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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관리와 공급,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김효선의 부동산 이지!]
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
주택이 시세가 아니라 정해진 가격에 거래되는 시점은 첫 거래인 분양입니다. 그렇다면 주택 가격을 정책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 역시 분양 단계에서 가격을 조정하는 것입니다. 분양가상한제는 바로 이런 배경에서 도입됐습니다. 주변 시세보다 낮은 수준으로 분양가를 책정해 새 아파트를 공급하고,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 부담을 낮추는 한편 신규 분양가를 통해 주변 기존 주택 가격의 상승을 억제하려는 제도입니다. 가격을 관리하면서 주거비 부담을 줄이고 시장의 가격 안정까지 유도하겠다는 정책적 취지는 분명합니다.
다만 분양시장에서 움직이는 변수는 가격만이 아닙니다. 어디에서 언제 분양하는지, 분양받은 사람이 실제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지 등도 함께 봐야 합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울 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시장은 이러한 점을 살펴볼 수 있는 사례입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2026년 7월 말 기준 최근 1년간 서울에서 분양된 민간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6209만원입니다. 그런데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경계가 점차 흐려지고 있습니다.
올해 서울에서 분양가가 가장 높았던 곳은 3.3㎡당 7844만원을 기록한 동작구였습니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서초구가 7842만원, 용산구가 7394만원으로 뒤를 이었고 마포구 6886만원, 중구 6603만원 순이었습니다. 가격을 관리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분양가가 사실상 비슷한 수준에 이른 것입니다.
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는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되지만, 적용받지 않는 지역에서는 토지가격과 공사비, 신축 아파트의 희소성이 분양가에 반영됩니다. 서울의 토지가격과 공사비가 높아지고 신축 공급이 줄어든 상황에서는 분양가를 일률적으로 낮추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기존 아파트 시세를 보면 격차는 더 큽니다. KB부동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 아파트의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1억1145만원으로, 나머지 22개구의 5303만원과 두 배 이상 차이가 납니다. 분양가는 서로 비슷해졌지만 기존 주택의 시세는 여전히 큰 격차를 보이는 것입니다. 그만큼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지역에서 청약 당첨에 따른 가격 차익이 크게 발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문제는 자금 조달입니다. 서초구의 3.3㎡당 평균 분양가를 전용 84㎡ 기준으로 환산하면 26억원 안팎입니다. 규제지역에서 25억원을 넘는 주택의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2억원으로 제한되는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분양대금의 대부분을 자기자금으로 조달해야 했습니다. 상한제가 적용되지 않는 서울의 나머지 지역도 같은 방식으로 환산하면 20억원 안팎으로, 대출 한도는 4억원 수준에 그쳤습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크게 낮을수록 청약 당첨의 가치는 커지지만, 실제로 그 기회를 활용할 수 있는 수요자는 현금 동원력이 높은 수요자로 좁아질 수 있습니다.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려는 제도가 오히려 가장 큰 가격 차익이 기대되는 구간에서는 자금 여력이 접근성을 가르는 변수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이 같은 현상을 분양가상한제 하나의 결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서울의 토지가격 상승과 공사비 증가, 신축 아파트 희소성, 사업기간 장기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입니다. 다만 가격이 관리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분양가가 비슷한 수준이고, 상한제 지역의 기존 주택 가격 상승이 지속해서 유지되고 있다면 제도가 시장에서 의도한 방식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습니다.
분양가상한제의 적용 방식을 지역과 사업 유형에 따라 더욱 정교하게 설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사비와 금융비용의 변동은 즉시 사업성에 반영될 수밖에 없고, 분양 가격 제한은 사업성이 낮아지는 원인이 될 수 있어 사업 자체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가격을 낮추는 것만큼이나 가격을 낮춘 주택이 실제 시장에 지속해서 공급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분양가와 대출 규제도 따로 볼 수 없습니다. 분양가가 주변 시세보다 크게 낮으면 당첨자에게 시세차익이 집중되고, 반대로 시장가격에 가까워지면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집니다. 여기에 강화된 대출 규제가 더해지면 제도가 목표로 하는 대상과 실제 혜택을 받는 대상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격과 금융을 함께 설계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시장의 기준선이 이미 이동했다면 정책 역시 그 변화 위에서 설계돼야 합니다. 분양가를 낮추는 것과 주택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은 서로 다른 목표가 아니라 주거 안정이라는 같은 방향성을 갖고 있습니다. 실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이 지속해서 공급되도록 하려면 가격과 공급, 사업성, 금융을 함께 살펴야 합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분양가를 단순히 낮추는 정책이 아니라, 실수요자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의 주택이 꾸준히 공급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일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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