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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보수, 절차만큼 적정성에도 주목할 때 [디엘지 기업법무 핵심노트]
1분기 상장사 11곳서 임원 보수 관련 주주제안
단순히 보수액 많다고 효력 부정되는 건 아니야
법원 “채무상황·영업실적 비춰 과다해선 안돼”
단순히 보수액 많다고 효력 부정되는 건 아니야
법원 “채무상황·영업실적 비춰 과다해선 안돼”
한경 로앤비즈의 'Law Street' 칼럼은 기업과 개인에게 실용적인 법률 지식을 제공합니다. 전문 변호사들이 조세, 상속, 노동, 공정거래, M&A, 금융 등 다양한 분야의 법률 이슈를 다루며, 주요 판결 분석도 제공합니다.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에서도 보수 문제의 비중은 크다. 국민연금이 대표적이다. 국민연금이 2025년 반대한 주주총회 안건 721건 가운데 임원 보수를 이유로 반대한 안건은 326건으로 45.2%였다. 2023년과 2024년에도 그 비율은 각각 44.7%, 47.0%일 정도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국민연금은 임원 보수한도의 적정성을 주요 주주활동 대상 중 하나로 두고 있다. 보수한도 수준이 실제 보수금액에 비해 과다한지, 보수금액이 경영성과 등에 비해 과다한지 등을 의결권 행사에 있어 고려하고 있다.
이사 보수, 한도 문제만 있을까?
예를 들어 여러 회사의 이사를 겸직하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이사에게 상근의무를 부과하는 상법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다른 회사의 이사를 함께 맡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보수 지급이 부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이사의 보수는 결국 이사가 회사에 제공한 직무에 대한 대가다. 대법원은 실질적인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하지 않은 이사라는 이유 만으로 보수청구권이 당연히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도 실제 직무 수행 정도, 보수액, 회사의 재무상태, 다른 이사의 보수 등을 고려해 보수가 현저히 과다한 경우에는 보수청구권의 일부 또는 전부가 제한될 수 있다고 본다.
여러 회사의 이사를 겸하고 있으면서 각 회사에서 보수를 지급받는 경우라면, 주주들로서는 자연스럽게 해당 이사가 각 회사에서 어떤 업무와 책임을 부담하고 있는지, 각 회사로부터 받는 보수와 그러한 책임이 설명 가능한지에 관한 질문을 가질 수 있다.
보수의 적정성을 일반적인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사의 역할과 회사의 규모, 업종, 경영성과가 모두 다르고 우수한 경영자를 확보하기 위해 높은 보수가 필요한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 역시 단순히 보수액이 많다는 이유 만으로 그 효력을 부정하지 않는다.
다만 법원이 보수의 수준 자체를 문제 삼은 사례는 있다. 해당 사안에서 대법원은 이사가 회사에 제공하는 직무와 지급받는 보수 사이에 합리적인 비례관계가 있어야 하고, 회사의 채무상황이나 영업실적에 비춰 합리적인 수준을 벗어나 현저하게 균형을 잃을 정도로 과다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
해당 사안의 회사는 큰 누적손실을 기록하고 있었고 진행 중이던 사업도 사실상 중단돼 있었다. 그런데 경영권 변동으로 퇴직을 예상하던 경영진은 임원의 퇴직금 지급률을 종전 대비 급격히 상향조정하고 이를 재직기간 전체에 소급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이러한 지급기준을 마련하고 주주총회에 영향력을 행사해 결의가 성립되도록 한 행위가 이사의 충실의무에 위반한다고 판단했다.
연성적인 통제장치 도입 추세
올해 5월부터 시행된 개정 공시규정이 대표적이다. 상장회사는 최근 3년간 총주주수익률(TSR), 영업이익 등 회사의 성과와 임원 전체 보수총액을 함께 공시하고, 급여·상여·주식기준보상·퇴직소득 등 보수 항목별 부여사유와 산정기준도 보다 구체적으로 기재하게 됐다. 주주총회에서 한도액을 정하는 것이 그간의 주된 논의였다면, 이제는 임원 보수를 결정하는 논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투명성에 기반한 연성적인 보수 통제는 해외에서도 널리 관찰된다. 미국은 임원 보수와 회사 성과의 관계를 공시하는 ‘Pay Versus Performance’ 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총주주수익률과 순이익 등 성과지표를 임원 보수와 함께 제시하도록 한다. 영국에서도 임원 보수정책에 대한 주주의 승인과 임원보수보고서 제도가 운영되고 있다. 이들 제도 역시 보수에 대한 주주의 승인 여부보다 보수의 결정 논리 자체를 중요한 논의 대상으로 전제하고 있다.
보수 수준에 유일한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회사의 규모와 실적, 각 이사가 실제 수행하는 직무와 책임, 동종 기업의 보수수준 등을 토대로 그 회사의 보수정책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임원 보수에 관한 공시와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확대되는 상황에서는 보수액을 정하는 것만큼이나 주주에게 그 결정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