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관련 첫 법원 판단...극동건설 집행정지 신청 기각
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을 둘러싼 중앙노동위원회 결정에 제동을 걸어달라는 집행정지 신청이 법원에서 처음으로 기각됐다. 법원이 원청에 대해 최종적으로 ‘하청노조의 사용자’라고 판단한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본안 소송 결론이 나올 때까지는 중노위 결정대로 하청노조와 교섭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노동위원회 결정에 대해 기업들이 잇따라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가운데 나온 첫 판단이다.

17일 중앙노동위원회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제3부는 16일 극동건설이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시정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을 기각했다.

이번 사건은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이 개정 노동조합법에 따라 원청 극동건설이 사용자라고 주장하며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하라고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극동건설이 하청노조의 사용자가 아니라며 거부하자 노조는 노동위원회를 향했고, 초심인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극동건설이 원청 사용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는 시정 명령을 내렸다. 회사가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이에 극동건설은 중노위를 상대로 재심판정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본안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재심 결정의 집행을 정지해달라고 법원에 신청한 것.

회사 측은 공고의무를 이행할 경우 원청 사용자 지위에서 하청노조와 교섭절차를 진행하고 결국 단체협약 체결이 강제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교섭에 응하지 않으면 부당노동행위로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어서 불이익이 크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시정명령은 극동건설에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라’는 공법상 의무만 부과했을뿐, 극동건설에 단체교섭에 응하거나 단체협약을 체결할 의무가 새롭게 발생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교섭을 거부했을 때 부당노동행위가 되는지 여부 역시 이번 공고명령으로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고 봤다.

극동건설은 교섭을 하게 될 경우 이견이 발생해 쟁의행위로 가면서 막대한 지체상금이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시정명령이 쟁의행위 발생과 직접 관련된다고 보기 어렵고, 지체상금 상당의 손해 역시 시정명령 자체에 따른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의 판단은 ‘극동건설이 사용자냐 아니냐’를 판단한 것은 아니다. 다만 법원의 본안 판단 전에 노동위의 공고명령을 우선 이행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한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노동위원회의 설명대로라면 공고를 해야 하는 행정적 의무가 발생한다고 본 것일뿐, 실제로 교섭에 착수해야 할 실체법적 의무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보인"고 평가했다.

현재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기업들은 대부분 집행정지 신청을 한 상황이다. 향후 유사 사건의 법원 판단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