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객과 배우가 무대에서 빗자루질 함께하며 공연
관객이 배우와 함께 무대에서 빗자루로 모래 그림을 그린다. 쭈볏대던 관객들은 어느덧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든다.

다음달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르는 ‘찰나의 찰나’의 한 모습이다. 연출을 맡은 이진엽(사진)은 “관객들이 모래의 움직임을 따라가면서 생각을 내려놓고 각자의 순간에 집중하도록 했다”며 “놀이와 명상이 공존하는 공연”이라고 설명했다.

작품의 출발점은 2020년 덴마크 예술가 헬레 호브의 작품에서 받은 영감이다. 검은 돌 위에 모래 그림을 그리는 작품이었다. 두 사람은 계속해서 만들어지고 사라지는 모래의 흔적을 더 큰 무대로 확장하기로 했다. 호브는 이번 작품에 공동연출로 참여한다. 이진엽 연출은 “모래 그림이 계속해서 그려지고 사라지는 순간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이를 한국어로 옮기면서 ‘찰나’라는 제목을 떠올렸다”고 말했다.

이 연출은 2009년 공연 단체 ‘코끼리들이 웃는다’를 창단했으며 서울 청계천에서 야외극을 중심으로 공연을 펼치기 시작해 영역을 넓혀왔다. 제주 해녀와 난민을 주제로 한 ‘물질’이 지난 7월 프랑스 아비뇽페스티벌에 오르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관객이 자신의 경험을 채울 수 있는 여백이 돋보인다. 이진엽 연출은 “공연을 통해 관객에게 주고 싶은 것은 함께하는 기쁨”이라며 “낯선 사람과 공동의 무언가를 만들어가는 경험을 통해 서로 연결돼 있다는 감각을 느꼈으면 한다”고 말했다. 공연은 10월 17~18일 열린다.

최한종 기자 onebe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