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런던필하모닉  공연에 긴급 대타 투입된 지휘자 윌슨 응 / 윌슨 응 제공. ⓒ Wilson Ng
27일 런던필하모닉 공연에 긴급 대타 투입된 지휘자 윌슨 응 / 윌슨 응 제공. ⓒ Wilson Ng
현지시간 27일 오후 7시 영국 새프런홀에서 열린 런던필하모닉 오케스트라(LPO) 공연에서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이 데뷔 무대를 가졌다. 클라라 주미 강은 이날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협연했다. 지휘는 공연 당일 긴급 투입된 홍콩 출신 지휘자 윌슨 응이 맡았다. 당초 공연을 지휘하기로 한 런던필하모닉 수석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가 가족 중 응급 환자가 생겨 갑작스럽게 불참했기 때문이다.

윌슨 응이 대체 지휘 요청을 받은 것은 불과 8시간 앞둔 오전 11시였다. 응은 오후 2시30분 런던필하모닉과 첫 리허설을 한 뒤 오후 7시 본 공연 무대에 올랐다. 프로그램은 에롤린 윌런의 '마이티 리버(Mighty River)'와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시벨리우스 교향곡 제 5번이었다. 이 가운데 마이티 리버와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은 윌슨 응이 처음 지휘하는 작품이었다. 불과 몇 시간 만에 악보를 익히고 세계 정상급 악단을 지휘한 셈이다.
런던필하모닉(LPO) 공연에 데뷔한 클라라주미강과 지휘자 윌슨 응 / 윌슨 응 제공 ⓒWilson Ng.
런던필하모닉(LPO) 공연에 데뷔한 클라라주미강과 지휘자 윌슨 응 / 윌슨 응 제공 ⓒWilson Ng.
클라라 주미 강은 이날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런던필과 처음 호흡을 맞췄다.이날 클라라 주미 강은 흔들림 없는 연주로 영국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런던필과 새프런 홀은 공연을 앞두고 클라라 주미 강을 화려한 기교와 깊이 있는 음악성을 갖춘 연주자로 소개했다.
클라라 주미 강, 런던필 데뷔… 가드너 불참에 윌슨 응 '긴급 투입'
공연이 끝난 뒤에는 약 3분간 이례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객석의 박수가 이어지는 동안 런던필 단원들이 일어나지 않은 채 윌슨 응 혼자 무대 앞으로 나가 인사를 받도록 했다. 이른바 '솔로 보우(Solo bow)'였다. 런던필은 지휘자의 단독 커튼콜을 허락하지 않는 오케스트라다. 실제로 2025년 에드워드 가드너가 존 애덤스의 '하모니움'을 지휘했을 당시에도 현지 전문 매체 '씬 앤 히어드 인터내셔널'은 리뷰에서 "오케스트라가 그에게 특별히 솔로 보우를 허락했다."고 별도로 언급했다.

윌슨 응은 한국경제신문과 전화 통화에서 "공연 당일 급하게 지휘봉을 넘겨 받아 단원들이 별도의 무대 인사 시간을 허락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런던필에서 일하는 동안 지휘자의 솔로 보우를 자주 본적이 없어 더욱 기쁘다."라고 덧붙였다.
수석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를 대신해 긴급 투입된 윌슨 응에게 LPO 단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윌슨 응 제공. ⓒ Wilson Ng
수석지휘자 에드워드 가드너를 대신해 긴급 투입된 윌슨 응에게 LPO 단원들이 박수를 보내고 있다. / 윌슨 응 제공. ⓒ Wilson Ng
윌슨응과 런던필의 인연은 지난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응은 2025/26시즌 런던필의 차세대 지휘자 육성 프로그램인 '컨덕팅 펠로십(Conducting Fellowship)'에 선발돼 활동했다. 현재는 펠로십을 마친 '협력 지휘자'로 런던필과 인연을 이어가는 중이다.

윌슨 응의 런던필하모닉 지휘 데뷔 공연은 올해 2월 14일 영국 브라이턴돔에서 이뤄졌다. 거슈윈, 번스타인, 등의 작품을 지휘했고, 이튿날 새프런홀에서도 같은 프로그램으로 공연을 이끌었다. 그는 한국 음악계와도 인연이 깊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시립교향악단 수석부지휘자로 활동했다. 이후에는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수석객원지휘자를 맡아 한국과 홍콩에서 공연을 지휘했다.
긴급 대타 투입 전화를 받고 이동중인 택시에서 악보를 공부하는 지휘자 윌슨 응 / 윌슨 응 제공 ⓒWilson Ng.
긴급 대타 투입 전화를 받고 이동중인 택시에서 악보를 공부하는 지휘자 윌슨 응 / 윌슨 응 제공 ⓒWilson Ng.
첫 무대 리허설 전 대기실에서 악보를 공부하는 지휘자 윌슨 응 / 윌슨 응 제공 ⓒWilson Ng.
첫 무대 리허설 전 대기실에서 악보를 공부하는 지휘자 윌슨 응 / 윌슨 응 제공 ⓒWilson Ng.
긴급 대타 투입된 런던필하모닉(LPO) 공연 직전까지 대기실에서 악보를 공부하는 지휘자 윌슨 응 / 윌슨 응 제공 ⓒWilson Ng.
긴급 대타 투입된 런던필하모닉(LPO) 공연 직전까지 대기실에서 악보를 공부하는 지휘자 윌슨 응 / 윌슨 응 제공 ⓒWilson Ng.
윌슨 응과 런던필하모닉의 인연은 계속된다. 윌슨 응은 내년 1월 23일 런던 로열 페스티벌 홀에서 열리는 런던필하모닉의 콘서트를 지휘할 예정이다.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과 베토벤, 바제비치, 브람스의 음악을 지휘한다.

조동균 기자 chodog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