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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왜 안 망하나 했더니"…'2조 돈벌이' 따로 있었다 [고은이의 산업 레이더]
물건은 제자리인데 이익은 급증…마트의 이상한 손익계산서
식품 소비 둔화에도 이익 전망 유지
광고 포함 대체사업 연 이익 2조원
식품 소비 둔화에도 이익 전망 유지
광고 포함 대체사업 연 이익 2조원
마트의 손익계산서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상품을 싸게 매입해 비싸게 파는 것이 거의 유일한 수익모델이었습니다. 이제는 소비자가 무엇을 검색하고 어떤 광고를 본 뒤 무슨 상품을 샀는지 분석해 광고주에게 판매합니다. 마트가 물건만 파는 장소에서 구매 직전의 소비자와 데이터를 함께 파는 광고매체로 변하고 있는 셈입니다.
광고이익 24% 늘린 크로거
15일(현지시간) 크로거의 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보다 0.2% 증가했습니다. 지난해 같은 분기 증가율 3.4%에서 둔화했습니다. 그레그 포런 크로거 CEO는 실적발표에서 “소비자들이 계속 압박을 받고 있으며 연초 이후 상품 판매량 증가세도 둔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물가 부담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식료품과 생활용품을 살 때도 가격과 할인 여부를 더 꼼꼼하게 따진다는 얘기입니다.그런데 크로거는 연간 조정 영업이익 전망은 50억~52억달러로 유지했습니다. 조정 주당순이익도 1.09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5% 증가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숫자는 크로거의 광고사업인 ‘크로거 프리시전 마케팅’의 이익이 24% 증가했다는 점입니다. 광고가 더 이상 마트의 부수입이 아니라 전체 수익성을 좌우하는 사업이 됐다는 의미입니다.
크로거가 지난해 광고를 포함한 ‘대체 수익사업’에서 거둔 영업이익은 15억달러, 약 2조원입니다. 식품을 팔아 얻은 이익뿐 아니라 식품을 산 소비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다시 한번 이익을 내는 구조가 자리 잡았다는 얘기입니다.
“매장은 가장 덜 활용된 광고 플랫폼”
크로거 광고사업의 기반은 6300만 가구에 이르는 고객과 장기간 축적한 구매 이력입니다. 광고주는 단순히 크로거 매장에 광고를 걸어두는 데 돈을 내는 것이 아닙니다. 특정 상품을 자주 사는 고객에게 광고를 보여주고, 광고에 노출된 고객이 실제로 상품을 구매했는지까지 확인하는 데 비용을 지급합니다.예를 들어 기저귀를 반복 구매한 고객에게 유아용 세제 광고를 보여주거나, 특정 브랜드 맥주를 사던 고객에게 경쟁사의 신제품 광고를 노출할 수 있습니다. 광고가 끝난 뒤에는 멤버십 구매 기록을 통해 실제 매출이 얼마나 늘었는지 측정합니다. 광고 노출과 구매 영수증을 연결하는 이른바 ‘폐쇄형 측정’이 가능합니다.
일반 포털이나 SNS 광고와 다른 마트의 강점입니다. 온라인 광고 플랫폼은 소비자가 광고를 클릭했는지는 알 수 있지만 이후 오프라인 매장에서 어떤 제품을 샀는지까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크로거는 광고를 본 고객이 자사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무엇을 결제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크로거는 앱과 온라인몰뿐 아니라 매장 천장과 진열대 끝, 주류 코너 등에 디지털 광고 화면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소비자가 상품을 선택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광고 영역으로 만든 것입니다. 크리스틴 포스터 크로거 프리시전 마케팅 수석부사장은 오프라인 매장을 “브랜드 이야기를 전달하는 데 가장 덜 활용된 플랫폼 중 하나”라고 표현했습니다.
국내 마트 매출도 끌어올릴까
국내 마트업계도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마트는 전국 이마트 127개점과 트레이더스 24개점에서 리테일미디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올해 트레이더스 6개점에 네 면으로 구성된 대형 전광판 ‘미디어큐브’를 설치했고 연말까지 10개점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지난해 관련 매출은 전년보다 약 20% 증가했습니다. 이마트는 월 3000만명에 달하는 온·오프라인 방문객과 전국 점포, 고객 데이터를 결합한 통합 리테일미디어 플랫폼도 구축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내 업체들이 공개하는 성과는 아직 광고 화면과 적용 점포 수, 매출 증가율에 집중돼 있습니다. 데이터 통합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이마트 매장과 이마트 앱, SSG닷컴, G마켓에서 발생한 구매 정보를 동일한 고객 단위로 연결해야 광고효과를 정확히 측정할 수 있습니다. 롯데도 마트와 백화점, 편의점에 흩어진 엘포인트 데이터를 하나의 광고상품으로 묶어야 합니다. 회원이 많아도 데이터가 계열사별로 분리돼 있으면 광고주에게는 하나의 매체가 되기 어렵습니다.
국내 식품·생활용품 업체들은 이미 포털과 방송, SNS, 유통사 판촉행사에 마케팅비를 쓰고 있습니다. 이 예산을 가져오려면 “광고를 본 고객이 실제로 얼마를 더 샀는가”를 숫자로 증명해야 합니다. 전광판을 많이 설치하는 것보다 광고 노출과 구매 전환을 연결하는 측정 기술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광고비가 새로운 ‘통행료’가 될 가능성도 살펴봐야 합니다. 제조사 입장에서 상품을 좋은 위치에 진열하기 위한 판촉비에 더해 디지털 광고비까지 부담해야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광고를 집행하지 않으면 검색과 매장에서 상품이 눈에 띄기 어려운 구조가 되면 광고비를 감당하기 힘든 중소 브랜드가 불리해질 수 있습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