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최혁 기자
사진=최혁 기자
한국 경제의 주요 지표가 성장하고 있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와 사회에 대한 평가는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성장의 속도뿐 아니라 사회적 신뢰와 안전망 등이 함께 회복되는 성장의 균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SK그룹의 사회적가치연구원(CSES)은 트리플라잇과 함께 ‘2026 한국인이 바라본 사회문제’ 보고서를 17일 발간했다. 2020년 시작된 이 보고서는 올해로 7년째다.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입소스 데이터를 활용해 국가 비교 분석도 진행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한국 경제엔 초록불이 켜졌다. 지난 8월 한국은행은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2.6%에서 3.3%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경제는 지표만큼 좋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당 GDP 순위는 29개국 가운데 13위였지만 경제 체감도 순위는 27위에 그쳤다. 경제체감도는 국민이 일상에서 피부로 느끼는 주관적인 경제 상태를 뜻한다. 사회에 대한 체감도 역시 하위권이었다. 한국의 개인 행복 수준은 21위, 사회적 지지는 25위였다. 사회 신뢰는 22개국 중 21위에 머물렀다.

한국처럼 경제 지표 대비 경제 체감도가 낮은 국가는 일본(1인당 GDP 15위·경제 체감도 29위)이다. 반면 싱가포르는 1인당 GDP와 경제 체감도 순위가 모두 1위였고, 네덜란드는 각각 3위와 4위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지난해보다 사회적 문제 해결이 어려워진 가장 큰 이슈는 ‘경기침체 지속 및 금융산업 경쟁력 부족’이 꼽혔다. 2025년에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와 비교해 양호한 수준인 18점이었지만, 1년 만에 59점으로 상승했다. ‘노사갈등 심화’ 역시 67점에서 98점으로 높아졌다. 도시 인구 집중, 고령화 심화 등 문제도 1년 새 난도가 높아졌다.

사회적 관계망도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공공기관·제도 등에 대한 신뢰는 52.2%, 일반인에 대한 신뢰는 21.9%, 낯선 사람에 대한 신뢰는 5.5%에 그쳤다.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1명 이하라고 답한 비율은 2024년 24.3%에서 2025년 29.2%, 올해 34.6%로 증가했다.

사회적 갈등 수준은 4점 만점에 3.25점으로 높게 나타났다. 정치적 갈등은 3.73점으로 가장 높았다. 기업에 대한 국민의 역할 기대도 커졌다. 기업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성장이 우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44.3%, ‘ESG 관리가 우선돼야 한다’는 응답은 55.7%였다.

사회 문제가 심화하고 있음에도 해결을 위한 국민 의지는 크게 감소했다. 국민들의 봉사 및 재능기부 의향은 2020년 80.4%에서 2026년 72.3%로 낮아졌다.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세금을 추가 납부하겠다는 국민은 2020년 55.5%에서 2026년 42.6%로 줄었다.

나석권 CSES 대표이사는 “숫자 뒤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봄으로써 경제의 숫자와 사람들의 마음이 함께 회복되는 성장의 밸런스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