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추천 뉴스
"그냥 와서 노세요"…마트 매대 치웠더니 벌어진 놀라운 일 [트렌드+]
'임대 매장' 팝업스토어, 주류가 되다
팝업은 더 이상 일부 유명 백화점이나 패션·뷰티 브랜드만의 마케팅 수단도 아니다. 게임과 캐릭터, K팝, 식품 등으로 영역이 넓어진 데 이어 대형마트도 체험형 콘텐츠와 브랜드를 매장에 적극 끌어들이고 있다. 온라인과 가격·배송 속도로만 경쟁하기 어려워진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상품을 사는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곳'으로 점포의 정의를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진열대에 상품을 쌓아두고 판매하던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수시로 새로운 브랜드와 콘텐츠를 선보이는 '팝업 플랫폼'으로 변신하고 있다. 짧은 기간에만 경험할 수 있다는 희소성을 앞세워 고객을 점포로 불러들이고 체류 시간을 늘리려는 전략이다.
이를 가장 공격적으로 활용한 곳은 현대백화점이 꼽힌다. 2021년 문을 연 더현대 서울은 기존 백화점과 달리 매장을 고정 브랜드로 채우기보다 젊은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콘텐츠를 빠르게 교체하는 방식을 택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더현대 서울에서 개점 이후 2025년까지 열린 팝업은 1892건이다. 더현대 서울의 2030세대 매출 비중은 58%에 달한다. 개점 후 5년간 누적 매출은 약 5조2100억원, 지난해 매출은 1조2864억원을 기록했다. 팝업 매출만 별도로 공개되지 않는 만큼 전체 실적을 팝업 효과로 해석할 수는 없다. 하지만 팝업을 통해 젊은 고객을 유인했다는 것에 내부적으로 수긍하는 분위기로 알려졌다.
팝업의 내용 역시 달라지고 있다. 단순히 신상품을 진열하고 한정 상품을 판매하는 임시 매장에서 IP(지식재산권)의 세계관을 직접 체험하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유명 애니메이션은 물론 드라마와 영화, 아이돌그룹과 손잡고 체험과 촬영이 가능한 서사를 구현하는 공간을 선사했다는 평이다. 현대백화점은 이를 개별 점포의 이벤트가 아니라 전사적인 콘텐츠 전략으로 확대하고 있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지난해 잠실 롯데월드몰에서 열린 팝업 건수는 전년 대비 125% 증가했으며, 특히 10대부터 30대 MZ세대를 겨냥한 애니메이션·웹툰·캐릭터 팝업스토어가 급격히 늘어났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 지난해 운영된 200여개 팝업의 구매 고객 중 절반이 20~30대였다. 팝업 소비층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다는 게 다시 한 번 드러났다.
스타필드 하남의 경우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다는 점을 반영해 전체 유통사 중 반려동물·패밀리·키즈 카테고리 팝업 비중이 약 18%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 점포별로 특화된 타깃층에 따라 팝업 카테고리 구성이 뚜렷하게 차별화되고 있다.
최근에는 백화점, 대형 쇼핑몰뿐 아니라 마트에서도 팝업 운영이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1월 한국소비자학회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응답자가 최근 1년간 방문한 팝업 운영 형태를 조사한 결과 복합쇼핑몰이 27.5%, 백화점이 26.0%, 대형마트가 21.5%, 단독 팝업이 15.5%, 기타가 9.5%로 나타났다.
온라인에게 빼앗긴 고객들…"놀다 가세요"
백화점과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 업체들은 팝업을 통해 온라인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과 체험을 선사한다. 이를 통해 고객이 점포에 머물 이유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방문을 유도하는 방식이다. 온라인에서 생필품을 주문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상황에서 단순히 상품 구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매력적인 모객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대표적인 사례가 이마트의 '스타필드 마켓'이다. 이마트는 기존 대형마트의 판매 공간 일부를 줄이고 식음료와 휴식, 문화·체험 콘텐츠를 강화한 점포를 확대하고 있다. 2024년 스타필드 마켓으로 바꾼 죽전점은 리뉴얼 이후 회사 집계 기준 매출이 36%, 방문객이 12% 늘었다. 체류 고객 비중은 184% 증가했다. 이마트는 지난해 문을 연 스타필드 마켓 킨텍스점에도 북그라운드와 키즈그라운드 등 체험·휴식 공간을 배치했다.
지난달에는 서울 노원구 월계점을 서울 첫 스타필드 마켓으로 재단장했다. 이마트와 트레이더스, 외부 브랜드를 결합하고 약 180평의 문화·휴식 공간을 마련했다. 이마트에 따르면 기존 스타필드 마켓 점포에서는 리뉴얼 이후 3시간 이상 머무는 장기 체류 고객 비중이 평균 90.8% 증가했다.
롯데마트 역시 제타플렉스와 그랑그로서리 등으로 기존 '창고형 진열' 중심의 마트 공식을 바꾸고 있다. 롯데마트 측은 제타플렉스에 대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래그십 스토어"라고 규정했다. 식품뿐 아니라 토이저러스와 생활용품·전문매장 등을 결합해 쇼핑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만드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침체된 유통업, 팝업으로 뚫을까
팝업 확산의 이면에는 오프라인 유통업의 위기감도 깔려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집계한 주요 유통업체 동향에서 대형마트 매출은 올해 4월 6.6%, 5월 5.1%, 6월 10.5% 각각 감소했다. 이 상황에서 온라인보다 우위를 가질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며 소비자가 직접 보고 먹고 즐기고 사진을 찍는 경험을 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실제로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IP 팝업을 방문한 1020 고객 10명 가운데 6명은 현대백화점을 이용한 적이 없던 신규 고객이었다.
브랜드에도 팝업은 유용하다. 온라인 중심으로 성장한 신생 브랜드가 대규모 고정 매장을 내지 않고 소비자 반응을 확인할 수 있어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브랜드 디 애퍼처도 온라인 패션 플랫폼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하다 지난달 더현대 서울에서 팝업을 열었다. 핵심 상권에서 브랜드를 직접 경험하게 하면서 오프라인 소비자와의 접점을 넓히려는 목적이었다.
다만 팝업 자체가 곧 수익성을 보장하는 건 아니라는 게 관계자들의 공통된 증언이었다. 인기 IP와 브랜드를 확보하기 위한 유통업체 간 경쟁이 심해지고 콘텐츠 교체 주기가 짧아질수록 공간 조성·운영 부담도 커질 수 있다.
한 관계자는 "단순히 방문객이 증가했다는 것만으로 구매와 전체 매출 증가로 이어지진 않는다"며 팝업 매장들이 매출액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귀띔했다. 다만 온라인 쇼핑의 등장으로 비효율 자산으로 여겨졌던 대규모 점포가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이 복제하기 어려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자산으로 재평가받고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지속가능한 사업 모델이 될 수 있을지 고민해 봐야 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