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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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평양을 방문할 가능성이 거론됐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북미정상회담 실무를 이끈 스티븐 비건 전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화가 다시 추진될 경우 한국이 외교 과정에서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7일(현지시간)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NK뉴스에 따르면 비건 전 대표는 이날 인천에서 코리아리스크그룹 주최로 열린 콘퍼런스 기조연설에서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를 위해 한국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비건 전 대표는 "결국 우리가 논의하는 것은 한반도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합의되든 한국 국민의 안전과 복지가 최우선으로 관련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1기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대화가 진행될 당시 실무와 정상 차원의 논의 모두에 한국이 포함되도록 매번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북미 정상 간 만남 가능성도 제기했다. 비건 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28∼2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후 김 위원장과 만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고 봤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평양에서 그런 만남을 하자고 제안하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북한이 그에 앞서 11월 초 미국 중간선거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는 게 비건 전 대표의 분석이다. 중간선거 결과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입지를 가늠할 지표가 되고, 북한 입장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원하는 것을 얻어낼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건 전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공개적으로 대화 신호를 보내고 있으며 김 위원장 역시 대화의 문을 닫지는 않은 상태라고 평가했다.

향후 협상 방식과 관련해서는 북한의 핵 증강을 늦추거나 동결하는 현실적인 접근을 거론했다. 비건 전 대표는 "우선순위의 분명한 설정 및 동북아 동맹과의 가급적인 조율을 통해 미국은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계기로 북한의 핵 증강을 늦추거나 동결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안보·안정을 증진하고 남북 관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건 전 대표는 다수 한반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빌려 비핵화를 최종적인 목표로 남겨두면서도 협상 초기부터 이를 북미 간 합의에 포함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는 이런 접근이 한국과 일본의 자체 핵무장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도 언급했다. 핵비확산 체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미국이 동맹에 대한 방어 공약을 확실히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비건 전 대표는 북한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 패배 가능성을 숙고해야 한다면서, 러시아를 지원하며 전쟁에 깊게 관여할수록 러시아가 패배한 뒤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더욱 적대적인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