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독일 작센안할트주 선거에서 반이민·반미·친러·친중 성향의 독일대안당(AfD)이 승리하면서 유럽은 근본부터 흔들렸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의 기독민주연합(CDU)이었다. CDU는 2002년부터 이 주를 통치해왔지만 득표율이 2021년 37.1%에서 17.2%로 추락했다. 작센안할트주는 면적 기준으로 독일 16개 주 가운데 여덟 번째로 크며, 1인당 경제생산 기준으로는 가장 가난한 지역 가운데 하나다.

이번 달 베를린과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에서 치러지는 주 선거 역시 AfD에는 더 많은 희소식을, 기독민주연합에는 추가적인 좌절을 안겨줄 가능성이 크다. 나쁜 소식이 이어지면서 메르츠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날 수도 있다. 하지만 극단주의 세력이 독일을 장악할 것이라는 우려는 시기상조다. 옛 동독 지역의 몇몇 주에서 최다 득표를 차지하는 것은 상당한 성과이지만, AfD가 독일 전체를 장악하기까지는 여전히 갈 길이 아주 멀다. 현재 마린 르펜이 2027년 대통령 선거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프랑스가 독일보다 훨씬 먼저 ‘극우’ 지도자를 선출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독일과 프랑스의 투표 추세는 오늘날 유럽 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를 가리키고 있다. 유럽의 번영과 안보에 대한 위협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과 맞서기 위해 힘을 합치는 대신 유럽 국가들은 서로 멀어지고 있는 듯하다. 유럽은 수십 년 만에 가장 강하고, 가장 다양한 형태의 압박을 받고 있는데도 유럽 내부의 연대는 약화하고 있다.

북극을 보자. 러시아든 중국이든, 도널드 트럼프의 그린란드에 대한 야심이든 그 지역에서 유럽의 이해관계를 위협하는 요인들은 계속 커지고 있다. 하지만 아이슬란드 국민이 8월 29일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을 재개하는 데 근소한 차이로 반대표를 던졌을 때, 유럽은 흐름을 바꿀 수 있었던 아마도 가장 좋은 기회를 놓쳤다. 유럽의 근시안적인 태도가 여기에 크게 작용했다. 아이슬란드에서 어업은 거대한 산업인데, 유럽 국가들은 EU 가입 협상을 아이슬란드 해역에 대한 접근권을 얻는 지렛대로 이용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려 하지 않았다.

유럽은 이민 문제에서도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통제되지 않는 불법 이민은 유럽 전역에서 극우 세력이 부상하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다. 하지만 이민 정책은 여전히 조율되지 않은 난맥상이다. 스페인은 불법 체류자들을 합법화하고 있지만, 이탈리아는 이들을 추방하고 싶어 한다. 프랑스와 영국은 영국해협을 통한 불법 월경이 만연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다투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건설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만큼이나 많은 시간을 쓰고 있다.

국방 계획도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 EU의 독립 금융감시기관은 2020년부터 2025년까지 국방비 지출이 거의 80% 늘었음에도, 경제적 경쟁과 조율 부족으로 인해 유럽의 재무장이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했다.

유럽인들은 아직 전략적으로 사고하지 않고 있다. 영국은 더 이상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진지한 유럽 방위 구상이라면 영국의 지원은 여전히 필수적이다. 그런데도 영국은 강력한 유럽 방위산업을 구축하기 위해 마련된 EU의 1500억유로 규모 대출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에서 배제돼 있다.

에너지 정책은 일관성이 없는 난맥상이다. 유럽인들은 수십 년 동안 나머지 세계에 기후변화를 경고해왔지만, 정작 대륙의 상당 지역에는 에어컨 설치를 소홀히 해 올여름 내내 폭염 속에서 구워지듯 지냈다. 이제는 이맘때 기준 가스 재고가 사상 최저 수준인 탓에 겨울 내내 얼어붙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이 모든 것이 진지한 유럽 차원의 에너지 정책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제도 인근 자원을 개발하려는 영국의 시도에 제재를 가하겠다고 위협했지만, 공급원을 다변화하고 안정적으로 확보해야 할 유럽 대륙은 집단으로 하품만 했다.

유럽의 안보를 직접 위협하는 사안조차 공동 대응을 끌어내지 못한다. 러시아 드론이 대륙 곳곳에 나타나고, 한 나라에서 또 다른 나라로 사이버 공격이 잇따라 터지는데도 유럽의 기관과 각국 수도에서 나오는 것은 혀를 차는 반응 이상의 것이 거의 없다. 러시아가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는데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지원은 흔들리고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할레 공항을 겨냥한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의 사보타주 시도도 유럽 애국주의의 물결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 공항은 작센안할트주 경계 바로 건너편에 있으며, 이 주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를 담당하는 공항이다. 그러나 그 시도가 있은 지 한 달 뒤에도 지역 유권자들이 투표용지에 오른 정당 가운데 가장 친러시아적인 정당을 지지하는 데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다.

의사들은 ‘라 벨 앵디페랑스(la belle indifférence)’라는 말을 쓴다. 심각한 의학적 증상을 겪으면서도 일부 환자가 현실을 부정한 채 평온한 상태에 빠지는 것을 뜻한다. 이는 지금 유럽의 정신 상태를 설명하는 적절한 비유다.

작센안할트주 선거는 잠에 빠진 유럽을 깨우는 가장 최근의 경보음일 뿐이다. 유럽의 지도자들이 다시 알람 끄기 버튼을 누르지 않기를 바란다. 집에는 불이 붙었고 연기는 퍼지고 있다.
2026년 9월 8일 자 인쇄판에 ‘유럽은 다시 알람 끄기 버튼을 눌렀다(Europe Hits the Snooze Button)’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정리=김주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