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를 왜 섞어 마시나"…2030 홈술족 늘어나더니 '불티' [권 기자의 장바구니]
지난 5월 맛과 패키지를 전면 리뉴얼한 롯데칠성음료의 맥주 ‘클라우드’가 2030이 즐겨찾는 편의점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집에서 맥주를 즐기는 소비자들이 주로 찾는 500mL 캔 판매량이 리뉴얼 이후 빠르게 늘면서다. ‘소맥’보다 맥주 자체의 맛을 강조한 전략이 홈술 시장에서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5일 GS리테일에 따르면 지난 5월 리뉴얼을 진행한 클라우드 500mL 캔의 월별 판매량은 리뉴얼 시점인 5월과 비교해 6월 45.9%, 7월 54.5%, 8월 90.9% 증가했다. 8월 판매량은 불과 석 달 만에 5월의 1.9배 수준까지 불어난 셈이다.

눈에 띄는 것은 500mL 캔의 판매량이다. 병맥주가 음식점이나 주점 등 유흥시장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과 달리 캔맥주는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소비자가 직접 브랜드를 골라 구매하는 비중이 높다. 업계에서는 클라우드가 리뉴얼 이후 20·30대를 비롯한 ‘홈술족’ 사이에서 다시 선택받기 시작한 결과로 보고 있다.

클라우드는 지난 5월 맛부터 패키지까지 전면 손질했다. 기존의 진하고 묵직한 맛이라는 정체성은 유지하되 단맛과 쓴맛의 비율을 다시 조정했다. 잔당과 쓴맛을 낮춰 목넘김을 부드럽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맥아 100%를 사용하는 ‘올 몰트’와 발효 원액에 물을 추가하지 않는 제조 방식은 그대로 유지했다.
클라우드 맥주 광고 스틸 컷. 롯데칠성음료 제공
클라우드 맥주 광고 스틸 컷. 롯데칠성음료 제공
맥주 시장이 과거처럼 ‘얼마나 시원한가’만으로 경쟁하기 어려워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집에서 술을 마실 때는 여러 사람이 같은 술을 주문하는 회식 자리와 달리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에 맞춰 제품을 고를 수 있다. 편의점과 마트에서 수입맥주와 수제맥주, 국내 맥주를 비교해 한두 캔씩 구매하는 소비가 자리 잡으면서 브랜드별 맛의 차이가 선택 기준으로 부상했다.

롯데칠성음료가 리뉴얼과 동시에 꺼내든 메시지도 이를 겨냥했다. 배우 이준혁을 모델로 내세운 광고에서 “이 좋은 맥주에 소주를 왜 섞어”라는 멘트를 앞세웠다.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소맥’ 문화와 거리를 두고 ‘맥주는 그 자체로 맛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2014년 출시된 클라우드는 한때 ‘프리미엄 국산 맥주’를 앞세워 시장에 안착했지만 카스와 테라가 양분하는 국내 맥주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에는 점유율 경쟁을 위해 대중적인 이미지를 좇기보다 ‘맛있는 맥주’라는 처음의 정체성을 다시 꺼내 들었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회식에서는 여전히 익숙한 브랜드를 주문하는 경향이 강하지만 가정용 시장에서는 소비자들이 맛과 취향을 기준으로 다양한 맥주를 선택한다”며 “젊은 소비층을 중심으로 맥주 자체의 맛을 따지는 소비가 늘어나면서 기존 브랜드에도 다시 기회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권 기자의 장바구니는 기자가 담은 현장 체감 물가와 식품·유통 트렌드를 전달하는 코너입니다. 대형마트와 편의점, 온라인몰 등을 오가며 장바구니에 담긴 가격 변화를 추적하고, 신제품 출시와 소비 흐름을 짚습니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