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서남부 내륙과 베이부만을 잇는 핑루운하를 개통해 아세안으로 향하는 물류 거리를 560㎞ 이상 단축했다. 광시좡족자치구
중국이 서남부 내륙과 베이부만을 잇는 핑루운하를 개통해 아세안으로 향하는 물류 거리를 560㎞ 이상 단축했다. 광시좡족자치구
중국이 서남부 내륙과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을 직접 연결하는 새로운 물류 통로를 열었다. 광시좡족자치구의 시강 수계와 베이부만을 잇는 핑루운하가 공식 개통하면서다. 중국 서남부 화물이 수백㎞를 우회해 주장삼각주로 향하던 기존 물류 구조가 바뀌고 광시와 윈난, 구이저우 등 서부 내륙의 산업 지도가 아세안 방향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2~15일 걸리던 화물 5~7일로

16일 광시 친저우의 마다오 허브에서 핑루운하 개통식이 열렸다. 동시에 난닝과 베트남 껀터를 연결하는 국제화물 항로와 난닝과 하이난 양푸를 잇는 국내 항로도 운항을 시작했다. 2022년 8월 착공한 핑루운하는 총 727억위안(약 14조8300억원)이 투입된 134.2㎞ 길이의 대형 수로다. 중국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건설한 첫 강·바다 연결 운하로 5000t급 선박이 다닐 수 있다.
중국이 서남부 내륙과 베이부만을 잇는 핑루운하를 개통해 아세안으로 향하는 물류 거리를 560㎞ 이상 단축했다. 광시좡족자치구
중국이 서남부 내륙과 베이부만을 잇는 핑루운하를 개통해 아세안으로 향하는 물류 거리를 560㎞ 이상 단축했다. 광시좡족자치구
핑루운하의 가장 큰 변화는 중국 서남부의 경제적 거리를 줄였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시강 수계 화물은 바다로 나가려면 동쪽 광저우 방향으로 이동해 주장삼각주를 거쳐야 했다. 지리적으로 베이부만이 훨씬 가까워도 산맥과 수계 때문에 직접 남하할 수 없었다. 운하 개통으로 시강과 베이부만이 직결되면서 광저우항을 경유할 때보다 내륙수로 운항 거리가 560㎞ 이상 짧아진다.

신화통신은 광시 바이써에서 출발하는 대량 화물의 경우 기존 12~15일이 걸리던 운송 기간이 5~7일까지 줄어들 수 있다고 전했다. 종합 물류비는 18~30% 낮아지고 연간 사회적 운송비 절감액은 50억위안을 넘을 것으로 중국 당국은 추산했다.

中 서부의 출해구 바뀐다…핑루운하가 연 새 물류축

전문가들은 운송비 절감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중국이 추진해온 서부육해신통로에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내륙 수운 축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충칭과 쓰촨, 구이저우, 윈난에서 내려오는 철도와 도로망을 광시의 내륙 수로, 베이부만 항만과 연결하면 철도·도로·강·해운을 묶는 복합 물류망이 만들어진다.
중국이 서남부 내륙과 베이부만을 잇는 핑루운하를 개통해 아세안으로 향하는 물류 거리를 560㎞ 이상 단축했다. 광시좡족자치구
중국이 서남부 내륙과 베이부만을 잇는 핑루운하를 개통해 아세안으로 향하는 물류 거리를 560㎞ 이상 단축했다. 광시좡족자치구
특히 중국 최대 교역권 가운데 하나인 아세안과 공급망 거리를 줄여 미국과 유럽 중심이던 중국 제조업의 해외 물류축을 남쪽으로 넓히는 효과가 예상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이 핑루운하를 내륙 제조업과 동남아시아 시장을 직접 연결하고 운송비를 낮추는 전략적 인프라로 추진해왔다고 분석했다.

물류 통로가 산업 배치까지 바꿀 가능성도 있다. 올 상반기 난닝 핑루운하 경제벨트 중점지역에 새로 체결된 5000만위안 이상 프로젝트는 133개, 총투자액은 565억6300만위안에 달했다. 신에너지와 배터리 관련 기업들이 들어오고 친저우 등에서는 산업 유치가 빨라지고 있다. 운송비가 낮아지면 지금까지 해안과 멀다는 이유로 불리했던 서남부 제조업의 입지 조건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이 서남부 내륙과 베이부만을 잇는 핑루운하를 개통해 아세안으로 향하는 물류 거리를 560㎞ 이상 단축했다. 광시좡족자치구
중국이 서남부 내륙과 베이부만을 잇는 핑루운하를 개통해 아세안으로 향하는 물류 거리를 560㎞ 이상 단축했다. 광시좡족자치구
제도 측면에서도 실험적 성격이 강하다. 핑루운하는 내륙 수로와 바다가 만나는 수로여서 기존에는 서로 다른 항행 규정이 적용됐다. 중국 경제매체 제일재경에 따르면 광시 당국은 운하 개통에 맞춰 별도의 통항안전관리규정을 마련해 일정 조건을 갖춘 내륙 선박이 바다로 나가고 해상 선박도 강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중간 항만에서 화물을 다른 배로 옮겨 싣는 비용을 줄여 강·바다 직항을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한 것이다.
중국이 서남부 내륙과 베이부만을 잇는 핑루운하를 개통해 아세안으로 향하는 물류 거리를 560㎞ 이상 단축했다. 광시좡족자치구
중국이 서남부 내륙과 베이부만을 잇는 핑루운하를 개통해 아세안으로 향하는 물류 거리를 560㎞ 이상 단축했다. 광시좡족자치구
다만 운하가 계획대로 경제성을 확보할지는 실제 물동량에 달려 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핑루운하가 서남부의 운송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막대한 투자비는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을 키울 수 있고 대규모 수로 개발에 따른 생태환경 영향도 주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이 서남부 내륙과 베이부만을 잇는 핑루운하를 개통해 아세안으로 향하는 물류 거리를 560㎞ 이상 단축했다. 광시좡족자치구
중국이 서남부 내륙과 베이부만을 잇는 핑루운하를 개통해 아세안으로 향하는 물류 거리를 560㎞ 이상 단축했다. 광시좡족자치구
중국은 앞으로 이 물류망을 중앙아시아까지 연결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서부육해신통로는 이미 중·유럽 화물열차와 중앙아시아행 열차망과 연계되고 있다. 중국은 핑루운하와 베이부만 항만을 이 철도망에 접목해 동남아시아와 중앙아시아를 잇는 복합 물류축으로 확장한다는 구상이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