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람코 "호르무즈 막혀도 韓·日 원유 공급…우회로도 검토"
사우디아라비아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가 미국·이란 군사 충돌과 호르무즈해협 봉쇄에도 한국을 비롯한 주요 아시아 고객에 원유 공급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한국과 일본 등에 구축한 해외 원유 비축도 확대해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위험에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아민 나세르 아람코 최고경영자(CEO)는 24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이란 충돌 이후 원유 수출과 관련해 “공급을 중단한 적은 없다”며 “우리는 고객에게 계속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군사 충돌이 시작된 이후 해외 언론과 단독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나세르 CEO는 일본과 중국, 한국 등 아시아 고객들의 원유 조달 수요가 여전히 강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유 판매 계약을 맺고 있는 일본·중국·한국 고객 기업들로부터 계속 조달 요청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아람코는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대응해 수출 경로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호르무즈해협과 홍해 남쪽의 바브엘만데브해협, 홍해에서 지중해로 이어지는 경로 등 3개 노선을 활용하고 있다. 호르무즈해협을 우회하기 위해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의 원유를 동서 파이프라인을 통해 홍해로 보내는 방식도 확대했다.

동서 파이프라인은 이달 10일 공격을 받아 일시적으로 가동이 중단됐지만 나세르 CEO는 “중단이 발생하더라도 통상 며칠 정도”라며 공급 차질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 파이프라인도 단일 노선이 아니어서 모든 수송망을 동시에 차단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람코는 기존 3개 노선에 더해 새로운 우회 수송로도 추진한다. 나세르 CEO는 “제4, 제5의 경로도 검토하고 있다”며 “시스템의 유연성과 신뢰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주변국을 거치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이나 비축시설 등이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중동 밖에 원유 재고를 확보하는 전략도 강화한다. 아람코는 현재 한국과 일본, 네덜란드 등에 총 5000만배럴에 가까운 해외 비축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나세르 CEO는 이들 비축시설이 군사 충돌 직후 “초기 공급 혼란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한국 역시 아람코의 주요 원유 소비국이자 해외 비축 거점이라는 점에서 중동발 공급망 재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호르무즈해협과 같은 핵심 해상 수송로가 차단되더라도 한국 등에 미리 확보한 재고와 우회 수송망을 활용해 공급을 이어가겠다는 것이 아람코의 구상이다.

다만 사우디의 실제 원유 생산량은 전쟁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사우디의 원유 생산량은 지난 2월 하루 1088만배럴에서 8월 약 624만배럴로 감소했다. 나세르 CEO도 “위기 이전과 같은 수준으로 생산하고 있지는 않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그는 중동산 원유의 중요성이 쉽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란 충돌 이전 페르시아만 연안 산유국은 세계 원유 공급의 약 20%를 담당했다. 나세르 CEO는 중동산 원유에 대해 “대체가 쉽지 않다”며 “걸프 지역은 최고 품질의 매장량과 다양한 유종을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