의 힘을 짚어본다. 나는 그중 K-Food 파트에서 Daniel과 함께 영화와 드라마 속에서 선보였던 한국의 대표음식들을 만들며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지금의 K-Food는 K-Film, K-Drama와 떼어놓고 설명하기 어렵다는 걸 보여주는 구성 같았다.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세계적으로 사랑받으면서, 그 안에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음식도 함께 노출된다. 가족이 밥상에 둘러앉고, 친구들이 고기를 구우며 술잔을 기울이고, 아픈 사람에게 죽을 끓여주는 장면들. 음식은 주인공이 아니지만 늘 그 곁에 있다.
화면 속 음식을 만드는 일은 그 장면을 현실감 있게 만드는 작업이다. 시대와 계절, 등장인물의 신분과 상황부터 따져야 한다. 사극이라면 그 시대의 식재료와 조리법, 신분에 맞는 그릇까지 살펴야 하고, 현대극이라면 넉넉한 집의 식탁인지 혼자 먹는 늦은 저녁인지에 따라 밥상이 달라져야 한다. 화면에 몇 초 비칠 뿐이어도, 시청자는 그 안에서 인물의 삶을 읽는다. 음식은 대사를 하지 않지만 많은 것을 말한다.
여기에 배우들이 실제로 먹어야 한다는 조건까지 더해진다. 맛있어 보여야 하고, 여러 번 반복 촬영해도 같은 상태를 유지해야 하고, 배우가 젓가락을 드는 타이밍까지 고려해야 할 때도 있다.
《K-Everything》에서 Daniel과 함께 만든 잡채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했다. 《오징어 게임》 시즌2에는 극한의 게임 끝에 여섯 명만 남은 참가자들에게 마지막 만찬 같은 식사가 제공되는 장면이 있다. 배우들은 잡채를 포함한 정찬 음식을 허기진 듯 먹는다. 그 장면에서 음식은 소품이 아니라, 인물들의 배고픔과 피로, 살아남았다는 사실, 앞으로의 불안까지 함께 보여주는 장치다.
이 변화는 수업 풍경에서도 뚜렷하다. 예전엔 불고기를 'Korean barbecue'(코리안 바베큐)로, 잡채를 'Glass noodles with vegetables'(야채를 넣은 투명 누들)로 풀어 설명해야 했다. 지금은 수강생들이 먼저 "Japchae 만들어보고 싶어요", “한우를 먹어보고 싶어요”, "집에도 Gochujang(고추장) 있어요"라고 말한다. 한국 음식을 어디서 처음 접했는지 물으면, 넷플릭스, 유튜브, 좋아하는 K-Pop 가수의 한식 그리고 가장 대표적으로 K-Film과 K-drama이다.
과거 '한식 세계화'는 주로 한국이 음식을 들고 세계로 나가는 그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힘이 동시에 움직인다. K-Film과 K-Drama가 먼저 세계의 거실로 들어갔고, 그 안에 한국 음식이 자연스럽게 존재하며, 화면에서 그 음식을 본 사람들이 한국을 찾아온다. 지금의 K-Food는 음식 산업만의 성과라 설명하기 어렵다.
이 콘텐츠가 In-flight program으로 편성되었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무척 감개무량하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이 비행기 좌석에 앉아 있는 시간 동안 한국의 문화와 음식을 먼저 만나고, 그 이해를 안은 채 한국에 도착하고 그렇게 한국에 대한 이해의 깊이가 도착 전부터 이미 한 단계 더해진다는 사실이 참 의미있게 느껴진다.
요즘 우리 요리 교실에서는 그 변화의 다음 장면을 종종 만난다. 수업에 들어온 외국인이 웃으며 말한다.
"《K-Everything》에서 봤어요. 비행기에서요."
사실 이 다큐멘터리는 한국인인 나에게도 배우는 게 많았다. 오래도록 익숙하게만 여겨온 음식과 문화를 새로운 시선으로 다시 들여다보게 해준 작품이라, 외국인뿐 아니라 한국 분들께도 꼭 한번 보시라 권하고 싶다.
지금 한식은 접시 위에서만 세계를 여행하지 않는다. 드라마 속에서, 콘텐츠 속에서, 그리고 이제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의 작은 화면 속에서도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어쩌면 한국 여행은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순간이 아니라, 그 작은 화면을 켜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