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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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투자자들이 미국 기술주를 담은 자국 상장지수펀드(ETF)를 순자산가치보다 27% 비싸게 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해외투자 쿼터는 사상 최대 규모로 늘었지만 합법적으로 미국 주식을 살 수 있는 방식으로는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다. 중국 자본통제의 비용이 환율뿐 아니라 ETF 가격에 붙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스닥 기술 ETF 커지는 괴리

22일 중국 펀드업계에 따르면 징순창청자산운용이 운용하는 ‘나스닥 기술 시가총액가중 ETF’는 지난 18일 선전증권거래소에서 2.916위안에 거래를 마쳤다. 장 마감 당시 펀드가 보유한 자산의 실시간 추정 가치인 지표순자산가치(IOPV)는 2.2939위안이었다.

ETF 시장가격이 보유자산 가치보다 27.1% 높았다. 미국 기술주 100위안어치를 중국 투자자가 127위안 넘게 주고 산 셈이다. 지난 16일 24%였던 프리미엄이 이틀 만에 3%포인트 이상 더 벌어졌다.

이 상품이 추종하는 지수는 나스닥100 전체가 아니라 나스닥100 구성 종목 가운데 기술기업을 골라 시가총액에 따라 비중을 정한 지수다. 중국 투자자들이 27%를 더 냈다는 것은 나스닥지수 자체를 27% 높은 가격에 샀다는 의미가 아니다. 중국 증시에 상장된 특정 ETF의 지분을 다른 중국 투자자에게 비싸게 넘겨받았다는 뜻이다.

운용사는 거래를 일시 중단하기도 했다. 21일 개장부터 오전 10시 30분까지 매매를 정지하고, 프리미엄이 줄지 않으면 장중 임시 정지와 정지시간 연장, 연속 거래정지까지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매는 거래정지 중에도 정상적으로 처리한다.
징순창청자산운용 2026년 9월 21일자 공시. 프리미엄 위험 경고
징순창청자산운용 2026년 9월 21일자 공시. 프리미엄 위험 경고
운용사는 투자자들에게 “맹목적으로 투자하면 중대한 손실을 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펀드 운용은 정상"이라며 미국 기술주나 펀드 자산에 즉각적인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1830억달러 쿼터도 부족

중국 개인은 원칙적으로 위안화를 자유롭게 달러로 바꿔 미국 주식에 투자할 수 없다. 해외 증권투자는 적격국내기관투자가(QDII)로 지정된 은행·증권사·운용사·보험사가 당국으로부터 받은 한도 안에서 해야 한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SAFE)은 지난 8월 QDII 한도를 68억달러 늘렸다. 8월 말 전체 한도는 사상 최대인 1830억900만달러가 됐다.

증권사와 펀드운용사에 1010억달러가 배정됐다. 은행은 309억9000만달러, 보험사는 420억300만달러, 신탁회사는 90억1600만달러를 받았다. 전체 한도는 커졌지만 여러 금융회사와 수많은 상품이 나눠 사용해야 한다.

27% 프리미엄이 붙은 ETF를 운용하는 징순창청자산운용의 회사 전체 QDII 한도는 14억3000만달러다. 이 돈이 해당 ETF 한 종목에만 배정된 것은 아니다. 회사가 운용하는 다른 해외펀드도 같은 한도를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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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자자산운용의 경우에는 한도는 4억3000만달러에 불과하다. 이 회사는 나스닥100 펀드의 개인당 하루 청약 한도를 지난 9일 10위안에서 5000위안으로 높였다. 그러나 자금이 몰리자 하루 만에 다시 100위안으로 낮췄다. 중국 개인이 하루에 이 펀드에 새로 넣을 수 있는 돈을 약 2만원 수준으로 제한한 것이다.

펀드컨설팅업체 Z벤어드바이저스의 이반 시 리서치 책임자는 “폭발적인 자금 유입”이라며 “중국 내 미국 기술주 수요가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차이나유니버설자산운용도 나스닥100 ETF의 청약 제한을 완화했다가 이틀 만에 다시 강화했다. 글로벌 반도체주에 투자하는 트루밸류자산운용도 같은 방식으로 한도를 풀었다가 되돌렸다.

