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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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주 삼성전자를 둘러싼 증권가의 시각차가 엇갈리고 있다. 한쪽에서는 메모리 수요 둔화와 가격 상승 한계를 이유로 실적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을 경고하는 반면, 다른 쪽에서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미세 공정 수율 개선을 앞세워 강한 반등을 전망하고 있다. 목표주가가 27만원에서 60만원까지 두 배 이상 벌어지자 일부 투자자 사이에선 증권사 리포트의 책임 강화를 위해 당국이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BNK투자증권 "메모리 가격 오르기 힘든 상황서 증설 나서"

이민희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15일 삼성전자에 대해 "올해 3분기, 4분기 영업이익을 기존 114조7000억원, 121조7000억원에서 각각 108조5000억원, 118조8000억원으로 5%, 2%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3분기 D램 평균판매가격(ASP)이 전 분기보다 18% 오를 것으로 예상한 것을 14% 상승으로 낮췄고, 원·달러 평균 환율 전망을 기존 1480원에서 1420원으로 낮췄다"며 "삼성전자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의 실적이 부진할 것으로 보고 이를 반영했다"고 덧붙였다.

이 연구원은 "메모리 비용이 한계에 도달함에 따라 정보기술(IT) 제품에 이어 서버에서도 수요탄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대규모언어모델(LLM) 시장에서 폐쇄형 모델의 점유율 급락, 경쟁 심화에 따른 가격 인하 조치로 6월 이후 토큰 단위당 지불가격이 절반 이하로 급락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매출 증가 둔화로 이어져 반도체 구매 여력을 낮추는 요소가 될 것"이라며 "실제로 구글, 메타 등은 성능 경쟁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와 연비 제고 전략으로 선회하고 있는 데다 오픈AI와 앤트로픽도 프론티어 모델 개발 속도 조절에 나서며 보안과 신뢰성 회복에 치중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거시환경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메모리 가격이 더 이상 오르기 힘든 상황에서 오히려 생산업체는 장기 수요를 낙관하며 공격적으로 증설에 나서고 있어 메모리 수급 방향성이 안 좋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또 "주주환원 프로그램이 긍정적이지만 주가 방향성에 영향을 주지는 못할 전망"이라며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수익성 개선 기대가 유효하지만, 주가에 상당 부분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실적 하향 조정에 따라 목표주가를 30만원에서 27만원으로 낮추고, 상승 여력이 낮아 투자의견은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한다"고 덧붙였다.

KB증권 "파운드리 성장 본궤도 진입"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026.5.19 평택=이솔 기자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2026.5.19 평택=이솔 기자
다른 증권사와 비교하면 BNK투자증권의 목표주가는 압도적으로 낮다. 지난 7일 미래에셋증권은 삼성전자 목표주가로 40만원을 제시했다. LS증권은 45만원, 삼성증권은 40만원, 유진투자증권은 56만원을 전망했다.

반면 KB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가장 높게 책정한 증권사다. KB증권은 삼성전자가 HBM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사업의 동반 반등을 앞두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으면서 목표가 60만원을 제시했다.

특히 6세대 HBM인 HBM4 양산 확대와 2나노미터(㎚·1나노는 10억분의 1m) 수율 개선을 발판으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동시에 파운드리 사업도 흑자 전환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메모리와 파운드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턴키 경쟁력이 부각되면서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는 평가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올해 2분기 HBM 시장 점유율 33%를 기록한 삼성전자는 4분기 점유율이 40% 수준에 근접할 전망"이라며 "이는 3분기 HBM4 매출이 전분기 대비 3배 이상 증가하고, HBM4가 하반기 HBM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삼성전자는 HBM4 본격 양산과 주요 고객사로의 HBM4E(7세대) 샘플 공급, 1c 코어다이와 2나노 베이스다이 적용의 HBM5(8세대) 아키텍처 보유 및 차세대 HBM인 zHBM까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성장도 본궤도에 진입했다고 판단했다. 김 본부장은 "삼성 파운드리는 4나노 생산 수율이 80% 이상으로 안정화된 가운데, 2나노 게이트올어라운드(GAA) 수율도 70% 이상으로 빠르게 개선되며 선단 공정의 양산 경쟁력이 본격적으로 회복되고 있다"면서 "2나노 수율 개선은 향후 삼성 파운드리 실적뿐 아니라 HBM 베이스다이 경쟁력까지 동시에 끌어올릴 수 있어, 향후 매출 성장의 가속화가 기대된다"고 짚었다.

파운드리 사업은 올해 3분기부터 4나노 언어처리장치(LPU) 양산 본격화와 수율 안정화에 힘입어 흑자 전환 가능성이 한층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현재 삼성전자의 4나노 수율은 사실상 TSMC와 경쟁 가능한 수준에 근접한 것으로 판단되고, 2나노 수율 역시 연초 50% 미만에서 빠르게 개선되고 있어 미국 대형 고객사 확보도 연내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메모리 단품 공급을 넘어 HBM과 파운드리, 패키징을 아우르는 턴키 솔루션 공급 역량을 확보한 유일한 기업으로서, 향후 성장의 판은 더욱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마무리했다.
사진은 6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모습.2026.08.06 최혁 기자
사진은 6일 경기 평택시 고덕동 삼성전자 반도체 클러스터 공사 현장 모습.2026.08.06 최혁 기자

개인투자자 사이 리포트 전문성 의심 목소리 커져

증권사가 제시한 목표주가가 27만원에서 60만원까지 벌어지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쏟아진다. 일부 투자자는 "도대체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느냐"는 격앙된 반응도 나왔다. 같은 기업을 두고 실적 추정과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정반대로 갈리면서 리포트의 전문성과 신뢰성 자체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일부 투자자는 "증권사 리포트는 주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데 전망이 빗나갔을 때 누가 책임지는지 모르겠다"며 증권사 책임론을 제기했다. 시장에서는 목표주가 산정 근거와 이익 추정치의 변경 내역을 더욱 투명하게 공개하고 전망의 사후 검증과 책임을 강화하도록 금융당국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두 증권사의 시각차가 삼성전자의 기술 경쟁력보다 메모리 수요 사이클을 어디에 두느냐에서 갈린다는 해석을 내놨다.

한 업계 관계자는 "BNK증권은 메모리 가격 상승과 수요 탄력 둔화를 근거로 공급 과잉 가능성에 무게를 둔 반면, KB증권은 HBM4·2나노 수율 개선을 삼성전자의 제품 믹스 개선과 실적 레벨업의 근거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