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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봉의 호모 인베스티쿠스] 투자 달인 트럼프, 그의 포트폴리오
최정봉 이화여대 초빙교수·前 뉴욕대 교수
2025년 그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관세 전쟁을 벌였고, 국내에서는 국경 봉쇄와 불법이민 단속에 주력했다. 그 와중에 그의 계좌에서 2만 건 이상의 증권 거래가 발생했다. 2026년에도 거래는 이어졌다. 설마 이란과의 전쟁을 치르는 워룸 탁자에서까지 홈 트레이딩 시스템(HTS)을 열었을까.
트럼프 측은 이 거래들이 독립적인 제3자 투자관리자에 의해 자동화된 방식으로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직접 주문하지 않았다고 해도, 그의 정책 결정과 개인 재산의 움직임이 이렇게 가까이 놓일 수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수익 내역도 놀랍다. 미 상원 합동경제위원회 민주당 측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가 2025년 말 보유했던 석유·가스 관련 주식의 평가액은 약 4560만달러였고, 이란전쟁 이후 한때 약 6110만달러까지 올라 평가액이 최대 1550만달러 증가했다. 2026년 초에도 관련 주식 매수는 지속됐다.
암호화폐와 디지털 토큰 관련 사업에서 발생한 수익은 더 크다. 2025년 재산공개 분석에 따르면 트럼프와 그의 가족이 암호화폐 및 관련 사업에서 올린 수입은 14억달러가 넘었다. 미국 공영 방송사 PBS 추정에 따르면, 트럼프의 순자산도 2021년 첫 임기 종료 당시 24억달러에서 현재 약 61억달러로 증가했다.
내부자 거래였다고 단정할 근거는 충분치 않으나, 정책 결정과 주식 보유가 맞물리는 장면은 계속 나타났다. 오비이락인가? 2025년 7월 23일 백악관이 AI 액션플랜을 발표한 날, 트럼프 관련 계좌들이 아마존·애플·브로드컴·메타·마이크로소프트·엔비디아를 각각 100만~500만달러어치 매수한 사실이 드러났다.
팔란티어 건은 더욱 미심쩍다. 2026년 4월 트럼프는 트루스소셜에 팔란티어의 군사적 능력을 칭찬하며 종목 티커까지 직접 언급했다. 그런데 그보다 한 달 앞선 3월, 트럼프 관련 계좌는 이미 팔란티어를 여러 차례 사고팔고 있었다. 대통령 공인의 발언과 그의 주식 매매가 이상하리만큼 맞물렸다.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 본질적인 문제는 대통령과 부통령에게 일반적인 연방 이해충돌법(미국 연방법 제18권 제208조)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대통령의 금융 이해관계를 일반 공직자와 같은 방식으로 제한하는 장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프랑스가 공직청렴고등위원회(HATVP)를 통해 대통령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의 재산과 이해관계를 공개·감독하고, 영국이 독립 윤리자문관과 장관윤리규정을 통해 공직자의 사적 이해를 관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더욱 기이하다.
차라리 그의 투자상 특혜를 공공선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이 더 현실적이겠다. 혼자만 패를 쥐고 판돈을 쓸어 담게 둘 것이 아니라, 그가 먼저 보는 패를 모두에게 보여주자는 것이다. 이야말로 시장에 뛰어든 전 세계 투자자에게 그가 베풀 수 있는 유일한 공적 기여일지 모른다.
트럼프의 주식 계좌를 실시간으로 공개하라. 하루에도 수차례 뒤바뀌는 그의 트루스소셜 글과 연설보다 그의 매매가 더 신뢰의 대상이다. 그의 계좌는 이란전과 대중국 금수조치, 첨단산업 관세폭탄부터 러·우 전쟁의 향방과 북미회담 전개까지 알려줄 투자의 계시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