중국 QDII 펀드시장은 약 1조위안 규모다. 이 가운데 미국 투자상품이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중국 투자자에게 해외투자는 사실상 미국 주식 투자에 가깝다.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SAFE 2026년 8월 말 QDII 승인 한도표
중국 국가외환관리국 SAFE 2026년 8월 말 QDII 승인 한도표
글로벌 ETF에 투자하는 위안쯔투자운용의 쉬제 펀드매니저는 “중국의 글로벌 자산 배분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위험을 분산하고 주요 글로벌 시장의 성장을 공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오펑 싱 ANZ 수석 중국전략가는 ETF 프리미엄이 “가계의 강한 글로벌 자산 수요”를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국 당국이 국제수지 흑자와 별개로 자금 유출을 통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예금금리는 낮고 미국 AI는 올라

중국인의 미국 투자 배경에는 수익률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은 지난 20일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연 3.0%,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5년 만기 LPR를 연 3.5%로 유지했다. 16개월 연속 동결이다. 추가 인하를 멈췄지만 중국의 예금·채권 수익률은 여전히 미국보다 낮다. 미국과 중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 차이는 최근 사상 최대 수준에 근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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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나 저우 미즈호증권 수석 중국전략가는 "미국 중앙은행의 긴축 기조를 고려하면 4분기 전면적 통화완화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평가했다. 재클린 룽 BNP파리바 중국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중국은 금리 인하 사이클 후반부”라고 진단했다.

금리를 더 내리지 않아도 이미 낮아진 중국 내 자산수익률이 빠르게 올라가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인공지능(AI) 관련 기술주가 중국 투자자의 대표적인 성장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국제수지상 증권투자 부문은 지난해 4260억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약 1460억달러가 순유출됐다. 다만 이 수치에는 중국 거주자의 해외 증권 매입뿐 아니라 외국인의 중국 증권 투자 회수도 포함된다.

QDII가 아닌 다른 합법적 통로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난다. 스위스 자산운용사 피크테의 홍콩 소재 ‘전략적 인컴 펀드’는 연초 16억달러였던 운용자산이 최근 51억달러로 세 배 이상 증가했다. 자금의 약 60%가 중국 본토 개인에게서 들어왔다.

이 펀드는 홍콩에서 승인받은 펀드를 중국 본토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 펀드상호인정제도(MRF)를 이용한다. 올해 상반기 MRF를 통해 163억홍콩달러가 순유입됐다. 모닝스타가 추적하는 34개 MRF 펀드 가운데 가장 많았다.
징순창청 ETF 159509 공식 상품 페이지. 관련 수익률 변화
징순창청 ETF 159509 공식 상품 페이지. 관련 수익률 변화
피크테의 프리먼 창 아시아 담당 책임자는 “중국 내 예금금리는 내려가고 AI 부문은 좋은 성과를 냈다”고 말했다. 이 펀드의 8월 말 상위 보유자산에는 미국 국채와 금, 아마존·알파벳·엔비디아가 포함됐다.

펀드 수익률은 올해 들어 8월까지 17%였다. 지난해에도 18% 올랐다. 피크테는 MRF가 QDII와 같은 주류 투자통로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 추가 펀드 두 개의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불법 계좌 막고 공식 통로 확대

중국 당국의 관련 정책은 통제할 수 없는 통로는 닫고, 자금의 규모와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공식 통로는 제한적으로 넓히고 있다.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지난 5월 푸투·타이거브로커스·롱브리지 등 온라인 증권사가 중국 내 인가 없이 본토 고객을 유치했다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푸투에는 18억5000만위안의 과징금이 예고됐다. 타이거브로커스의 모회사 업핀테크에는 3억810만위안의 행정제재와 1억310만위안의 부당이익 환수 조치가 부과됐다.

해당 증권사의 기존 고객은 2년간 보유주식을 팔고 돈을 인출할 수 있지만 신규 매수와 추가 입금은 제한된다. 단속 발표 직후 미국 장전거래에서 푸투와 업핀테크 주가는 30% 넘게 급락했다.

