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남서부 도시 충칭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중국 남서부 도시 충칭에서 열린 취업 박람회에 사람들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중국에서 번아웃과 취업난을 피해 1인 창업에 시도하는 청년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코딩부터 고객 응대, 마케팅까지 맡으면서 창업 문턱은 낮아졌지만, 경쟁이 치열한 탓에 상당수 기업이 제대로 된 수익은 내지 못하는 처지다.

2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지난해 AI 스타트업을 포함한 1인 기업이 700만개 넘게 생겨 2024년보다 약 42% 증가했다. 청년 실업을 고민하는 중국 정부가 임대료를 지원하는 주거·업무 공간과 AI 연산자원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는 바우처를 제공하고 항저우와 선전 등 기술도시에도 소규모 창업보육센터가 급증하면서 청년 창업에 힘을 보태고 있다.

중국 정부가 1인 창업을 지원하는 배경에는 AI 경쟁력 강화와 청년 일자리 확보라는 두 가지 과제가 있다. 궈산 후퉁리서치 상하이 파트너는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1인 기업이 새로운 고용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창업자들은 값싼 자국산 오픈소스 AI 모델과 촘촘한 제조 공급망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항저우의 1인 창업자 공동체 ‘홍허브’에는 50곳이 넘는 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곳은 입주 기업에 최대 5만달러의 창업자금을 지원한다. 창업자의 약 3분의 1은 연쇄 창업 경험이 있고, 또 다른 3분의 1은 대형 기술기업 출신이다. 알리바바와 딥시크가 자리 잡은 항저우는 전자상거래와 AI 산업 기반이 탄탄하다. 홍허브가 있는 상청구는 올해 1인 사업자 1000명을 유치하기 위해 20만제곱피트가 넘는 업무 공간을 마련하고 약 1억5000만달러 규모의 기금도 조성하고 있다.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취업난과 고강도 노동문화를 피하기 위한 대안으로 창업을 선택하고 있다. 중국의 취업 문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지난 8월 재학생을 제외한 16~24세 도시 청년실업률은 18.9%로 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취업에 성공하더라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주 6일 일하는 ‘996 근무제’를 마주해야 한다.

중국 당국이 2021년 996 근무제를 노동법 위반이라고 명시했지만, 장시간 노동 관행은 여전히 남아 있다. 고강도 노동을 버텨내더라도 30대 중반부터 감원과 재취업에서 불이익을 겪는다는 이른바 ‘35세의 저주’가 기다리고 있다. 결국 1인 창업이 대안으로 부상한 것이다.

그러나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홍허브가 1인 기업 1500곳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월매출 1000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술 분야 경력이 없는 1인 창업자도 4분의 3에 달했다. 정부와 창업보육기관의 지원, AI 등으로 창업은 쉬워졌지만,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은 것이다. 또한 전기차와 전자상거래, 배터리 업계에서 나타난 과잉·출혈경쟁인 이른바 ‘네이쥐안’이 AI 창업시장으로 번지면서 투자와 고객을 확보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35세 우쑹윈은 청두에서 국제무역 업무를 하던 당시 긴 근무 시간과 상사의 압박으로 만성 스트레스와 수면 장애에 시달렸다. 2024년 직장을 그만둔 그는 수면 상태를 추적하고 명상 프로그램과 숙면 방법을 제공하는 앱 ‘타이드플로’를 개발했다. 하지만 이용자는 약 1000명, 유료 고객은 35명가량에 불과해 매달 적자를 내고 있다.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했던 29세 하오위 류는 AI 자동화와 잇단 감원에서 살아남으려면 직접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고 판단해 AI로 앱 디자인과 행정업무, 마케팅 문구 작성까지 처리하며 점성술 앱을 개발했다. 수익을 내지 못하자 몇 달 만에 AI 게임으로 방향을 틀어 시제품을 만들고 있다.

밥 천 BVF 상하이 투자자는 "실제 주문과 매출을 끌어내는 게 가장 어렵다"며 "상당수 창업자는 기존 제품과 비슷한 서비스를 만들면서도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오세성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