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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호 에스프레소의 승부수…전통 식재료에 더한 '한 끗'
곶감에 떡 얹은 호랑이 동화…서진경 매니저의 '호감 스무디'
압구정 떡고물 올린 롤케이크…윤미래 매니저의 '흑임자 디저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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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변화의 물꼬를 튼 건 사내 레시피 콘테스트였다. 이번 경연의 주제는 'K-헤리티지와 가을 신메뉴'. 사실 흑임자나 홍시, 모과 같은 식재료는 이미 시장에서 흔히 쓰이는 익숙한 카드다. 관건은 '누구나 아는 그 맛'에 어떻게 할리스만의 한 끗을 더해 차별화하느냐였다.
"뻔한 홍시 대신 호랑이 동화"…현장 눈높이 맞춘 밸런스
"가을이라고 해서 홍시만 얹는 건 개발자로서 너무 진부했습니다. 아이에게 읽어주던 전래동화 속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호랑이 이야기가 떠올랐죠. 곶감 스무디에 쫄깃한 찹쌀떡을 올리고 초코 드리즐로 호랑이 줄무늬를 형상화했습니다."
아이디어를 전국 매장에 구현하는 과정은 치열했다. 초기 안은 컵 표면에 호랑이 얼굴 모양을 정교하게 그리는 방식이었지만, 주문이 몰리는 매장 근무자 제조 부담을 덜기 위해 단순하면서도 직관적인 드리즐 방식으로 매뉴얼을 다듬었다. 서류 심사에서 주목 받았던 '생미나리 스무디'는 원물 수급과 보관, 폐기 등 매장 관리의 한계 탓에 수차례 테스트 끝에 탈락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현장 감각을 놓치지 않는 서 매니저는 대학에서 식품생명공학을 전공한 뒤 연구원이 됐다고 했다. 원료를 조합해 신제품을 선보이는 일에 매력을 느꼈다는 그는 생두 로스팅부터 추출까지 깊이 파고들어 국제공인 커피감별사 자격을 따고, 코리아 커피 로스팅 챔피언십 헤드 심사위원까지 맡기도 했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음료의 '포인트'는 다르다고 했다. 그는 "대회장에서는 원두의 로스팅 프로파일과 바디감의 미세한 균형을 집요하게 따지지만, 전국 수만 명이 마시는 프랜차이즈 음료는 손님이 첫 모금을 들이켰을 때 직관적으로 다가오는 '한 입의 밸런스'가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파인다이닝의 섬세함, 일상의 문법으로 풀다
압구정 유명 떡집을 직접 벤치마킹한 상단 토핑도 숨은 공신이다. 그는 "떡 특유의 짭조름한 감칠맛을 내는 고물을 직접 수소문해 공수했다"며 "초도 생산 점검 당시 배송 과정에서 고물이 자꾸 떨어지는 문제가 생겨, 생산 라인 설비를 보완하고 고물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지지 형태를 설계해 물류 흔들림 테스트를 통과시켰다"는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 같은 디테일은 그의 독특한 이력에서 비롯됐다. 윤 매니저는 1~2g의 미세한 계량 차이에도 질감과 맛이 달라지는 제과의 섬세함에 반해 파티시에가 됐다. 원재료 특성을 직접 설계하는 개발자가 되고자 프랑스 정통 제과 학교인 에꼴 르노뜨르 본교에서 배웠고 이후 정교한 플레이팅 디저트를 다뤘다.
"파인다이닝은 당일 아침 소량 생산해 디너 플레이팅으로 즉각 피드백을 받는 매력이 있지만, 특별한 날에만 닿는 한계가 있었죠. 제가 애정을 쏟은 디저트를 더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편하게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 프랜차이즈 R&D로 시야를 넓혔습니다. 이곳에선 제품 하나를 내기 위해 6개월간 양산성과 원가, 물류 안정성, 매장 오퍼레이션을 모두 맞춰야 합니다."
지난해 예약 오픈과 동시에 완판돼 추가 생산까지 들어갔던 '자개함 티라미수'에 이어, 이번 롤케이크 역시 파인다이닝의 미식 감각을 프랜차이즈 매장 환경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사례다.
'바딜' 너머 차세대 스테디셀러로
서 매니저는 "오랜 시간 각인된 '할리스=바닐라 딜라이트'라는 공식을 넘어설 다음 단계가 필요하다"며 "바딜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계절감과 한국적 정체성을 세련되게 결합한 메뉴를 지속 선보여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다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최근 자체 캐릭터 '할리베어'를 활용한 감성 마케팅과 함께 걸그룹 '리센느'와의 협업으로 브랜드 이미지에 신선함을 불어넣는 이유이기도 하다.
두 개발자의 시선도 이제 반짝 시즌성 흥행을 넘어 '일상의 스테디셀러'로 향하고 있다. 서 매니저는 "호불호가 갈렸던 메뉴들의 데이터를 거울삼아, 낯설 수 있는 전통 식재료라도 누구나 첫 모금에 편하게 즐길 수 있는 대중적 완성도를 채워갈 것"이라며 "'바딜'처럼 오래 사랑받는 새로운 기본기를 만드는 게 R&D의 목표"라고 말했다.
윤 매니저 역시 "작년 자개함 케이크 개발 당시 주말까지 반납하며 매달렸던 샴페인 케이크처럼, R&D의 손길이 깊게 닿은 디저트들을 대중이 더 부담 없이 경험할 수 있도록 작은 사이즈나 새로운 형태로 꾸준히 변주해보고 싶다"며 "기억에 남는 확실한 '한 끗'이 담긴 디저트를 일상 속 테이블로 계속 배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