게리 응 나티시스 아시아태평양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해외 자금흐름을 감독 아래 두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스티븐 렁 UOB케이히안 기관영업 이사는 "이번 단속이 일부 거래와 투기 활동을 식힐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당국은 이후 기존 해외계좌의 자산을 강제로 청산하는 조치는 아니라고 해명했다. 합법적으로 개설된 해외계좌와 외국 증권사의 정당한 해외 영업까지 금지하는 것도 아니라고 밝혔다.

차익거래 멈추자 프리미엄 발생

ETF는 통상 시장가격이 순자산가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ETF 가격이 보유자산 가치보다 높아지면 지정참가회사로 불리는 금융회사가 기초주식이나 현금을 펀드에 넣고 새 ETF 지분을 받는다. 이를 시장에서 비싸게 팔면 ETF 공급이 늘고 가격은 순자산가치 쪽으로 내려간다.
나스닥 NDXTMC. 중국 ETF가 추종하는 추종하는 지수의 그래프
나스닥 NDXTMC. 중국 ETF가 추종하는 추종하는 지수의 그래프
반대로 ETF 가격이 순자산가치보다 싸지면 시장에서 ETF를 사들여 펀드에 환매하고 기초자산을 받아 간다. 이 같은 설정·환매와 차익거래가 ETF 가격을 순자산가치에 붙잡아 두는 장치다.

중국 QDII ETF에서는 이 장치가 원활하게 작동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운용사가 새 지분을 만들려면 위안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미국 주식이나 관련 파생상품을 더 사야 한다. 그러나 해외투자 한도가 부족하거나 청약이 제한되면 새 ETF 공급을 늘릴 수 없다.

중국과 미국의 거래시간이 겹치지 않는 것도 요인이다. 중국 장중에 미국 현물시장은 닫혀 있다. 실시간 추정 순자산가치는 미국 주가지수 선물과 환율을 반영하지만 기초주식을 즉시 사고팔아 가격 차이를 없애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매수자는 계속 들어오는데 새 지분 공급이 막히면 기존 ETF 보유자에게 돈이 몰린다. 27% 프리미엄은 미국 기술기업의 이익 증가분이 아니라 달러자산 접근권의 가격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해당 프리미엄은 미국 기술주가 앞으로 27% 오른다는 신호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QDII 한도가 추가로 배정되거나 신규 설정이 재개되면 나스닥이 오르더라도 중국 ETF 가격은 떨어질 수 있다. 기초지수 상승보다 프리미엄 축소 폭이 더 크면 투자자는 손실을 본다.

중국의 해외투자 확대는 미국 증시에 실제 매수 수요를 만든다. QDII 펀드에 신규 자금이 들어오고 운용사가 새 ETF 지분을 설정하면 그만큼 미국 주식이나 선물 등을 추가로 사야 한다.

중국 자금은 미국 주식 전체보다 나스닥100과 반도체, AI 관련 펀드에 집중되고 있다.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 이미 글로벌 자금이 몰린 대형 기술주로 한계 매수세가 더 들어가는 구조다.

하지만 중국 ETF의 27% 프리미엄 전체가 미국 주식 매수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규 설정이 막힌 상태에서 중국 증시의 기존 ETF가 투자자 사이에서 거래되면 돈은 중국인 매도자와 매수자 사이에서 이동한다. 미국 시장에서는 새로운 주식 매수가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

한국 투자자는 중국 투자자보다 미국 시장 접근이 자유롭다. 중국 QDII 시장 전체보다 한국 투자자가 보유한 미국 주식이 더 많다. 한국 투자자는 증권계좌를 통해 미국 주식과 미국 상장 ETF를 직접 매수할 수 있다. 중국처럼 국가가 설정한 해외투자 쿼터에 가격을 지불할 필요가 없다.

다만 한국 증시에 상장된 해외 ETF에서도 일시적인 가격 괴리 현상은 나타난다. 미국 현물시장이 닫힌 한국 장중에 주가지수 선물과 원·달러 환율이 움직이거나, 유동성공급자가 기초자산을 즉시 거래하지 못하면 시장가격과 순자산가치가 벌어질 수 있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