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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규 "캐릭터에 애정 쏟을 토양 갖춰졌다…코어팬이 핵심" [도쿄게임쇼 2026]
임종규 디나미스 원 게임 디렉터는 17일 일본 지바현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린 ‘도쿄게임쇼(TGS) 2026’에서 기자와 만나 서브컬처 게임의 성공 조건을 이같이 설명했다. 게임을 출시한 뒤 이용자를 모으는 기존 방식과 달리 캐릭터와 세계관을 먼저 알리고, 소수의 강한 팬덤을 확보한 뒤 IP를 키워가는 방식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이번 TGS는 ‘아스트라에 오라티오’의 시연 버전이 이용자에게 처음 공개되는 자리다. 임 디렉터는 첫 시연 무대로 일본을 택한 데 대해 개발 일정과 작품의 성격이 맞아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게임 자체가 도쿄를 주요 무대로 삼고 있는 만큼 도쿄게임쇼에서 선보이는 데 상징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본은 현지화의 눈높이가 높은 시장이기도 하다. 임 디렉터는 “‘해외 게임’이라고 해서 현지화에 관대한 게 아니다”며 “어휘가 자연스러운지, 현지 문화에 맞는 내용인지 같은 부분을 굉장히 까다롭게 본다”고 했다. 개발진은 이를 위해 일본 현지를 직접 취재하고 엔씨 등 협력사로부터 자문과 검수를 받으며 현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일본에서 좋은 반응을 얻는다고 글로벌 흥행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게 개발진의 설명이다. 다만 일본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 서브컬처 콘텐츠를 소비하는 이용자가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만큼 일본 이용자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봤다. 임 디렉터는 넥슨게임즈 재직 당시 일본에서 먼저 출시된 ‘블루 아카이브’의 디렉터를 맡아 팬덤이 확대되는 과정을 경험했다.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도 이런 방식을 택했다. 정식 출시 전부터 4컷 만화와 캐릭터 콘텐츠를 공개했고 지난달 일본 최대 동인 행사인 ‘코믹마켓108’에 참가했다. 당시 준비한 티저 아트북과 컴플리트 세트는 이틀 모두 완판됐다. 이번 TGS에서도 게임 시연과 함께 키링과 렌티큘러 카드 등 캐릭터 굿즈를 선보였다.
임 디렉터는 이런 과정에서 무엇보다 코어 팬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전 팬덤, 특히 코어 팬덤이 있어야 거기에서부터 관심을 눈덩이처럼 키울 수 있다”며 “코어 팬을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브컬처 게임의 성공을 매출만으로 판단해서도 안 된다고 했다. 임 디렉터는 “기업인 만큼 기본적으로 매출은 중요하다”면서도 “그 IP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알고 즐겼는지, 결국 무엇을 자산으로 남겼는지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단기 매출뿐 아니라 캐릭터와 세계관이 장기간 소비되는 IP로 자리 잡았는지가 또 다른 성과 지표라는 의미다.
작품 배경도 실제 과거를 그대로 복원하기보다 ‘재해석’에 초점을 맞췄다. ‘아스트라에 오라티오’는 실제 1989년을 그대로 재현한 작품이 아니라 당시 도쿄의 레트로한 감성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가상의 ‘1989년 도쿄’를 무대로 한다. 임 디렉터는 “정확히 그 시대를 재현하는 것이 목표라기보다 그 시대가 가진 감성과 느낌을 넣고 우리 방식으로 풀어내는 것”이라며 “무엇을 어떻게 재해석할지가 더 어려운 부분”이라고 했다.
최근 한국 게임사들이 잇달아 서브컬처 시장에 뛰어드는 배경에 대해선 ‘토양’이라는 표현을 썼다. 임 디렉터는 “여러 성공 사례가 나오면서 캐릭터의 매력에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세대와 문화가 갖춰졌다고 생각한다”며 “시장이라는 토양이 점차 만들어졌고, 이제 그 위에서 기업들도 나무를 심을 수 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