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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베니스]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타인의 고통을 영화는 어떻게…" '가능한 사랑'을 질문한 이창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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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이탈리아 베네치아 리도섬의 살라그란데 극장에서 열린 영화제 폐막식에서 수상을 위해 무대에 오른 이 감독은 “노동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가 끊어져 가는 시대에 영화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영화가 무엇을 해야만 하는지 질문하기 위해 이 영화를 만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폐막 후 열린 심사위원 기자회견에서도 ‘가능한 사랑’은 화제였다. 올해 경쟁부문 심사위원에 참여한 홍콩영화 거장 두기봉은 “이창동의 작품 중 가장 성숙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어쩌면 문화적 차이로 완전히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이 영화의 모든 생각과 디테일을 사랑한다”며 “나라면 결코 이런 영화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해고 노동자 호석(설경구)·미옥(전도연) 부부와 이들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 그의 부유한 남편 상우(조인성)의 만남을 그린다. 계급 문제를 다루면서도 선악의 이분법을 피하고, 서로 다른 계급 간 관계가 우정과 착취 사이 어딘가에 있다는 모호한 태도를 유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수상자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이 감독은 이에 대해 과거 한국에서 벌어진 대기업의 정리해고와 노동자의 대규모 파업을 지켜보며 영화화할 계획을 했지만, 결국 제작을 접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과연 내가 그 영화를 만들 자격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했다.
이후 노동자의 삶을 촬영하는 다큐멘터리 감독을 영화 속에 등장시키는 방식으로 다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현실의 고통을 영화가 직접 재현하는 대신, 타인의 고통을 카메라에 담는 행위 자체를 영화 속 질문으로 가져온 셈이다.
이 감독은 이번 수상의 행운을 배우 조여정이 꾼 ‘좋은 꿈’ 덕분으로 돌리며 웃음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조여정 씨가 좋은 꿈을 꿨다고 해서 그 꿈을 사기는 했다”며 “한국에는 좋은 꿈을 사고파는 풍습이 있는데, 그 꿈이 이런 행운을 가져온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니스=김은진 아르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