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최대 기업집단 타타그룹이 인도중앙은행(RBI)으로부터 1200억달러(약 166조원) 규모의 지주회사 상장을 요구받고 있다. 이에 타타그룹이 100년 넘게 유지한 비상장 지배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RBI는 타타그룹 지주회사 타타손스의 상장 의무를 면제해달라는 타타그룹의 요청을 거부했다.

RBI는 2022년 타타손스를 이른바 ‘상위 계층’ 비은행금융회사(NBFC)로 지정했다. 상위 계층으로 분류된 업체는 증시에 상장해야 한다. 대형 비은행금융회사 감독을 강화해 금융 부문 투명성을 높이고 금융 시스템 리스크를 낮추겠다는 취지에서다.

노엘 타타 타타트러스트 회장은 상장에 강하게 반대했다. 그룹 경영권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타타그룹은 에어인디아, 타타컨설턴시서비스(TCS), 재규어랜드로버(JLR) 등을 아우르는 인도 최대 기업집단이다. 타타손스는 주요 계열사 지분을 대거 보유하는 방식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타타손스가 상장하면 이 같은 구조가 영향받을 수 있다. 외부 주주가 유입돼 그룹 경영에 대한 시장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 경쟁 기업이 타타손스 지분 확보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타타손스 지분 18%를 보유한 샤푸르지팔론지그룹은 오래전부터 상장을 요구했다. 막대한 부채를 안고 있는 이 회사는 기업공개(IPO) 이후 보유 지분 일부를 현금화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RBI가 타타손스의 신청을 최종 기각하자 타타그룹이 상장을 피하기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FT는 “기업가치가 12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추산되는 타타손스가 증시에 입성하면 인도 사상 최대 IPO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인도 매체 이코노믹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타타손스 기업가치를 최대 12조5000억루피(약 1303억달러)로 추산했다. 12조5000억루피를 기준으로 단순 비교하면 인도 증시에서 릴라이언스에 이어 시가총액 2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타타그룹은 소송을 포함해 상장을 지연시킬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전직 인도 자본시장규제기관 임원인 수밋 아그라왈은 “소송이 길게 이어지는 경향이 있어 시간을 벌 수 있지만 타타그룹이 승소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RBI의 결정에 대비해 타타그룹 경영진은 올해 IPO 서류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상장까지는 최장 2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한명현 기자 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