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뽀로로앤타요 테마파크 제주’의 뽀로로 캐릭터 얼굴이 테이프로 가려져 있다.  /류은혁 기자
‘뽀로로앤타요 테마파크 제주’의 뽀로로 캐릭터 얼굴이 테이프로 가려져 있다. /류은혁 기자
지난 17일 제주 서귀포 안덕면 ‘뽀로로앤타요 테마파크’. 입구를 지나자 ‘어린이들의 대통령’으로 불리는 뽀로로와 타요 캐릭터 조형물의 얼굴이 테이프로 가려져있었다. 운영사인 주식회사 꿈 측은 “상표권 분쟁으로 뽀로로와 타요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사용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지금 뽀로로파크 제주는 입장료를 절반으로 낮춰 운영 중이다.

유명 IP를 앞세워 지역 관광의 ‘킬러 콘텐츠’를 표방한 테마파크가 방문객 정체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캐릭터 인지도에 기댄 집객만으로는 재방문을 끌어내기 어려운 데다 먹거리와 공연 등 체류형 콘텐츠도 부족한 곳이 많은 탓이다.

◇상표권 분쟁에 공매까지

'뽀통령' 얼굴 가린 제주 뽀로로파크
뽀로로앤타요 테마파크 제주는 2019년 문을 열 당시 제주 관광의 새로운 명소로 주목받았다. 약 1000억원을 들여 조성했고 실내외에 뽀로로와 타요를 활용한 놀이시설과 체험시설을 대거 설치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특수를 누렸다. 운영사 꿈의 매출은 2019년 15억원에서 2022년 95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엔데믹으로 제주를 찾던 내국인 관광객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성장세가 꺾였다. 재무 상황이 악화하면서 지난 7월 시설 전체가 공매시장에 나왔다. 하지만 유찰이 반복되며 새 주인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영난이 이어지자 투자자인 하나투어에도 불똥이 튀었다. 하나투어와 하나투어제주는 2017년 운영사 꿈에 총 10억원을 투자해 지분 4.16%를 보유하고 있지만 현재 관련 투자자산의 장부가액은 0원이다. 하나투어는 입장객이 약정 인원에 못 미치면 부족한 인원에 입장권 단가를 곱한 금액을 꿈에 빌려주는 ‘최소 입장 고객 보장 계약’까지 맺고 있다. 하나투어는 지난해 말 향후 지급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 187억원을 충당부채로 반영했다.

◇지역 테마파크 잔혹사

뽀로로앤타요 테마파크 제주의 경영난은 지역 테마파크 사업이 안고 있는 구조적 한계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인지도가 높은 IP는 개장 초기 관광객의 관심을 끄는 데 효과적이지만 그 자체가 지속적인 방문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글로벌 IP를 앞세운 강원 춘천 레고랜드도 비슷한 숙제를 안고 있다. ‘레고’ 브랜드를 내세웠지만 지난해 방문객은 약 57만 명으로 개장 당시 제시한 목표 200만 명의 30% 수준에 그쳤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59억원이었다. 업계에선 재방문을 유도할 신규 어트랙션과 공연 등 콘텐츠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못한 점을 한계로 꼽았다. 주변 숙박·상업시설 개발이 지연되면서 체류형 관광지로의 확장에도 실패했다.

수천억원을 들인 경남 마산로봇랜드도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 개장한 마산로봇랜드는 로봇이라는 차별화한 콘셉트를 앞세웠지만 수년간 고전했다. 2024년 경남로봇랜드재단 직영 체제로 전환한 이후 공연과 이벤트 등 콘텐츠를 보강하자 방문객이 소폭 늘었다.

관광업계 관계자는 “유명 캐릭터는 고객을 처음 방문하게 하는 강력한 유인이지만 그것만으로 두 번째, 세 번째 방문까지 유도하기는 어렵다”며 “지역 테마파크는 놀이시설뿐 아니라 숙박과 공연 등 하루 이상 머물 이유를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