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AI는 사람의 뇌를 닮았을까
인공지능(AI)을 쓰다 보면 가끔 사람과 대화하는 듯한 순간이 있다. 긴 글을 몇 초 만에 요약하고, 질문의 뜻을 알아챈 듯 답한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방법을 제안할 때도 있다. 그럴 때 문득 궁금해진다. AI는 사람의 뇌와 얼마나 닮았을까. 사람의 뇌에는 약 860억 개의 뉴런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루빈 GPU에는 3360억 개의 트랜지스터가 들어간다. 수치만 보면 거의 네 배다. 얼핏 기계가 사람의 뇌를 훌쩍 넘어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수치를 그대로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뉴런과 트랜지스터는 역할부터 다르기 때문이다. 트랜지스터는 전기 신호를 켜고 끄는 작은 스위치이고, 뉴런은 수많은 다른 뉴런과 연결돼 신호를 주고받는 신경세포다. 게다가 뉴런 사이의 연결은 우리가 배우고 경험할 때마다 달라진다. 결국 숫자의 크기만으로 사람의 뇌와 AI 중 어느 쪽이 더 뛰어난지 말하기는 어렵다.

AI 연구자들은 오래전부터 인간의 뇌에서 힌트를 얻었다. 뇌에서 수많은 뉴런이 서로 연결돼 정보를 주고받는 모습에 착안해 작은 단위들을 연결해 학습시키는 방식을 고안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인공신경망’이다. 그렇다고 AI가 사람의 뇌를 그대로 옮겨 놓은 것은 아니다. 사람의 생각에는 기억과 감정, 몸의 상태까지 끼어든다. 같은 일을 겪어도 그날의 기분에 따라 다르게 받아들이기도 한다. AI에는 몸도 감정도 살아온 시간도 없다. 대신 많은 정보를 빠르게 훑고, 서로 떨어진 내용 사이의 관계를 찾아내는 일에는 강하다.

AI를 직접 써 보면 이런 차이가 더 잘 느껴진다. 사람은 긴 보고서를 읽다가 앞에서 본 수치를 잊기도 하고 집중력이 흐트러지기도 한다. AI는 지치지 않고 이런 일을 해낸다. 그러다가도 너무 그럴듯하게 틀린 답을 내놓거나, 사람이라면 쉽게 알아챌 맥락을 놓친다. 어느 쪽이 더 똑똑하다고 단순하게 말하기 어려운 이유다. 잘하는 일이 서로 다르다.

새와 비행기를 생각하면 조금 이해하기가 쉽다. 새는 날개를 퍼덕여 날고, 비행기는 엔진과 고정된 날개로 하늘에 오른다. 나는 방법은 전혀 다르지만 둘 다 하늘을 난다. 비행기가 새처럼 날지 않는다고 해서 비행에 실패한 것은 아니다. AI도 꼭 사람처럼 생각해야 할까. 처음에는 사람을 더 닮은 AI가 더 뛰어난 AI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사람이 어려워하는 일을 잘할 수도 있다.

그래서 요즘은 AI가 사람을 얼마나 닮았는지보다 어디가 다른지가 더 궁금하다. 사람의 뇌를 그대로 따라 하지 않고도 이만큼 해낸다면 앞으로는 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새를 닮지 않은 비행기가 우리를 하늘로 데려갔듯,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문제를 푸는 AI도 우리가 아직 가보지 못한 곳으로 이끌 수 있다. AI의 가능성은 사람을 얼마나 잘 닮았는지보다, 사람과 다른 방식으로 무엇을 해낼 수 있는지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