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명함, 다들 비슷하게 생겼다고 생각하기 쉽다. 앞면엔 의원 사진과 연락처, 뒷면엔 지역사무소 주소와 후원계좌. 정형화된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 틀을 깨고 명함 한 장으로 '지역구 세일즈'에 나선 의원들이 있다. 명함이 단순한 연락처 교환 수단을 넘어 지역구 홍보 팸플릿이자 의정 철학을 담는 작은 캔버스가 된 셈이다.

작은 종이 한 장이지만, 그 안엔 지역에 대한 애정과 의정활동의 방향성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명함을 주고받는 짧은 순간에도 진심을 담으려는 의원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후원계좌 지웠습니다"…돈보다 '이것' 채운 국회의원 명함 [여의도는 지금]

○동네위인 소개부터 아름다운 지역구 자랑까지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대구 북갑)은 최근 명함 뒷면을 아예 '지역 위인 소개란'으로 바꿔버렸다. 2~3개월에 한 번씩 인물을 교체하는데, 첫 인물로 배자못 수리사업을 이끈 이돈수 선생을 소개했다. 자신의 공장까지 처분해가며 양수장 건설 자금을 마련했고, 그 덕에 주민들이 안정적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게 되면서 오늘날의 복현오거리(대구 복현동)가 형성됐다는 사연이다.

우 의원은 "우리 동네 의인을 알리는 의미도 크지만, 나 역시 이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며 "후원계좌를 적는 것보다 지역 주민들의 호응이 훨씬 좋아 효능감이 크다"고 말했다.

경남 마산합포가 지역구인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의 명함도 눈길을 끈다. 뒷면 가득 아름다운 마산합포 전경 사진을 채우고 그 위에 '대한민국 지중해 도시 마산합포'라는 문구를 새겼다. 지역구 자랑을 명함 한 장에 압축해 담은 셈이다.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아예 '동탄 주민 전용' 명함을 따로 만들었다. 화성시 마스코트 '코리요'를 배경으로 큼지막하게 '동탄' 두 글자를 새겨넣었다. 이 명함을 함께 넣어 민원을 보내면 동탄 주민 민원부터 우선적으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는 의미가 담겼다.

○비례대표는 명함에 포부를 담는다

지역구가 없는 비례대표 의원들은 명함에 자신의 의정활동 목표를 새기기도 한다. 기후 전문가 출신으로 국회에 영입된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명함에 '기후위기를 기후기회로 만들겠습니다'라는 문구를 큼지막하게 적었다.

김 의원은 "인류가 달나라를 갔듯, 기후위기라는 거대한 도전에 과학기술로 응전하겠다는 의지를 담았다"며 "저탄소사회로의 전환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