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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석 분과위원장 "테슬라의 자율주행 과장, 그냥 넘길 수 없었죠"
신간 '킬 스위치' 펴낸 최영석 소비자주권시민회의 분과위원장
디젤게이트 파헤친 자동차 전문가
"운전보조를 자율주행으로 홍보
사고 나면 운전자가 책임져야
국내서도 제도상 허점 보완 필요"
디젤게이트 파헤친 자동차 전문가
"운전보조를 자율주행으로 홍보
사고 나면 운전자가 책임져야
국내서도 제도상 허점 보완 필요"
최영석 소비자주권시민회의 자동차분과위원장(54·사진)은 23일 인터뷰에서 지난해말부터 국내 시장에 도입된 테슬라 FSD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BMW 화재 등 굵직한 결함 사건에서 기술 분석과 소송 전략을 맡은 전문가다.
그는 최근 한경매거진앤북을 통해 펴낸 <킬 스위치>에도 이 같은 문제의식을 담았다. 그는 “테슬라를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테슬람’의 거센 압박에 국내 언론이 그동안 FSD 관련 보도에 소극적이었던 게 사실”이라며 “혁신 기술이 소수 마니아를 넘어 대중 시장으로 오면 그만큼 책임도 커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 車 데이터 분석가서 ‘결함 추적자’로
최 위원장은 1991년 중앙대 토목과에 입학했지만 자동차의 매력에 빠져 독학으로 제조, 설계를 공부했다. 대학 3학년 때 일본 마쓰다 계열 레이싱 부품업체의 한국 에이전트를 차려 기아차 모터스포츠 팀에 부품을 납품하기도 했다. 1997~2001년 카레이서와 기술 분석가로 활약하며 프로 팀을 운영했다. 그는 “레이싱에선 짧은 시간에 데이터로 문제를 찾아 성능을 끌어올리는데, 그때 익힌 습관이 결함을 찾는 일과 비슷했다”고 회고했다.2015년 KBS 탐사 프로그램 기술 자문이 전환점이 됐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집단소송, 엔진 파손·차량 화재 조사 등에 참여했다. 그의 급발진 재현 입증 논문은 국제 포렌식 학술지 ‘포렌식 사이언스 인터내셔날’에 실리며 분석력을 인정받았다. 최 위원장은 “전공이 달라 업계 이해관계가 없다 보니 보이는 대로 말할 수 있었다”고 했다.
테슬라와의 인연은 2015년 미국 출장에서 시작됐다. 일주일간 테슬라를 타본 뒤 처음엔 신기술에 감탄했다. 당시 국내에서 처음으로 테슬라 시승기를 쓴 것도 최 위원장이다. 다만 기술 검증보다 과하게 앞서가는 마케팅에 불신이 생겼다. 구형 차량용 경량 주행보조 시스템 ‘FSD 라이트’가 미국에서도 검증이 끝나지 않은 채 출시 열흘만인 지난 7월 국내에 급히 적용된 점을 예로 들었다.
◇ “기술수준 따라 담당부서 달라져”
그가 문제 삼는 건 FSD에 담긴 ‘책임 구조’다. 테슬라는 FSD를 운전자 개입 없는 완전자율주행으로 홍보했지만 실제론 운전자가 감독하고 사고 때 책임을 지는 레벨2(부분 자동화) 시스템이라는 것이다.그는 2019년 미국 베나비데스 사건에도 주목했다. 자율주행 모드를 켠 운전자가 휴대폰을 줍다가 보행자와 차량을 들이받아 숨진 사고다. 2025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연방법원은 테슬라의 과장 홍보 책임 등을 인정해 2억4300만달러(약 3351억원)의 배상 평결을 내렸다. 그는 “마케팅 책임이 처음으로 받아들여진 사례”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2월 테슬라 FSD 부당 광고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이에 테슬라코리아는 2025년 FSD 명칭에 ‘감독형(Supervised)’을 넣은데 이어 지난 8월 ‘FSD는 운전자의 적극적인 감독이 필요하며 이 기능으로 차량이 자율주행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문구를 안내문에 표시했다. 구매 약관에도 ‘오토파일럿을 사용 중 과속, 교통 법규 위반 등의 책임은 사용자에게 있다’고 명시했다.
최 위원장은 구글 자율주행 자회사 웨이모가 “테슬라는 영원히 레벨2”라고 비꼰 데 대해서도 “100% 공감한다”고 했다. 처음부터 레벨4(고도 자율주행)를 목표로 ‘레이더’, ‘라이다’ 등 센서를 적용한 웨이모와 카메라 중심의 테슬라는 출발선부터 다르다는 설명이다.
레벨2의 규제 공백도 문제다. 현행법상 레벨3 이상은 자율주행시스템의 운전전환 요구와 이에 응해야 하는 운전자의 의무 등이 규정돼 있다. 반면 레벨2는 운전자 보조 기능으로만 분류돼 자율주행 기능을 켜고 사고가 나면 운전자가 오롯이 책임져야 한다. 시스템 오작동 사고에서 운전자와 제조사 간 책임을 별도로 배분하는 조항이 없다.
국토교통부에서도 레벨3 이상은 자율주행정책과가, 테슬라의 레벨2는 자동차정책과가 관리하고 있다. 그는 “자율주행 기능이 기술 수준에 따라 서로 다른 제도적 틀에서 관리되는 것부터 문제”라고 지적했다.
은정진/사진=문경덕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