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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프리즘] 남의 집엔 원칙, 내 집엔 사정
장관 후보들의 부동산 '내로남불'
지키기 어려운 원칙은 수정해야
강동균 편집국 부국장
지키기 어려운 원칙은 수정해야
강동균 편집국 부국장
불법은 아니다. 결과만 놓고 보면 영리한 선택이다. 문제는 그가 국민의 영끌을 막아야 할 국토부 장관 후보자라는 점이다. 홍 후보자는 경기도 주택토지실장 시절 집값 상승을 설명하며 “과도한 대출까지 받아가면서 없는 수요까지 끌어올리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런 그도 정작 자기 집을 살 때는 대출 규제의 틈새를 샅샅이 파고들었다.
다른 후보자들의 ‘부동산 감각’도 만만치 않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과천 아파트를 17년 보유하면서 실제 거주는 넉 달가량만 했다. 강신철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아들은 분당 상가를 사면서 이모와 이모부에게 7억원 넘게 빌렸다. 일부는 세법상 증여로 보지 않는 범위에 맞춰 무이자로 빌렸다. 강 후보자 본인의 부동산 이력은 더 절묘하다. 강원 최전방에서 근무하던 2008년 서울 구로구 천왕동 주택으로 전입했고, 7개월 뒤 철거민 대상자로 확정돼 서초구 아파트를 특별분양받았다. 부친과 형, 고모도 비슷한 방식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쯤 되면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이력은 웬만한 ‘1타 강사’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대출과 가족 간 차용, 비거주 장기 보유, 특별분양까지 종류도 다채롭다. 그렇다고 이들을 싸잡아 투기꾼이라고 비난할 수는 없다. 직장 때문에 자기 집을 세놓고 다른 곳에서 전세로 사는 사람은 흔하다. 자녀 교육 때문에 거처를 옮기기도 하고,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빚을 내 집을 사기도 한다. 내 집 한 채에 재산 대부분이 묶인 사람에게 집값이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은 특별한 탐욕이라고 할 수 없다. 장관 후보자들도 그렇게 행동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초점은 사람에서 정책으로 옮겨가야 한다. 정부 최고위 관료가 될 사람들조차 실거주와 보유를 일치시키지 못했고, 대출을 최대한 활용했으며, 가족 간 금융까지 동원했다. 현실의 삶이 그만큼 복잡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정부는 국민의 부동산 거래를 ‘실수요냐 투기냐’라는 단순한 잣대로 재단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망국적 부동산 투기를 반드시 잡겠다”고 했다. 비거주 고가 주택 보유자와 부동산 과다 보유자를 정책 수립 과정에서 배제하라는 지시도 내렸다. 대출 규제도 거듭 강화했다. 빚내서 집 사지 말고, 살지 않는 집은 갖지 말라는 게 대통령의 뜻이다. 하지만 정작 정부를 이끌 사람들은 그렇게 살지 않았다. 자신들의 비거주는 불가피한 사정이고 국민의 비거주는 투기라고 하면 곤란하다. 나의 영끌은 실거주이고 남의 영끌은 집값을 밀어올리는 과잉 수요라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규제를 강화할수록 국민은 정책보다 정책을 만든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본다.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이력은 역설적으로 한 가지 사실을 웅변한다. 집을 갖고 싶은 욕망도, 더 좋은 집으로 옮기려는 욕망도, 대출을 활용해 자산을 지키려는 욕망도 규제로 없앨 수 없다는 것이다.
시장은 국민의 욕망을 훈계하는 곳이 아니다. 그 욕망과 선택을 인정한 위에서 공급과 세제, 금융의 규칙을 만드는 게 정부의 몫이다. 현실을 정책에 맞추려고 할 게 아니라 정책을 현실에 맞춰야 한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할 사람들조차 지키지 못할 원칙이라면, 잘못된 것은 사람이 아니라 그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