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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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78년 만에 전국 농지를 전수조사한 것을 두고 정치권 공방이 커지고 있다. 농지 투기를 막겠다는 취지에는 큰 이견이 없지만, 상속농지와 고령 농업인, 관행적 임대차까지 일률적으로 처분명령이나 이행강제금 대상으로 삼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경기 가평·포천)은 14일 페이스북을 통해 "농지 이행강제금 부과와 처분명령을 제도 개선이 될 때까지 유예하자"고 밝혔다. 그는 "78년 만의 전국 단위 조사라는 명분 아래 상속으로 어쩔 수 없이 농지를 물려받거나 고령·질병으로 직접 경작이 어려운 농업인들까지 위반자로 몰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정부가 매입할 수도 없는 농지에 대한 처분명령부터 밀어붙이는 것은 순서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라고도 했다.

현행 농지법은 처분명령을 정당한 사유 없이 이행하지 않을 경우 해당 농지의 감정가격 또는 개별공시지가 가운데 높은 금액의 25%에 해당하는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6일 "국민 집 빼앗더니 이제 농업인 농지까지 빼앗는다"며 전수조사 중단을 요구했다. 농지를 처분하라고 해도 실제 농촌에서는 매수자를 찾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는 주장이다. 장 대표는 이후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농지 전수조사 문제를 놓고 만나 논의하자고 공개 제안했다.

정부는 야당 주장이 과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장 대표 발언을 두고 "대부분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사실이 아니다"라며 "투기로 볼 수 있는 것은 단단하게 조치하되 선량한 농업 종사자의 관행적인 법 위반이나 경미한 부분은 처벌이나 단속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농식품부는 지난 5월부터 전국 농지 약 136만㏊를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진행해 7월 말 기본조사를 마쳤다. 이 중 필지 기준 약 27%가 추가 확인이 필요한 심층조사 대상으로 분류됐다. 정부는 고령이나 질병으로 영농이 어려운 경우, 상속농지, 농촌에서 관행적으로 이뤄진 임대차 등을 무조건 처벌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자진 정비와 계도를 우선하겠다는 설명이다.

경자유전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취지에는 여야 모두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농촌 고령화와 상속농지 증가, 임대차 관행, 얼어붙은 농지 거래시장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농지법 자체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경남 산청·함양·거창·합천)은 지난해 인구감소지역 농지 규제를 완화하는 농지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신 의원은 2021년 LH 직원 투기 사태 이후 강화된 농지 규제가 실제 투기와 거리가 먼 농촌지역에도 일률적으로 적용돼 농지 거래가 위축됐다고 봤다. 개정안에는 인구감소지역 농지위원회를 폐지하고, 주말·체험 영농용 농지 임대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신 의원은 당시 "인구감소지역에 거주하는 고령 농업인들이 농지 매매 규제로 큰 불편을 겪고 있다"며 제도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여당 내부에서도 실경작 농민 보호 필요성이 제기된 바 있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의원(제주 갑)은 지난 6월 농지 전수조사 과정에서 실제 농사를 짓는 임차농이 피해를 볼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을 요구한 바 있다.

당시 문 의원은 "농지 전수조사는 농지 투기를 막고 농지 이용 질서를 바로 세우기 위한 정책이지 선의의 실경작 농민을 위축시키기 위한 정책이 아니다"라며 실경작 임차농 보호와 대체농지 확보 방안을 주문했다.

쟁점은 투기 근절과 농촌 현실 사이의 균형이다. 정부가 심층조사를 거쳐 투기성·고의적 위반과 고령농·상속농지 등 현장 여건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사례를 실제 행정처분 과정에서 어떻게 구분할지가 향후 논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