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사회를 움직이는 ‘거대한 왜(WHY)’를 묻고 싶었습니다. 제 나이 여든여덟 살에 마지막으로 쓴 책의 주제가 위대한 리더인 이유입니다.”

나이 아흔에 쓴 마지막 책의 주제는 '위대한 리더'
<총, 균, 쇠>의 저자로 유명한 재러드 다이아몬드는 16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한 개인이 역사를 얼마나 바꿀 수 있는지를 생각하다가 <리더는 언제 차이를 만들어내는가>를 집필하게 됐다”고 말했다.

1937년생인 다이아몬드가 마지막 저작이 될 것이라고 밝힌 <리더는 언제 차이를 만들어내는가>는 정치인과 기업 최고경영자(CEO), 스포츠 감독, 종교 지도자를 비교하며 개인의 영향력을 분석한다. <총, 균, 쇠>가 지리와 환경 같은 조건으로 인류를 설명했다면 이번에는 개별 인간의 역량을 깊숙이 들여다봤다.

다이아몬드는 역사를 바꾸는 리더에게 능력은 필요조건일 뿐이라고 했다. “리더로 성공하려면 능력은 물론이고,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 있어야 해요. 아무리 재능이 뛰어난 리더라도 차이를 만들어낼 수 없는 상황이 많습니다.”

다이아몬드는 개인이 얼마나 대체 불가능한 차이를 만들어냈는지를 판단하는 잣대를 ‘햄릿 테스트’라고 불렀다. 셰익스피어가 없었다면 다른 누군가가 <햄릿>을 쓸 수 있었겠느냐는 질문이다. 그의 답은 단호하다. “셰익스피어 외에는 누구도 <햄릿>을 쓸 수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죠.”

개인적 능력과 관련해 다이아몬드는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초대 대통령 세레체 카마를 언급한다. 1966년 독립 당시 보츠와나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운데 하나였지만 이후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경제성장 사례가 됐다. 셰익스피어와 세레체 카마 대통령, <침묵의 봄>의 레이철 카슨처럼 ‘햄릿 테스트’를 통과하는 인물은 소수다.

하지만 ‘햄릿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해도 위대한 리더가 될 수 있다. 적절한 시간과 장소에서 실력이 부각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스티브 잡스와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 등이 좋은 사례다. 잡스가 없었어도 휴대폰은 등장했을 것이고, 베이조스가 아니어도 온갖 상품을 파는 상점은 생겼을 것이다. 게이츠만이 개인용 컴퓨터 시대를 열 수 있었던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기가 막힌 타이밍에 자신의 재주를 십분 발휘한다. “이들은 각자의 독특한 방식으로, 어차피 존재했을 세계에 자신만의 흔적(personal stamp)을 남겼습니다.”

개인의 영향력은 전쟁처럼 선택에 따라 결과가 크게 엇갈리는 순간 더 커진다. 다이아몬드는 “민주주의 국가의 지도자도 평시보다 더 많은 권한을 부여받는 전시에 보다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고 했다. 반대로 눈에 잘 띄지 않는 리더십도 있다. 존 F. 케네디가 쿠바 미사일 위기가 핵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고, 샤를 드골이 알제리 독립을 저지하려던 프랑스의 시도를 끝낸 것처럼 무언가를 일으킨 사람뿐 아니라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한 사람’도 역사를 바꾼다는 것이다.

88세의 노학자가 연구를 이어가는 힘은 무엇일까. 지적 호기심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다이아몬드는 소박한 답을 내놨다. “아직도 제가 매혹적으로 느끼는 질문이 너무나 많아요. 일주일에 사흘씩 체육관에서 운동하고요. 운 좋게도 큰 사고를 겪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50살이나 어린 두 자녀와 함께 지내는 것도 한몫하는 듯합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