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룰루레몬
사진=룰루레몬
요가복의 대명사로 성장한 룰루레몬이 '러닝'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룰루레몬은 24일 캐나다 출신 아티스트이자 울트라러너인 제프 맥페트리지와 협업한 '앰플리파이 더 콰이어트' 컬렉션을 출시한다. 룰루레몬의 대표 러닝 라인 '패스트 앤 프리'를 중심으로 남녀 의류와 액세서리를 구성했다. 서울 강남 플래그십과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한정 판매한다.

러닝 열풍에 지갑 열렸다…신발 판매 13% 증가


룰루레몬이 러닝에 힘을 싣는 배경에는 세계적으로 확산한 러닝 열풍이 있다. 운동 자체뿐 아니라 대회 참가와 러닝클럽, 패션 소비가 결합하면서 러닝이 하나의 생활문화로 자리 잡는 흐름이다.

운동 플랫폼 스트라바가 지난해 전 세계 활동 데이터와 3만명 이상의 설문조사 결과를 분석한 결과, 2025년 러닝과 러닝 대회 참여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Z세대에서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2024년과 비교해 스트라바에서 5km 대회를 기록한 Z세대 러너 비중은 38%, 10km는 39%, 하프마라톤은 31%, 마라톤은 33% 증가했다. 신규 러닝클럽은 2025년 3.5배로 늘었다.

소비도 따라붙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서카나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퍼포먼스 신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 증가했다. 이 가운데 러닝화 매출과 판매량은 각각 13% 늘며 성장을 주도했다. 전체 신발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지출을 선별하는 상황에서도 러닝 등 실제 운동을 목적으로 한 제품은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룰루레몬이 이 성장 시장에서 전통적인 러닝 브랜드만 상대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나이키, 아디다스 등 대형 스포츠 브랜드뿐 아니라 온러닝과 호카 등 러닝을 기반으로 성장한 신흥 브랜드들이 시장을 넓히고 있는 상황에서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북미 매출 8%↓…'요가복 제왕' 성장 공식 흔들

룰루레몬 x 제프 맥페트리지 컬렉션/사진=룰루레몬
룰루레몬 x 제프 맥페트리지 컬렉션/사진=룰루레몬
룰루레몬에 러닝 시장 공략이 절실해진 것은 기존 성장 공식이 흔들리고 있어서다.

룰루레몬의 2026회계연도 2분기 매출은 24억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4% 감소했다. 동일점포 매출은 9% 줄었다. 핵심 시장인 미주 지역 매출은 8%, 동일점포 매출은 12% 감소했다. 영업이익도 4억5370만달러로 13% 줄었다. 회사는 2026회계연도 연간 매출 전망치를 103억5000만~105억달러로 낮춰 잡았다. 전년보다 5~7%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룰루레몬을 키운 핵심 품목인 레깅스의 부진이 실적 악화 영향에 컸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 2분기 룰루레몬의 대표 레깅스 제품군 판매는 약 20% 감소했다. 알로요가와 뷰오리 등 경쟁 브랜드가 성장하는 가운데 신제품 혁신과 디자인 문제가 겹치면서 핵심 시장에서 브랜드 영향력이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룰루레몬 x 제프 맥페트리지 컬렉션/사진=룰루레몬
룰루레몬 x 제프 맥페트리지 컬렉션/사진=룰루레몬
실적 둔화는 이미 지난해부터 나타났다. 룰루레몬은 2025회계연도 매출 111억달러를 기록해 전년보다 5% 성장했지만, 미주 매출은 1% 감소했다. 해외 매출이 22% 증가하며 전체 외형 성장을 지탱했다. 여성 제품이 전체 매출의 63%를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핵심 시장과 주력 여성 의류의 동반 부진은 사업 구조 측면에서도 부담이다.

룰루레몬도 문제의 핵심을 제품에서 찾고 있다. 회사는 올해 전략의 한 축으로 신제품 출시 빈도와 종류 확대, 핵심 프랜차이즈 재정비, 제품 개발 기간 단축 등을 제시했다. 경쟁 심화와 소비자 취향 변화 속에서 신제품을 제때 내놓지 못하면 매출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점도 사업보고서에 위험 요인으로 명시했다.

새 CEO도 '나이키 러닝' 출신…러닝으로 외연 넓힌다

사진=룰루레몬 SNS
사진=룰루레몬 SNS
이런 상황에서 나온 제프 맥페트리지와의 협업은 룰루레몬의 러닝 전략을 보여주는 사례다. 단순히 아티스트의 디자인을 기존 제품에 입히는 데 그치지 않고, 울트라러너이기도 한 맥페트리지와 대표 러닝 제품인 패스트 앤 프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제품에는 룰루레몬이 개발한 '눌럭스' 원단과 러닝 중 사용할 수 있는 수납 기능 등을 적용했다. 도심과 자연을 오가는 러닝 환경을 염두에 둔 의류와 일상에서 착용할 수 있는 제품을 함께 구성했다. 러닝을 경기나 운동에 한정하기보다 라이프스타일 영역까지 연결하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룰루레몬이 러닝 사업 자체를 이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회사는 사업보고서에서 요가뿐 아니라 러닝과 트레이닝 등 다양한 운동용 의류·신발·액세서리를 주요 사업 영역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번 컬렉션의 의미는 기존 러닝 제품을 보유하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러닝을 브랜드 이미지 환기의 주요 접점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데 있다.

경영진 교체도 맞물렸다. 룰루레몬은 이달 8일 하이디 오닐을 신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했다. 오닐은 나이키에서 25년 이상 근무했고 최근에는 소비자·제품·브랜드 부문 사장으로 글로벌 제품 전략을 총괄했다. 당시 제품 개발 기간을 줄이고 축구와 러닝 사업의 성장세를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룰루레몬은 설명했다.
사진=룰루레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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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관건은 러닝 열풍을 실제 실적으로 연결할 수 있느냐다. 러닝 시장 자체는 성장하고 있지만 룰루레몬이 강점을 지닌 의류에서는 기존 스포츠 기업과 신흥 브랜드가 동시에 경쟁하고 있다. 미국 러닝화 시장의 두 자릿수 성장만으로 룰루레몬 의류 판매 증가를 예단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2분기 전체 동일점포 매출이 9% 감소한 상황에서 한정판 컬렉션 하나가 실적 흐름을 바꾸기는 어렵다.

다만 이번 협업은 룰루레몬이 '요가·레깅스 브랜드'에 머물 것인지, 러닝을 비롯한 퍼포먼스 스포츠 브랜드로 외연을 넓힐 수 있을지를 가늠할 사례라는 평가다. 러닝 열풍이 일시적인 유행을 넘어 대회와 커뮤니티, 패션 소비가 결합된 시장으로 확장되는 가운데 룰루레몬이 기능성 제품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반복 구매로 연결할 수 있는지 여부가 새 경영진의 과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