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경받는 인물을 배신자로”…‘역사왜곡' 드라마에 日 시끌
일본 NHK 대하드라마 ‘도요토미 형제!’가 또다시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앞서 전국시대의 명장 다케다 신겐을 떡을 먹다가 목이 막혀 숨지는 것으로 그려 논란을 부른 데 이어, 이번에는 무장 나카가와 기요히데를 ‘배신자’로 묘사해 연고지 지방자치단체들이 공식 항의에 나섰다.

NHK의 이노우에 다쓰히코 회장은 지난 16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나카가와 기요히데의 연고지인 오사카부 이바라키시와 오이타현 다케타시로부터 항의문을 받은 사실을 인정했다. 그는 “두 지역 주민과 나카가와에게 친숙함을 느껴온 많은 분들에게 불쾌감을 안겨드린 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논란은 지난달 23일 방송된 ‘시즈가타케의 결투’에서 불거졌다. 극중 하시바 히데요시를 섬기던 나카가와가 아군을 배신하는 것으로 묘사됐기 때문이다. 이바라키시와 다케타시는 지난달 28일 공동명의 항의문을 보내 “사료에 근거한 기록과 비교하면 이런 묘사는 사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도요토미 형제!’의 파격적인 역사 각색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5월 방송에서는 전국 시대의 영웅 중 하나인 다케다 신겐이 자신이 직접 만든 떡을 먹다가 목에 걸려 돌연 사망하는 장면이 등장했다. 신겐이 떡 때문에 숨졌다는 사실을 뒷받침하는 확실한 사료는 없으며, 기존 기록에서는 그가 이전부터 병을 앓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정확한 병명 역시 위암·식도암·폐결핵 등 여러 설이 있다.

당시 방송 직후에도 SNS와 역사 팬들 사이에서는 “너무 과감한 각색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졌다. 제작진은 신겐이 독살 위기를 피한 직후 정작 떡에 목이 막혀 죽는 아이러니를 통해 전국시대의 예측 불가능성을 강조하려 한 것으로 해석됐다.

NHK 대하드라마는 기본적으로 역사 다큐멘터리가 아니라 사료를 바탕으로 한 극적 창작물이다. 사료가 남아 있지 않은 부분을 상상으로 채우거나 복잡한 정치관계를 단순화해 캐릭터와 갈등을 선명하게 만드는 방식은 오랫동안 사용돼왔다.

하지만 실제 인물의 죽음이나 배신 여부처럼 인물 평가를 크게 바꿀 수 있는 설정까지 창작의 영역을 넓히면서 논란도 커지고 있다. 특히 대하드라마는 등장인물의 연고 지역 관광과 지역 이미지에 미치는 영향이 워낙 커, 해당 인물을 존경하는 지방자치단체나 주민들이 단순한 ‘픽션’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노우에 회장도 “등장인물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품고 있는 존경과 애정의 마음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무게를 다시 인식했다”고 말했다. NHK는 제작 현장과도 관련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인식을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에서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방송 콘텐츠의 창작 범위를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방송된 NHK 스페셜에서도 등장인물의 실제 모델로 지목된 군인의 손자가 프로그램이 할아버지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NHK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